국립고궁박물관 ‘궁중음식전’
임진진찬 미수 중 초미(첫 번째 안주상)를 재현한 상.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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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고종 29) 9월 24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고종의 즉위 30주년이자 41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진찬은 3일에 걸쳐 열렸고, 임금이 받은 상만 대탁(왕에게만 올린 가장 큰 장식상), 찬안(잔치 주인공과 왕실 가족 앞에 놓인 장식상), 별행과(차 또는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상), 미수(술과 동반되는 안주상) 등 10가지에 달했다.
1892년 임진진찬에 올라간 9번의 안주상이 전시장에 재현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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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안주상만 아홉 번에 달했다. 술 한 잔 헌작할 때마다 7개의 찬으로 구성된 안주상을 새로 올렸다. 세자와 대신들은 고종에게 9번의 술을 헌작하며 모두 9번의 상을 올렸으니, 고종은 총 63가지의 음식을 안주상으로만 맛볼 수 있었다. 첫 상엔 천엽전과 전복 조림, 신선로, 두 번째 상엔 생소라 조림, 낙지전, 해삼전, 완자탕, 세 번째 상엔 석류, 굴전, 생선찜, 생전복회, 쇠골탕 등이 접시마다 높이 쌓였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일 개막하는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에서 화려했던 9개의 안주상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은 “9번의 술잔을 올리고 7가지 찬의 미수를 올린 사례는 궁중 진연 중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라며 “왕은 잔치가 끝난 뒤에 수고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은제 제기 모음.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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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음식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다. 궁중음식에 대한 기록과 그림, 궁궐 부엌에서 사용한 각종 조리 도구 등 2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왕은 하루 평균 다섯 번의 식사를 했다. 아침 수라는 오전 10시, 저녁 수라는 오후 5시에 올리고, 이른 아침과 점심, 잠자리에 들기 전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궁중음식은 고도의 정치이기도 했다. 임금은 측근 신하에게 진귀한 식재료를 하사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 군사들에게는 호궤라는 이름으로 술과 고기를 내려보냈다. 정조가 채제공에게 큰 홍어를 선물하며 보낸 글도 전시장에 나왔다. 내년 2월 2일까지. 무료.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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