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닝 두 번'이면 충분했다…6점 차 뒤집은 대표팀, 슈퍼라운드행 희망 이어갔다 [프리미어12]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야구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빅이닝 두 번으로 경기를 뒤집으면서 승리를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네 번째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9-6으로 제압했다. B조 3위를 유지한 대표팀의 조별리그 성적은 2승2패가 됐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임찬규가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고, 두 번째 투수 소형준과 세 번째 투수 조병현이 각각 1이닝 3피안타 1실점, 1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네 번째 투수 김서현이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최지민이 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성적을 남겼다. 8회초 1사부터 공을 던진 박영현도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도, 이날 승리에 있어서 타선의 활약이 컸다. 대표팀의 주전 포수 박동원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캡틴' 송성문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하위타선에 배치된 박성한과 최원준이 각각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 2득점, 2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2득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2회초 무사 만루에서 미카엘 데 레온의 병살타 때 3루주자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의 득점으로 선취점을 뽑았고, 4회초 3득점으로 빅이닝을 완성했다. 5회초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의 솔로포, 6회초 알랜 핸슨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두 팀의 격차는 6점 차까지 벌어졌다.

5회말까지 도미니카공화국 선발투수 프랭클린 킬로메를 상대로 1점도 뽑지 못한 대표팀은 6회말 반격에 나섰다. 6회말 선두타자 박성한에 이어 최원준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홍창기의 1루수 땅볼 때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이동했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는 신민재의 투수 땅볼 때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번째 투수 조엘리 로드리게스가 1루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3루주자 박성한, 2루주자 최원준이 홈을 밟았다.

1사 3루에서 후속타자 나승엽이 삼진을 당했지만, 2사 3루에서 문보경이 우중간 2루타로 2루주자 신민재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박동원이 1타점 2루타를 터트리면서 1점을 추가했고, 두 팀의 거리는 2점 차까지 좁혀졌다.

대표팀은 7회말을 득점 없이 마무리했으나 8회말 다시 한 번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선두타자 나승엽의 안타와 문보경의 2루수 땅볼 이후 1사 2루에서 박동원이 좌익수 왼쪽 안타로 1사 1·3루로 연결했다. 위기에 몰린 도미니카공화국이 디에고 카스티요를 호출했지만, 1사 1·3루에서 등장한 송성문이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윤동희가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2사 1·3루에서 1루주자 송성문이 2루를 훔쳤고, 박성한이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성 타구를 날리며 3루주자 이주형, 2루주자 송성문을 홈으로 안내했다. 그 사이 박성한은 3루에 안착했다. 경기 개시 후 대표팀이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대표팀은 2사 3루에서 최원준의 1타점 2루타로 격차를 더 벌린 데 이어 2사 2루에서 홍창기의 1타점 적시타로 점수를 추가하면서 승기를 굳혔다. 8회초 1사부터 마운드를 지킨 박영현은 9회초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면서 대표팀의 3점 차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대표팀으로선 이날 경기까지 패배했다면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할 뻔했다. 경우의 수가 더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선의 집중력으로 분위기를 바꾼 대표팀은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여전히 대표팀의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다. 이날 일본이 대만에 3-1 승리를 거둔 가운데, 한국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는 가정 하에 기대해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우선 쿠바가 남은 2경기(17일 일본전, 18일 대만전)에서 모두 승리를 수확하면 한국, 쿠바, 대만이 모두 3승2패가 되면서 TQB(Team Quality Balance)를 따져 2위를 노릴 수 있다. 만약 한국, 쿠바 두 팀이 똑같이 3승2패가 된다면 승자승 원칙에 따라서 한국이 2위로 올라갈 수 있다.

또 다른 경우의 수는 대만이 남은 경기를 다 지는 것이다. 대만이 17일 호주, 18일 쿠바를 상대로 모두 패배하면서 2승3패가 되면 순위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시나리오다. 당장 일본과 대만이 17일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추가하면 대표팀의 슈퍼라운드 진출이 좌절된다. 나흘 연속으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17일 경기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다. 쿠바-일본전, 대만-호주전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