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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인터뷰] 문소리 "'정년이' 속 '추월만정', 천번 넘게 부르며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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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사진=씨제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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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저기서도, 어디서든 빛나는 배우 문소리다.

문소리는 최근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지난달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를 성료했고, 10월 25일 전편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으로 분해 특별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토일극 '정년이'에서는 김태리(윤정년)의 어머니 서용례를 연기하고 있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문소리는 연극 무대를 이끌고, '지옥'과 '정년이'의 특별출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문소리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베테랑으로 언제나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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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엔딩을 장식했다.

"어제 정자(오경화)와 정년이(김태리), 목포 사투리 선생님까지 우리집에 왔다. 목포 사투리 선생님의 어머니가 홍어와 김치를 보내주셨다. 목포 음식을 먹으면서, 10화를 꼭 같이 보기로 이전부터 약속했었다. 원래는 제가 늘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어제 낮에 촬영이 있었다. 음식할 시간이 없었다. 걱정했는데, 어머니께서 음식을 보내주셔서 다같이 목포 막걸리와 맛있게 먹었다. 다같이 먹으면서 본방송을 같이 봤다. 시청률 대박 기원 케이크에 초까지 붙였다.(웃음)"

-시청률은 이미 대박이 났다.

"감사하다. 아직도 보면서 아쉽다. 자기 거 보면서 아쉬운 거다. 서로 고생한 것도 이야기하는데, 스스로에 대해서는 다들 엄격하고 야박한 게 있다. (김)태리도 '어느 누가 너만큼 열심히 할 수 있겠니. 나는 그런 배우를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근데도 '더 아쉬운 게 보인다'더라. 소리가 10년 하면 그 목소리 나올까. 태리가 3년 했다는데, 3년으로 그 정도 하기 어렵다. 하면 할수록 아쉬운 점이 보이는 거다. 저도 저 부족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한 결과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청자가 한마음으로 울컥한 장면이었는데, 함께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촬영지가 경남 고성이었는데, 진짜 멀다. 전날 가서 해가 질 때 리허설을 다 하고, 잠깐 자고난 후 새벽 세시에 나와서 그 신을 찍었다. 근데 해가 안 나오는 거다. 장소 헌팅한 사람들과 날을 결정한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는 거다. 그럴 땐 해를 CG로 심자고 했다. 다 찍고 카메라를 철수하고 있는데, '으악' 소리가 나서 보니까 커다란 해가 떠오르고 있더라. 다시 달려갔다. 맨발로 막 뛰어갔다. 그렇게 그냥 앉아서 카메라를 돌렸다. 액션이 들리는지 아닌지, 그냥 연기를 시작했다. 정말 스릴 넘쳤다. 그날 해 만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추월만정' 이야기를 했다. 진양조라는 가장 느린 장단인데, 판소리를 배우다 보면 상대적으로 쉬운 대목들도 꽤 있다. 이건 어디 기댈 데도 없고, 무조건 내 목소리로 '추월~'할 때 게임이 끝난다. 특히 낮은 음에서 떨리는 건 정말로 어렵다. 몇 년 해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다. 태리는 더 많은 노래를 했어야했지만, 저는 주로 그 노래만 했다. 그 노래를 하루에 세 번만 해도 1000번이 넘는다. 1000번을 넘게 연습했다. 남편이 운전하고 있는데 옆에서 해만 지면 '추월~'한 거다. '사고난다. 제발 이야기 좀 하고 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자신감 있게 처음 음을 내기가 어려웠다. 어려운 대목을 그렇게 해보려고 둘이 애를 썼다. 만나서도 하고, 이산저산 보며 '추월~'했던 이야기도 했다."

-'추월만정'은 얼마나 연습했나.

"레슨만 1년을 받았다. 처음 시작한 게 2023년 3월에 시작해서, 마지막 녹음을 올해 4월에 했다. 우리가 조금 못하더라도 우리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진짜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되는 느낌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후반 작업으로 만졌다고 하더라. 절묘한 꺾임 이런 건 선생님들 걸 아무리 따라해도 모자라다. 어린 공선이도 너무 열심히 배워서 불렀다. 배우들마다 선생님이 다르다. 자기 목소리에 맞는 선생님들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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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기간만 1년이 걸린 특별출연이다.

"'아가씨'도 몇 신 안 나오는데, 일본어 한 신을 위해서 4개월간 일본어를 공부했다. '이 한 신 때문에 왜 이러고 있지' 이런 생각보다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이 장르를 좋아하고, 어렸을 때 저에게 판소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수궁가'를 절반 정도 가르쳐주셨는데,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이 작품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뭐라고 하실 것 같았다. 거기에 대한 보답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판소리를 듣고 배우고 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판소리를 배우며 끈끈한 가족애가 생겼을 듯하다.

"태리 씨랑은 여러 작품 같이 해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고 준비했는지, 합류하기 전부터 지켜봤다. 케미를 특별히 더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됐다. 오경화 배우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목포 어학연수에 가서 만났다. 태리와 경화, 사투리 선생님이 먼저 내려가 있었고 다음날 합류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어떤 배우가 잠옷 바람으로 '언니 오셨어라' 이러면서 인사를 하더라. 거기서부터 만났는데, 정말 순수하고 훌륭한 영혼을 가진 배우다. 셋이 격 없이 터놓고 지냈다."

-어학연수는 얼마나 갔나.

"3박 4일 갔다.(웃음) 시장 할머니들 붙잡고 녹음 따고 이야기 걸고 그랬다. 들어와서 대본 보면서 녹음하고 사투리 선생님 지도도 받았다."

-연습하다 보면 목이 상할 텐데.

"피곤하면 목이 잘 간다. 이 작품 하면서는 '다행이다' 싶더라. 태리가 목이 잘 안 가서 고생 많이 했을 거다. 저는 피곤하면 목소리가 잠긴다. 오히려 이게 장점 같더라. 이거 할 때 '폭싹 속았수다' 노년 연기를 같이 했는데, 오히려 '잠긴 걸로 가자'고 했다. 컨디션이 좋아지면 또 잘 돌아온다."

-천재 소리꾼 역할인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부담스러웠다. 어려운 것만 시킨다. '아가씨' 때도 저만 일본 사람이었다. 웬만큼 해서 되는 게 아닌 거다. 그때도 박찬욱 감독에게 그럼 일본 여자를 캐스팅하셨어야죠 했다. 그랬더니 '나는 뭐라도 자기랑 해보고 싶어서 그랬지'라고 하더라. 이번에도 타고난 천재 소리꾼 역할인데, 어떻게 하겠나. 믿고 맡겨준 거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 어떤 도전이 있는 역할이 배우에게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자극이 된다. 도전할 게 있는 역할을 주시면 기쁘긴 하다."

-라미란과의 호흡은 어땠나.

"서로 얼굴을 본 지 오래됐다. 오래된 친구 같다. 제가 친구라고 하면 미란이가 '친구 아니야. 언니잖아'라고 할 거 같은데. 오래된 사이여서, 맞추고 이런 건 별로 없었다. 편했다. 서로 소리 지르고 이런 신인데도, 굉장히 늘 같이 했던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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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국극 장면은 어땠나.

"공연 장면 좋더라. 스페이지 파이터 나가도 되겠더라. 현대무용 해도 되겠네 싶을 정도로 공 들인 티가 났다. 잘 조화롭게 한 거 같다. 바보 온달 떠나는 장면에서 임팩트 있고 좋더라."

-선생님들은 어떤 평가를 했나.

"오히려 더 너그러운 것 같다. 제자들의 실력을 알고 있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도 알고 있다. 1년을 수업했는데, 같이 사진을 한 장 안 찍었더라. 선생님이 먼저 '잘 봤다. 좋았다'고 연락을 해줬다."

-여성 중심 드라마다. 소회가 남다를 듯하다.

"이와중에 연기를 해야했던 류승수 씨와 김태훈 씨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현장에서 마음이 위축됐을 것 같다. 스태프들도 여자가 많았다. 여자 감독님에 연출부도 다 여자였다. 류승수 씨나 김태훈이 외롭지 않았을까. 오래 일하다 보니 이렇게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또 보게 됐다. 반가웠다."

-감정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렇게까지, 뒤로 혼절할 정도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도 나눴다. 어떤 예술가에게 자기의 모든 걸 다 바쳤던 것이 꺾여서, 버려지고 이름까지 바꾸고 다른 삶을 살았던 거다. 자식 때문에 죽지 못해 사는 거다. 그런 트라우마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보통 엄마처럼 보이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게 비쳤으면 좋겠다는 디렉션도 있었다."

-'지옥' 시즌2에서는 강력한 여성 정치인을 연기했다.

"'지옥' 단톡방에서 18일째 연상호 감독님이 매일 몇 위인지 올린다.(웃음) '으쌰으쌰' 하고 있다. 제 캐릭터가 정무수석이라고 나오지만, 여성 정치인을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다. 지옥 사자가 출연한 세계가 지금 이 세계랑 다를 수도 있지 않나. 가상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실제라고 보기도 그렇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듯하다. 어느 정도 리얼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판타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실제 여성 정치인을 모델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어떤 시스템의 최고봉에 있는 사람처럼 연기했다. 시스템 제일 위에 있어서 컨트롤러를 쥐고 있는 사람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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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이야기도 나눴나.

"시즌3 이야기를 찍기 전에 (연상호 감독에게) 물어봤다. 에이 지금은 뭐 3까지 생각하냐. 생각이 없는데,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라. 마음으로는 3가 없다고 생각하고 했다."

-공교롭게도 '정년이'도 '지옥' 시즌2도 특별출연이다.

"연상호 감독님이 나중엔 그 말을 철회하더라.(웃음) 며칠 안 찍었는데, 편집했더니 분량이 많다는 거다. 특별출연이 아닌 걸로 하자고 했다. 원하시는대로 하시라고 했다. 저에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일정이 바쁜데, 연극은 왜 도전했나.

"못 끊는다. 무대가 저에게는 첫 시작이었고, 첫 마음이다. 연극을 보고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니까. 첫 시작, 첫 마음이어서 계속 그 마음과 헤어질 수 없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무대로 돌아가 보면 다시 날을 바로 세운다. 너덜해졌다가, 무대에 올라가면 제대로 서야하겠다는 마음이 든다. 제가 어떤 근육이 부족한지, 내 몸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다.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다. 동료들과 같이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끊을 수 없다. 진짜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박수 치고 커튼콜 받는 순간이 아니라, 무대에서 숨쉬는 동안 어느어느 때들이 아름답다."

-데뷔 25주년이다.

"작품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될 때 시작됐다. 호황기도 봤고, 이제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래도 제가 할 역이 있고, 동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씨제스스튜디오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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