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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윤정년, 넌 영광이었다"…김태리, 마지막 이야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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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patch=김소정기자] "너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tvN '정년이'가 막을 내렸다. '정년이' 김태리의 3년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된 것. 김태리는 지난 2021년부터 소리, 안무, 사투리까지 기초부터 다졌다.

준비된 '정년이'이었기에, 첫방부터 폭발적이었다. 4.8%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에선 8.2%로 껑충 뛰었다. 이후 10%대를 유지하며, 막방은 15.5%로 최고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김태리가 '정년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 연구, 여성 국극의 매력, 명장면, 배우들과의 호흡, 시청자들을 향한 메시지 등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정년이'는 매란 국극단의 청춘 드라마다. 타고난 소리 천재인 윤정년과 단원들은 경쟁과 연대를 하며, 진정한 여성 국극 배우로 성장한다.

김태리는 "소리와 무대 연기에 대한 부담, 4개의 큰 무대, 그리고 시대적 배경인 50년대까지…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기적처럼 단기간에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분들께 무궁무진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리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사실 '여성 국극'은 생소한 소재다. 우선 전성기가 짧았다. 1950년대를 풍미하다, 1960년대에 조용히 잊혀졌다.

김태리는 "우리 소리로 만드는 연극, 엄청났던 인기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았던 전성기,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또 여성 국극이 탄생하게 된 맥락, 그 역사가 가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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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가 꼽은 최고의 소리는 '추월만정'이다. 시퍼런 새벽을 넘어, 해가 뜨며 붉어진 바닷가에서 엄마 공선(문소리 분)이 불러준 노래다.

김태리는 "모녀의 갈등을 완전히 씻어내리며 또한 공선의 모든 한이 정년의 마음으로 한 많은 세상으로 녹아내린 씬"이라고 설명했다.

김태리는 '정년이'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편지도 남겼다.

"정년아 폭풍 같은 그 시절을 넘어 얼마나 크게 자랐을까. 너 덕분에 재능과 노력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너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다음은 김태리의 일문일답>

Q.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겐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가 생소했을 거 같다. 배우 김태리가 매료된 여성 국극의 매력은?

김태리 : 원작 안에서 그려지는 여성 국극의 세계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우리 소리로 만드는 연극, 엄청났던 인기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았던 전성기,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 또 여성 국극이 탄생하게 된 맥락, 그 역사가 가치 있다고 느꼈고 여성이 남역을 맡았을 때의 정의된 젠더를 넘어서는 매력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Q. 배우 김태리가 뽑은 드라마 <정년이>의 명장면 or 명대사는?

김태리 : 시퍼런 새벽을 넘어 해가 뜨며 붉어지는 바닷가에서 엄마 공선(문소리 분)이 추월만정을 불러주는 씬을 꼽고 싶습니다. 모녀의 갈등을 완전히 씻어내리며 또한 공선의 모든 한이 정년의 마음으로, 한 많은 세상으로 녹아내린 씬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는 한이고 우리 드라마의 가장 거칠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고 생각해요.

Q. 함께 드라마와 국극을 만들어 간 여러 배우 중 많은 장면을 촬영 했던 배우는 신예은, 정은채, 우다비였을 것 같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김태리 : 메이킹에서 보이는 현장의 분위기가 말해주듯 배우들 모두와 호흡이 좋았습니다. 주란(우다비 분)이는 정년이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인물이었고 다비도 제게 많이 기대주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든 촬영 내내 주란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늘 정년이 편이라고 눈으로 말해주었어요. 다비도 마찬가지고 한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춰봤고 은채 언니와도 처음 만났어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특히 서서히 배역의 옷을 입어가는데 은채 언니는 달랐어요. 처음부터 왕자님이었고 끝까지 왕자님이었어요. 극중 배역과 상황에 몰입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이지 촬영 내내 눈 호강한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예은이는 참 마음이 갔던 거 같아요. 목표치가 너무 멀고 안 보인다며 연습 말미에 쓰러져서 집에 돌아가면 늘 이겨내고 다음 연습에 나왔습니다. 배우에게 있어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은이는 매분 매초 자신과 싸우는 듯했습니다. 그럼 주변에 기댈 법도 한데 스스로 싸워 이겨내는 친구였어요. 말할 것도 없는 좋은 호흡이었고 예은이가 정말 멋진 영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외에도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한 매란국극단의 모든 친구들과도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늘 웃고 장난치고 응원을 나누고 그렇게 한 무대가 끝나면 격하게 서로를 안아주고 잘했다고 속삭여주던 것들이 생각나요. 초록이 역의 승희 역시 제 것을 찍을 때가 아닐 때에도 최대치의 감정을 제게 전달해 주었어요. 배우들 모두 고맙고 고생했고 정말 잘 해냈다고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Q. 가족으로 함께한 배우 문소리, 오경화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김태리 : 두 분은 정말이지 고향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 촬영을 함께 하고 헤어진 후 매일매일 다시 함께 연기하는 날을 기대하며 기다렸어요. 그렇게 촬영할 때 가끔 만나게 되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지금의 고민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쓰다듬을 받았습니다. 두 분이 제 마음의 안정제였어요. 말도 안 되게 힘이 되었어요. 경화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친구입니다. 배우의 직업을 가지고 걸어갈 길에 함께 하게 될 든든하고 빛나는 친구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 드라마를 보며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태리 : 할머니가 드라마 <악귀>는 무서워서 못 봤다는 얘길 들었어요. <정년이>를 준비하며 할머니가 쉽고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날 때면 더욱 신이 나서 촬영을 했습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제 주변 분들 중에 저 소리 하는 거 안 들어본 분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불렀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들 더욱 즐겁게 시청해 주신 것 같아요. "태리 불렀던 갈까 부다 나오네~" 하면서요. 시청자분들의 반응 중엔 "나 소리 좋아하네..."라던가 "소리 듣는데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반응들이 기억납니다.

Q. 드라마 <정년이>를 관통하는 단어는 성장인 거 같다. 배우 김태리는 드라마 <정년이>와 인물 '정년이'를 만나 어떠한 성장을 했을까?

김태리 :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고 자부하더라도 마음 한켠에 무언가 조금 더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매주 느꼈습니다. 100화가 넘는 원작 웹툰을 12부안에 녹인다는 것은 모두에게 도전이었고 그렇게 함축된 서사 안에서 매번 다음 장면을 납득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를 그려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정년이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방영 중에 그런 모든 논리를 뛰어넘어 그럼에도 주인공으로서 사랑스러움을 지키는 방향의 연기를 했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구체적인 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저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이런 선택을 했고 그런 가능성도 있었구나' 답이 없어도 충분히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년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김태리 : 정년아. 폭풍 같은 그 시절을 넘어 얼마나 크게 자랐을까. 너 덕분에 재능과 노력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너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Q. 마지막으로 드라마 <정년이>와 '정년이'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한마디.

김태리 :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다음에 다른 이야기로 다른 별천지에서 또만나요. 시청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진제공=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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