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종전에서 공동 2위 올라 김백준 제쳐
"초반 손목 부상 아쉽지만 잘 마무리해 만족"
송민혁이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1)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KPGA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3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송민혁은 이 대회 전까지 신인왕 경쟁에서 김백준에게 밀렸지만 공동 2위에 올라 뒤집기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KPGA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솔직히 지금 샷감이 최고조인 것 같은데, 이렇게 시즌이 끝나 아쉽네요.”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막판 뒤집기로 신인왕(명출상)을 차지한 송민혁(20)은 성취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데뷔 전 목표로 세웠던 명출상의 주인이 된 건 만족스럽지만 또 다른 목표였던 첫 승은 불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시즌 최종전 KPGA 투어챔피언십을 올해 개인 최고 성적인 공동 2위로 마치고 만난 송민혁은 “신인왕을 타고 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며 “지금 감을 잘 유지한다면 내년에 충분히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첫 시즌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송민혁은 개막 전부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마추어 대회에서 15차례나 우승했다. 지난해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했던 프로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준우승, SK텔레콤 오픈에서 3위에 올라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같은 해 11월엔 K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수석 합격해 ‘특급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이버 티샷을 치고 있는 송민혁. KPGA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송민혁 역시 목표를 높게 설정했다. 신인상과 우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개막 두 번째 대회 KPGA 파운더스컵 이후 손목 부상 여파로 3개월가량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던 대회에서도 하위권으로 처쳤다. 그사이 김백준이 SK텔레콤 오픈 3위, KPGA 선수권 공동 5위 등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신인왕 레이스 1위를 달렸다.
송민혁은 “초반 대회부터 하필 손목이 안 좋아졌다. 부상으로 인해 세 달 동안 샷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공을 칠 때 움찔하고, 신경이 계속 쓰이니까 원하는 샷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부상만 없었다면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운 순간을 돌아봤다.
슬럼프는 손목 상태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다. 특히 10월 이후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김백준을 추격했다. 지난달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공동 7위로 반등 계기를 마련한 뒤 이달 초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공동 4위를 차지했다. KPGA 투어챔피언십을 앞두고 김백준과 격차를 55점으로 좁힌 그는 결국 최종전 준우승을 차지해 명출상을 거머쥐었다.
송민혁은 “꾸준히 병원을 다니면서 도수 치료, 전기 치료를 받았다”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빨리 치료를 받은 덕분에 세 달 전부터 좋은 감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최종전에서 신인왕과 첫 승까지 바라봤던 그는 “마지막 날 새벽 3시에 깨서 1시간 반 정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신인왕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며 “초반에 샷과 퍼트 모두 잘돼 후반 4번 홀까지 우승 찬스도 만들어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얼마 안 남으니까 의식이 돼 흔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민혁이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KPGA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송민혁은 시즌 후반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아빠 캐디’를 언급했다. 9월 중순부터 전담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호흡을 맞춘 그는 “의외로 퍼트 라인을 잘 보신다”며 “옆에 계시기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아버지의 골프 실력에 대해선 처음에 “‘백돌이(100타를 넘는 초보)’입니다”라고 답했던 송민혁은 “아버지가 백돌이가 아니라 ‘구십돌이(90타)’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오는 15일 열리는 KPGA 시상식에서 대상과 상금왕 등 5관왕을 차지한 대세 장유빈과 함께 시상대에 서는 송민혁은 “(장)유빈이 형이 치는 걸 보며 ‘계속 뭐지, 뭐지’ 하면서 놀랐다. 친한 형이고, 가까이 있는 형인데 배울 게 참 많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 시즌엔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도록 비시즌 동안 체력과 몸을 키우겠다”며 “내년엔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물론 다승이면 더 좋겠다. 대상이 가장 욕심나지만 대상 포인트 10위 이내 진입이 우선 목표”라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