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사진=KOVO 제공 |
초반 주도권, 누가 쥘 것인가.
긴 기다림 끝에 출발한 2024~2025 V리그 남자부의 1라운드,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다. 순위표 높이 질주하는 쌍두마차 덕분이다. 세계적인 명장 필립 블랑 감독 체제로 새출발한 현대캐피탈(승점10) 그리고 고심 끝에 택한 외인 교체 효과가 폭발하는 한국전력(승점9)이 사이좋게 4연승을 내달린다. 피할 수 없는 두 팀의 1라운드 맞대결을 모두가 고대하는 이유다. 그 외나무다리 승부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베일을 벗는다.
◆과감했던 탈피
현대캐피탈 허수봉(왼쪽)과 덩 신펑이 득점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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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 속에 9시즌 동안 함께한 최태웅 감독과 결별했다. 레전드 세터 출신 최 감독은 그간 정규리그 1위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준우승 3회 등 숱한 업적을 세우며 결과를 냈던 지도자다. 하지만 구단은 리빌딩이라는 기치 아래 쇄신을 감행했고, 지휘봉을 구단 최초 외인 사령탑인 블랑 감독에게 건넸다.
성공적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공을 팀 컬러로 내세운 사령탑의 배구가 선수들의 공격성과 잘 맞아 들어간다. 팀 리시브 효율은 29.81%로 최하위지만, 팀 공격성공률 2위(53.93%), 팀 서브 1위(세트당 1.5개)에 빛나는 창으로 상쇄한다. 특히 토종 에이스 허수봉이 눈에 띈다. 4경기 공격성공률 61.17%로 리그 1위를 달리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는 중이다.
블랑 감독이 택한 덩 신펑(등록명 신펑)의 발견도 뺄 수 없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차이 페이창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랜다. 아직 기복이 있지만, 204㎝의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운 시원한 공격과 서브로 허수봉-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와 함께 삼각편대의 한 축을 세웠다. 이들을 조율하는 세터 황승빈도 블랑 감독이 개막 직전 트레이드로 데려온 자원이다. 아직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임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 ‘블랑표 배구’다.
◆전에 없던 시즌
한국전력 선수단이 득점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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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5위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에도 차가웠던 예상을 뚫고 쾌조의 스타트를 알리고 있다. 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개막 4연승을 내달린다. 그 희생양에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을 맛본 1~3위 팀이 모두 포함돼 있을 정도. 남자부 유이한 국내 사령탑 중 한 명인 권영민 감독을 필두로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돌풍의 핵은 남자부 유일 아시아쿼터 세터인 야마토 나카노(등록명 야마토)다. 지난 시즌 베스트7 리베로였던 이가 료헤이와 작별하고 세터 포지션을 보강한 구단의 선택에 최고의 경기력으로 화답한다. 재빠르고 경쾌한 토스웍이 일품이다. 그러면서도 안정성까지 고루 갖췄다. 그의 조율 속에 한전은 공격 성공률 1위(56.45%)에 올랐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오픈(47.88%), 속공(70.83%), 시간차(83.33%) 성공률 모두 선두다. 그만큼 야마토가 다양한 공격 패턴을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이 “대회를 거듭하다 보면 분명 100%를 보여줄 선수”라고 믿음을 보냈던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급 사령관의 조율 속에 동료들도 날개를 핀다. ‘뉴 페이스’ 외인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등록명 엘리안)를 비롯해 임성진-서재덕의 날개, 신영석-전진선의 중앙까지 살아난다. 선순환의 질주, 멈출 생각은 없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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