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부터 쏟아진 혹평을 찬사로 바꿔놨다. 월드클래스 수비수로서 기적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민재의 이야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의 연구소인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풋볼옵서버토리는 11일(현지 시간) 2024-25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앙수비수 10명을 선정하면서 김민재를 전체 1위로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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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사진=ⓒ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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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S는 자체 지표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분석해 점수로 지표화했다. 그리고 김민재는 100점 만점 기준 91.1점을 받아 내로라하는 전세계 최고의 센터백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90점을 넘긴 선수도 김민재가 유일했다. 수년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며 맨체스터시티의 유럽 패권 제패를 이끈 후벵 디아스가 89.7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11경기 6실점)의 철벽 수비를 이끌며 떠오르고 있는 리버풀의 수디 듀오 이브라히마 코나테(89.5점)와 버질 반다이크(89.4점)으로 각각 3,4위로 그 뒤를 이었다.
스페인의 거함인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중심인 에데르 밀리탕(89.0점)이 5위에 올랐고, 뮌헨에서 김민재와 중앙수비수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다요 우파메카노는 88.9점으로 6위에 랭크됐다.
1~6위에 오른 선수 모두 유럽5대 리그 중심의 빅클럽에서 맹활약한 탄탄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특히 디아스와 반다이크는 지난 수 년간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월드클래스 수비수로 거론되어 왔다.
사진(뮌헨 독일)=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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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이은 선수들도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수비수들이다. 마누엘 아칸지(맨체스터 시티·88.2점), 이니고 마르티네스(바르셀로나·88.2점), 빌리 오르반(라이프치히·87.1점), 마르턴 더론(아탈란타·87.0점)이 그 뒤를 이어 순서대로 TOP 10을 기록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김민재의 올 시즌 퍼포먼스는 눈부시다. 올 시즌 뮌헨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김민재는 10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7차례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총 858분을 뛰면서 1골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 뮌헨은 10경기서 33득점을 올리며 단 7실점만을 했다. 리그 10경기서 1경기도 지지 않으면서 8승 2무를 기록 중이다.
김민재의 활약은 리그에서뿐만이 아니다. 뮌헨은 최근 리그 3경기 포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포함 공식전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김민재가 있다.
실제 김민재는 지난 7일 SL벤피카(포르투갈)와의 UCL 경기서 113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이것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한 선수가 기록한 역대 최다 패스(2003-04시즌부터)인 동시에 성공률 100%를 기록한 최초 기록이었다. 김민재가 올 시즌 매우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한 상태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매우 공격적인 전진 롱패스도 자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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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축구 관련 통계를 다루는 데이터MB에 따르면 김민재는 올 시즌 총 398개의 전진 패스를 시도, 유럽 5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 해당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다.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시도하면서 놀라운 패스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수비도 확실하다. 벤피카전서 김민재는 지상 경합 성공률 100%(6개 성공)의 위력을 자랑했다. 태클 6회, 클리어링 3회, 인터셉트 1회를 기록하며 완벽한 수비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벤피카가 이날 공중 공격을 자주 시도하지 않았는데 올 시즌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듀오가 공중전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토니오 콘테 감독(현 나폴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후반기 겪은 김민재의 위기와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의 놀라운 변화다. 2022-23시즌 세리에A에서 김민재는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끌며 리그 최고 수비수로 선정되는 등 유럽 최정상 수비수로 등극했다. 이런 뛰어난 활약으로 뮌헨에 이적한 2023-24시즌에도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김민재를 향해 혹사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콘테 전 감독의 신뢰는 굳건했다. 하지만 김민재가 아시안컵 차출 이후 체력 부담과 함께 잦은 실책 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자 애정은 미움으로 바뀌었다.
기자회견하는 김민재.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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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감독은 거의 매 경기 김민재를 질타하기 시작했고, 독일 언론도 김민재에게 혹평을 쏟아내며 광분에 가까운 악평을 쏟아냈다. 결국 벤치로 밀린 김민재는 불안한 입지 속에서 벤치 멤버로 시즌을 마쳤다. 독일 언론은 김민재가 안정적이고 비교적 좋은 경기를 펼친 날에도 활약을 깎아내리거나 계속해서 약점이나 실수만 거론하며 끈질기게 물어뜯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에서 주장직을 맡으며 오랜 기간 활약했던 뛰어난 수비수 출신의 뱅상 콤파니 현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콘테 전 감독이 결국 불화 끝에 구단을 떠난 이후 지휘봉을 잡은 30대의 젊은 지도자인 콤파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확실한 역할 전술을 바탕으로 김민재를 프리시즌부터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콤파니 감독의 디테일하고 보다 적극적인 역할 주문부터 자신감을 얻은 김민재는 점차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개막전만 해도 불안감은 있었다. 지난 9월 볼프스부르크와의 리그 개막전서 김민재의 실수로 실점을 하자 독일 축구의 전설인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수준이 아니”라며 “김민재가 나폴리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려울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독일 축구계에서 강력한 위상을 갖고 있는 마테우스는 축구해설가로 지난해부터 여러 미디어를 통해 방송과 칼럼을 가리지 않고 김민재를 향한 독설을 했다.
김민재. 사진=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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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들의 초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뮌헨이 승리한 경기에서도 대표적으로 독일 유력 언론 ‘빌트’ 등은 김민재에게만 유독 박한 평점을 매겼다. 무실점 경기에서도 김민재만 꼽아 평이하거나 평균 이하의 평점을 매기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독일 언론의 분위기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콤파니 감독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뮌헨이 더욱 공격적이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가운데 김민재가 공수에서 펄펄 날면서 마침내 ‘김민재 억까’의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빌트’ 마저도 7일 경기 종료 후에는 “김민재는 결정적인 순간 매우 강했고 안정감이 넘쳤다”면서 최고점인 1점을 매겼다. 독일 언론은 선수 개인의 활약을 1~5점으로 매기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반대로 우수한 평가다. 빌트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김민재에게 지속적으로 잘 쓰지도 않는 6점이라는 이례적인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다 마침내 양 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김민재에게 1점을 매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일 여론의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김민재가 엄청난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간격을 커버하는 왕성한 활동력과 함께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뛰어난 패스 실력까지 보여주자 ‘찬사 일색’으로 바뀐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충분한 근거가 있음을 FIFA 산하 축구 연구소가 또 한 번 증명한 모습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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