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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길남의 잇츠스누커] 싱가포르국제오픈에서 본 스누커 강국 선수들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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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싱가포르스누커오픈’에서 우승한 인도의 판카 아드바니 선수가 우승 트로피와 하이스트 브레이크(Highest Break) 상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길남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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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동남아 선수 94명 참가
싱가포르의 가장 권위있는 스누커대회


지난 10월 28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2024 IBSF(세계스누커빌리어드연맹) 세계스누커선수권’이 열리고 있다. 이 대회에 허세양과 박용준이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허세양은 본선 시드를 받았고, 박용준은 예선부터 참가하여, 1차 예선전에서 117점의 센추리 브레이크를 기록하며 3연승을 기록, 본선 무대에 합류하여 허세양과 함께 세계적인 강호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도 판가 아드바니 우승 및 최고득점 ‘2관왕’
판가-드차왓과의 8강전 대회 최고 ‘명승부’
이런 가운데 최근 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4 싱가포르스누커오픈’에 심판으로 다녀왔다. 이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인근 동남아시안국가(SEA:Southeast Asian) 및 인도 선수 포함 94명이 참가했으며 아시아당구연맹(ACBS:The Asian Confederation of Billiard Sports) 승인 국제대회다.

◆스누커 강국 선수들 실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따라서 스누커 강국 선수들의 실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회는 싱가포르 중심지 ‘토아 파요’(Toa Payoh)에 있는 사프라(SAFRA) 종합체육위락시설 내 당구장에서 개최됐다. 비시드권 선수 예선은 9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그리고 본선은 예선을 통과한 선수와 시드권 선수, 총 48명이 참가해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다.

본선은 3명씩 16개 조로 나누어 리그전을 벌여 조1위만 16강전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16강전부터 준결승은 7전4선승제(best of 7), 결승전은 9전5선승제(best of 9)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도의 강호 판카 아드바니가 우승과 함께 한 큐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에게 주는 ‘하이스트 브레이크’(한 큐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에게 주는 최고득점상:Highest Break)상도 차지했다.

판카는 본선 6경기에서 23프레임을 이기면서, 단 4프레임만 내주는 월등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4경기에서는 단 1프레임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본선 첫 경기에서 137점의 하이스트 브레이크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안 국가 선수들 실력 뛰어나
싱가포르엔 동호인 고수들도 많아
판카는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아드 세계 대회에서 이미 27회 우승한 인도의 스타다. 그의 경기를 직접 보면서 실력과 경기운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넣는 공이 없다. 넣을 자신이 없으면 철저하게 수비를 하며 상대 선수 실수를 기다렸다. 기회가 오면 완벽한 포팅으로 승리를 따내는 어쩌면 가장 단순한 전략으로 승리를 챙긴다.

경기 초반에는 무리한 공격으로 실수를 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경기 중후반의 실수는 그 프레임을 상대 선수에게 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고수일수록 철저하게 참고 기다림을 즐기는 것 같다. 성질 급한 선수가 무리한 공격을 하다 실수하면 바로 승부가 결정나곤 한다.

◆인도의 판카 대(對) 태국의 드차왓 8강전…최고의 명승부

판카는 8강전에서 전직 프로 스누커 선수였던 태국의 드차왓 품장과 대결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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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는 판카와 태국 드차왓의 8강전이다. 경기를 마치고 서로 축하와 격려하고 있는 드차왓(왼쪽)과 판카. (사진=이길남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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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도 대조적이었다. 판카는 매우 치밀한 플레이를 하는 반면, 드차왓은 화려하고 쇼맨쉽도 강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프레임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프레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끝까지 참고 기다린 판카가 승리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멋진 경기로 기억된다.

드차왓 품장의 경기를 보면서 ‘썩어도 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태국을 대표하는 프로 스누커 선수였다. 비록 8강전에서 아깝게 패했지만, 그의 실력과 화려한 플레이, 매너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기 중 관중의 방해를 받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웃으면서 관중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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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제이든(왼쪽)과 판카. (사진=이길남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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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은 싱가포르의 제이든 옹이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판카에게 1:5로 졌지만 실력 차이는 미미해 보였다. 다만 경기 운영에서 노련함이 승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이번 대회는 판카와 제이든, 드차왓 외에도 실력파 선수를 여럿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임콕렁은 말레이시아 선수로, 2022년 IBSF대회 챔피언이었으며, 2024/2025시즌 아시안Q스쿨을 거쳐 2년간 월드스누커투어(WST) 카드를 확보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4강에서 싱가포르의 제이든 옹에게 패해 공동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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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는 입상자 외에도 말레이시아의 임콕렁과 싱가포르의 피터 길크리스트 등 실력파 선수들도 눈에 많이 뛰었다. 사진은 피터 길크리스트. (사진=이길남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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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피터 길크리스트는 영국에서 귀화한 세계적인 잉글리시빌리아드 선수인데, 16강에서 캄보디아 선수에게 패했다. 잉글리시빌리아드에 비해 스누커 실력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싱가포르 스누커 동호인 실력도 선수급

경기장은 사프라(SAFRA)라는 종합스포츠위락시설 안에 있다. 싱가포르에는는 6개의 사프라가 있는데, ‘토아 파요’에 있는 사프라는 싱가포르 중심지에 있어 교통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당구장에는 스누커 테이블 13대, 포켓 테이블 3대가 있다. 사용료는 경기용 테이블은 시간당 15 싱가포르 달러(약 15,000원), 연습용 테이블은 12 싱가포르 달러(약 12,000원)로 현지 물가에 비하면, 사용료는 그다지 비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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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이 있는 싱가포르 토아 파요의 사프라(SF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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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일반 동호인들이 테이블을 이용했다. 한국 당구장에 3쿠션 동네 고수들이 많은 것처럼, 이곳에서 경기하는 그들의 실력을 보니, 거의 선수급이었다.

이들은 어릴 때 처음 만나는 당구가 스누커라고 한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의 당구1번은 스누커, 2번은 포켓인가 보다. [대한당구연맹 이사 겸 심판, 당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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