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오른쪽)과 커제 9단이 대국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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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20년 전 중국 바둑계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중국이 아무리 수적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창호가 남아 있다면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창호 전성기 시절, 한-중 대결에서 수적 우위는 대부분 중국이 차지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쪽은 한국이 많았다. 세계 최강 이창호가 버티고 있던 까닭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이창호'라는 이름을 '신진서'가 대신하고 있다. 중국의 강자들이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신진서가 버티고 있다면 한-중 자존심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15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의 난적 커제 9단을 꺾고 한국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8강 고지를 밟았다. 남은 일곱 자리에는 모두 중국 선수가 앉았다. 이제 한-중 1-7의 대결. 그러나 한국의 정상 탈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국 전 예상은 신진서 9단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다. 신진서 9단이 최근 커제 9단을 상대로 8연승을 내달리고 있던 까닭이다.
하지만 백돌을 잡으면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커제 9단은 이날 대국에서도 중반까지 신진서 9단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흑돌을 잡은 신진서 9단은 '선착의 효'를 살리지 못하고 집과 세력에서 모두 뒤처졌다.
그러나 신진서 9단은 끈질기게 커제 9단을 흔들어 갔고, 마침내 후반 들어 커제 9단의 실착이 나오면서 승부의 저울추가 균형을 이뤘다. 이후 둘 모두 완벽에 가까운 끝내기를 보여줬지만 집중력에서 반 발짝 앞선 신진서 9단이 278수 끝에 반집승을 거뒀다. 투혼이 빚은 행운의 승리였다.
대국이 끝난 후 신진서 9단은 "느낌으로는 결승까지 둔 것 같은데 이제 겨우 두 판을 이겼을 뿐이다"라며 "수적으로 열세라 대진이 좋진 않지만, 어차피 내 바둑만 두면 된나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17일 신진서 9단이 만날 8강전 상대는 삼성화재배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 9단이다. 상대전적은 신진서 9단이 최근 5연승을 포함해 9승3패로 앞서 있다. 나머지 8강전 3판은 중-중 대결로 펼쳐진다. 진위청 8단 대 쉬자양 9단, 당이페이 9단 대 리쉬안하오 9단, 롄샤오 9단 대 셰커 9단의 대결이다.
한편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는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억 원(준우승 상금 1억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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