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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쿠바와 2번째 경기에서 8-4로 이겼다. 한국은 현재 조별리그 성적 1승1패를 기록한 가운데 15일은 다시 타이베이돔으로 이동해 일본과 조별리그 3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의 슈퍼라운드 운명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한일전이 될 전망이다.
1승이 절실한 경기였다. 한국은 13일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하면서 기세가 살짝 꺾인 상태였다. 믿었던 에이스 고영표가 대만에 만루 홈런과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2이닝 6실점에 그친 바람에 경기를 뒤집기가 만만치 않았다. 대신 한국은 만약을 대비해 가능한 점수차를 좁히려 노력했고, 김도영과 박동원의 적시타, 나승엽의 솔로포를 묶어 3점을 따라붙었다.
중심타자인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코치님께서 일단은 따라가야 된다고 말씀을 해 주셨고, 또 동률(경우의 수)이 나올 수 있어서 점수를 계속 뽑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일단은 내가 나가면 (홈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득점권에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일단 몸은 가벼워서 앞으로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팬들도 포기하지 않고 더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길 부탁했다.
류중일 한국 감독은 쿠바전 승리를 위해 대만전과 비교해 선발 라인업을 대폭 수정했다. 홍창기(좌익수)-신민재(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박동원(포수)-나승엽(지명타자)-문보경(1루수)-박성한(유격수)-최원준(중견수)이 선발 출전한다. 대만전에 먼저 나섰던 2루수 송성문, 지명타자 김휘집, 유격수 김주원, 중견수 이주형 등은 이날 벤치에서 시작했다.
류 감독은 한국에 첫 승을 안길 투수로 곽빈을 낙점했다. 곽빈은 2018년 두산 1차지명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국제대회 개근 도장을 찍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은 30경기에서 15승9패, 167⅔이닝,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하면서 원태인(삼성)과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쿠바 타선에서는 난적이라 표현할 타자는 없다. 올해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뛴 3루수 요안 몬카다가 있긴 하지만, 몬카다는 옆구리 부상 여파인지 평가전에서 그리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곽빈은 지난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쿠바와 첫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16구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곽빈이 하던대로만 잘 버텨주면 쿠바전은 승산이 있었다.
쿠바는 로엘 산토스(좌익수)-요안 몬카다(3루수)-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유격수)-알프레도 데스파이네(지명타자)-아리엘 마르티네스(1루수)-야디어 드레이크(우익수)-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안드리스 페레스(포수)-진 왈터스(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곽빈에 맞섰다. 평가전 때와는 라인업에 일부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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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에서는 김도영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위 타선에 배치된 박성한은 4타수 2안타, 최원준은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선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곽빈은 쿠바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초 산토스를 루킹 삼진, 몬카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아루에바레나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2회초도 마찬가지. 데스파이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마르티네스를 헛스윙 삼진, 드레이크를 3루수 직선타로 잡았다. 이때 3루수 김도영이 드레이크의 총알 타구에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 뛰어올라 낚아챈 호수비가 주효했다.
한국은 2회말 대거 6점을 지원하면서 곽빈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대만전 패배에도 '이길 수 있다'던 김도영은 만루 홈런으로 자신감의 이유를 설명했다. 2사 후 문보경이 좌중간 2루타로 물꼬를 텄고, 박성한이 좌익수 왼쪽 안타를 때려 2사 1, 2루를 만들었다. 박성한이 2루를 훔치며 2, 3루로 상황을 바꿨고, 최원준이 유격수 앞 적시타를 때려 1-0 선취점을 뽑았다.
한국의 2사 이후 집중력은 계속됐다. 홍창기가 볼넷을 얻어 만루가 된 가운데 신민재가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 2-0이 됐다. 쿠바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는 궁지에 몰렸고, 김도영에게 일격을 당했다. 김도영은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6-0으로 거리를 벌렸다. 한국이 대만에 만루포를 허용하며 흘렸던 눈물을 깨끗하게 지우는 김도영의 만루포였다.
쿠바 에이스 모이넬로는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에이스로 시속 158㎞를 웃도는 강속구를 자랑하는데, 이날은 마운드에서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모이넬로는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에 그쳤다.
곽빈은 3회초 쿠바의 반격을 막았다. 선두타자 기베르트를 우전 안타로 내보냈지만, 페레스와 왈터스를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2사 1루로 상황을 바꿨다. 이어 산토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2사 1, 3루가 됐지만, 몬카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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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은 5회초에도 등판했으나 더는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했다. 선두타자 기베르트에 이어 페레스까지 2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한국 벤치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소형준이 구원 등판했다.
소형준은 곽빈의 책임주자를 홈에 들여보내지 않고 한국 마운드의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무사 1, 2루 위기에서 첫 타자 왈터스의 낮고 빠르게 뻗는 타구를 김도영이 직선타로 처리하면서 한번 더 호수비를 펼쳤고, 산토스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나 2사 2, 3루가 됐다. 몬카다에게 던진 몸쪽 공이 타격하려던 몬카다의 손등에 맞으면서 사구가 됐고, 몬카다는 대주자로 교체됐다. 소형준은 흔들리지 않고 아루에바레나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이닝을 매듭지었다.
한국은 6회말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다. 쿠바는 유스니엘 패드론에서 파벨 브루스로 마운드를 교체했는데, 이어진 2사 2루에서 최원준이 우전 적시타를 날려 7-0으로 더 도망갔다.
7회초 한국의 이날 첫 실점이 나왔다. 이영하가 4번째 투수로 등판한 가운데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무히카가 3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한국의 실책 행진이 이어졌다. 왈터스를 포수 땅볼 포구 실책, 산토스를 1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영하는 발도퀸을 우익수 뜬공, 아루에바레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2사 만루까지 버텼다. 이어 데스파이네를 투수 앞 땅볼로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기나 싶었는데, 타구가 이영하의 글러브 상단을 맞고 튀어 2루수 쪽 내야안타가 됐다. 이때 3루주자 무히카가 득점해 7-1이 됐다. 이영하는 아쉬움을 삼키고 다음 타자 마르티네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최소 실점으로 잘 버텼다.
김도영이 멀티홈런을 터트리며 왜 이번 대회에 주목해야 할 슈퍼스타인지 한번 더 입증했다. 김도영은 7회말 1사 후 좌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8-1로 다시 거리를 벌렸다.
8회초 등판한 대표팀 막내 김택연이 뜻밖의 일격을 당했다. 선두타자 드레이크를 좌전 안타로 내보낸 가운데 기베르트에게 우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8-3으로 쫓겼다. 이어 하파엘 비냘레스에게 좌월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아 8-4까지 좁혀졌다. 김택연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정해영이 8회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면서 막내의 짐을 덜어줬다. 9회에는 마무리투수 박영현이 남은 아웃카운트 3개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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