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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가 쓴 책 한 권, '투자자의 바이블'로 남다 [북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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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가 쓴 책 한 권, '투자자의 바이블'로 남다 [북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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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제 기자]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지음, 김태훈 옮김, 김영사 펴냄.

찰리 멍거(Charles Thomas Munger, 1924~2023)는 버크셔 해서웨이 전 부회장이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워런 버핏(현 CEO 회장)의 동업 제안을 받고 투자의 세계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지주회사로 키워냈다.

사람들은 그를 가치 투자의 귀재라고 불렀다. 하지만 찰리 멍거는 그 이상이었다. 독서광이던 그는 다양한 사업 분야는 물론 재무학, 철학, 물리학, 심리학 등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생, 공부, 의사 결정 등에 관한 자기만의 사고 체계를 구축했다.

찰리 멍거의 남다른 통찰력과 독창적인 접근법은 투자 부문에서 특출난 능력으로 발휘됐다. 이와 관련, 워런 버핏이 찰리 멍거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찰리는 어떤 거래든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문제가 될 만한 약점을 60초 만에 모두 포착한다."

찰리 멍거의 깊은 통찰은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이 돋보이는 강연을 통해 널리 소개되었고, 그에게는 '현자(賢者)들의 현자', '패서디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자산 26억 달러의 부자였만 벤저민 프랭클린을 본받아 검소하게 생활했다. 99세까지 정정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유머감각도 잃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100회 생일을 한 달 앞둔 2023년 11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 11개 강연에 담긴 '패서디나 현인'의 육성

이 책은 그의 육성을 담고 있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행한 강연 가운데 가장 뛰어난 강연 11개가 정리돼있다.

책에는 코카콜라와 애플 같은 알짜 종목을 알아보는 방법부터 오류를 최소화하고 최악의 판단을 피하게 도와주는 사고(思考) 모형,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철저한 평가 절차까지, 찰리 멍거가 평생에 걸쳐 도출한 통찰이 담겨있다.


찰리 멍거는 조찬모임, 졸업식, 동창회, 대학교 강의실에서, 흥미로운 사례와 특유의 유머와 역설을 통해 인생, 배움, 의사 결정, 투자에 관한 통찰을 설파했다.

그는 "엉덩이 걷어차기 대회에 나간 외다리 신세"와 "망치만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등의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깊은 지식과 넓은 시야를 비유로써 일러주는 방식이다.

◇ "드문 판 열렸을 때 정말로 크게 가라"


찰리 멍거는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신중하게 파악했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하이테크 분야에는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일단 분야를 선택한 후에는 큰돈을 투자했다. 그는 주식 시장을, 이길 확률이 굉장히 낮지만 이기면 엄청난 배당을 받는 게임으로 여겼다.

"여러분은 평생에 걸쳐 그런 판을 수천 개씩 찾아낼 만큼 똑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몇 번의 드문 판이 열렸을 때 정말로 크게 가야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세상이 그런 기회를 줄 때 많이 베팅합니다."

그의 투자 성향은 자주 매매하지 않는 것이다. "소수의 뛰어난 종목에 투자하고 그냥 깔고 앉아 있는 것은 개인에게 이득이 있습니다.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가 줄고, 헛소리를 덜 듣게 됩니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는 '확실한 경쟁우위'에 달려 있다고 봤다. 사람들은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마법의 공식이나 쉬운 비법을 찾는다. 하지만 찰리 멍거의 탁월한 실적은 그런 마법의 공식이나 비법에 기댄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업 재무 정보를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 기업이 속한 좀 더 크고 통합적인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검토에 활용하는 도구를 '복수 사고 모형'이라고 부른다.

◇ 때로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25개의 심리적 경향

인간은 우연한 상황에 쉽게 속거나 그저 관행을 따르는 데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실수를 한다. 이런 행동은, 때때로 너무나도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하므로,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찰리 멍거의 생각이다. 그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깨닫는다면 "삶이 사람을 속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 속에 소개된 25개 심리적 경향 가운데 '보상/처벌 과잉 반응'은 잘못된 인센티브 사례로 시작한다. 기업 입장에서 인센티브로 인한 최악의 결과는 횡령이다. 오로지 보상을 얻기 위해 나쁜 행동을 쉽게 합리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면, 성과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말아야 한다.

'과잉 자기 존중 경향'은 자신이 직접 내리는 결정에 대한 과도한 애정을 설명한다. 나쁜 시장을 낙관하며 나쁜 사람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그 시장에 투자하고 그 사람을 뽑기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르게 결론에 이르려는 '의심-회피 경향', 그 결론에 위배되는 근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일관성-회피 경향' 등을 언급한다. 가장 큰 문제는 몇몇의 심리적 경향이 결합되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롤라팔루자 경향'이다.

여러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에게 불신받고, 최선의 기여와 좋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면 이 처방을 따르세요. (하버드스쿨 졸업식 축사 '불행을 보장하는 처방')

저는 배가 좌초되면, 설령 함장에게 잘못이 없다 해도 그가 해군에서 퇴출되는 사례를 자주 언급합니다. 아무 잘못 없는 한 명이 입는 부당한 피해는 다른 배들의 함장들이 경각심을 느껴 좌초 사고가 줄어든다는 더 큰 혜택으로 상쇄되고도 남습니다. 저는 모두를 위한 더 큰 공정성을 얻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공정을 견딜 것을 권장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호소하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자기 위주 편향은 극단적입니다.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법률 자문은 이렇게 조언했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대표님을 무너트리고, 대표님의 돈과 지위를 앗아가고, 평판을 엄청나게 망가트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미리 막을 것을 권합니다." 이 접근법은 통했을 겁니다. 설령 동기가 고귀하다 해도 이성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호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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