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 이적시장의 대형 투수 FA 최원태의 행보가 미궁에 빠졌다. 당장 원소속팀 LG 트윈스도 팀 페이롤 등의 이유로 미온적인 입장인데다 타 팀의 상황도 그리 최원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엄상백과 비교하면 표면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현재 흐름이다. 앞서 투수 최대어로 꼽힌 엄상백은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
엄상백이 올 겨울 이적 시장 FA 계약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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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자유계약(FA) 투수 엄상백을 영입했다”고 8일 밝혔다. 계약 내용은 기간 4년, 계약금 34억 원, 연봉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 등 최대 78억 원이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엄상백은 올해까지 KT에서만 활동한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써냈다.
엄상백 역시 일찌감치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김원중과 함께 FA 시장 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특히 엄상백은 선발 최대어란 점에서 복수의 구단들이 관심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동시에 한화가 가장 공을 들였던 영입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심우준의 계약과 마찬가지로 애초에 FA 시장이 열리기 전 시장 가치로 평가받았던 50억을 훌쩍 넘는 대박 계약을 안겼다. 영입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절대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을 통해 빠르게 선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엄상백이 개인 통산 10승 이상을 거둔 시즌이 단 2시즌에 불과하고 선발투수로 제대로 활약하면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 역시 단 3시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라운 계약 규모이기도 했다.
한화는 엄상백을 4년 78억 원이란 엄청난 조건에 품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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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전날인 7일 KT에서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 옵션 8억 원)의 조건으로 데려오면서 2명의 선수에게 이틀간 138억원이란 화끈한 계약을 안겨주며 FA 시장 쇼핑을 마쳤다.
최원태의 입장에서 엄상백의 계약이 아쉬운 까닭은 바로 유력한 선발 보강 대상이자 FA 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던 한화가 쇼핑을 마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FA 개장과 동시에 대형 FA들이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으면 덩달아 후속 FA 계약의 규모도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대형 계약들이 그해 시장성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수요자들이 빠르게 철수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대형 FA 후보들이 미아가 되거나 좋은 계약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원태의 경우엔 현재 후자의 고민에 빠졌다. 바로 한화의 존재만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효과가 사라진 것은 물론, 유력했던 행선지 가운데 한 곳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한화의 이적시장 1순위 영입후보는 사실 엄상백이었다. 선발 자원으로 엄상백을 보강할 계획으로 빠르게 움직여 다른 구단들이 제안할 수 없는 규모의 조건을 안기면서 빠르게 계약을 마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최원태가 많은 FA 보상이 필요한 A등급이란 점도 타 구단의 영입 진입 장벽이 되는 분위기다. 엄상백이 B등급인 반면에 최원태의 등급은 한 단계 높은 A등급이다. 만약 타 구단에서 최원태를 데려오려면 직전 연도 연봉(올해 3억 원)의 200%인 6억원과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인 9억 원을 LG에 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추가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기에 타 구단이 선뜻 최원태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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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최원태를 향한 시장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수의 구단들이 영입 대상으로 최원태를 후보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LG조차 적극적으로 잔류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최원태가 원할 대형 계약이 이뤄지려면 결국 경쟁이 붙어야 하는데 특별한 큰 손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원태가 2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이다. 거기다 최원태의 커리어가 엄상백보다 훨씬 앞서고 선발투수로 더 많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고점에 대한 기대치는 더 낮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엄상백 역시 역대 FA 선발 투수들과 비교하면 사실상 보여준 것이 매우 적지만, 반대로 최원태는 기복이 있었던 시즌이나 순간들이 너무 잦았기에 오히려 그게 자신의 약점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최원태의 프로 데뷔 첫 팀인 키움 히어로즈는 대형 계약으로 그를 품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고, LG가 잔류에 미온적인 입장이란 게 최원태의 발목을 가장 크게 옭아매는 이유들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관심이 있는 구단들이 굳이 대형 계약을 먼저 안길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굴 대형 FA 후보로 꼽혔던 최원태지만 사뭇 냉정한 시장의 반응을 받으며 우선 순위에선 밀려난 분위기다.
물론 FA 계약과 구단들의 접촉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한 번의 제대로 된 조건 교환만으로도 충분히 깜짝 계약은 이뤄질 수 있기에 아직은 현재를 실패로 단정 짓긴 어렵다. 과연 최원태가 대형 계약의 다음 주자가 될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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