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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진서도 직격한 ‘난양배’ 세계기전…사상 초유 ‘무음 초읽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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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음성 지원 배제…대국자에겐 압박감↑
치열한 반상 전투 도중, 측면 초시계 확인해야
시간패 해프닝 대국 발생 가능성 높아져
신생 메이저 기전, 미숙한 운영...부정적 시각
한국일보

다음 달 1일부터 중국 쓰촨성에서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개막될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25만 싱가포르 달러, 약 2억5,500만 원)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을 포함한 세계 10개국에서 초청된 32명의 각국 대표 선수들이 진검승부에 나설 예정이다. 난양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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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는 건 맞습니다.”

조심스럽게 내비쳤지만 소신은 확실했다. 상식 밖의 경기 방식을 채택하면서 빚어질 불필요한 혼선 때문으로 읽혔다. 다음 달 1일부터 중국 쓰촨성에서 개막될 ‘제1회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25만 싱가포르달러, 약 2억5,500만 원) 대회의 불합리한 제한시간 운영 규정을 두고 내보인 세계 바둑 랭킹 1위의 시각이다. 이 대회 출전에 대비해 최근 국가대표팀 내에서 훈련 중인 동료 기사들의 부정적인 기류까지 고려된 속내였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신진서(24) 9단은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 (어이없는 시간패) 해프닝도 나올 것 같다”며 주최 측의 미숙한 대국 운영 방침에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올해 신생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출범할 ‘난양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개막 직전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다. 31일 바둑계에 따르면 이번 난양배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을 포함한 세계 10개국에서 초청된 32명의 각국 대표 선수들이 진검승부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신설 당시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왔다. 중국과 싱가포르가 함께 이례적으로 공동 개최에 합의한 데다, 제한시간의 '시간누적(피셔)' 방식도 도입되면서다. 지금까지 국내 대회에서만 주로 적용해왔던 피셔 방식을 해외 기전에서 도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바둑 경기에선 두 대국자에게 매번 착수에 필요한 기본 시간이 제공되는데, 이 시간을 모두 소비하면 추가시간 개념의 마지막 ‘초읽기 N회’가 시작된다. 반면 착수할 때마다 시간 추가가 가능한 피셔 방식에선 일찍 착수할 경우, 남은 시간이 적립된다.

예컨대 기본 시간 10분에, 초읽기 30초 방식이라고 가정하면 대국 시작 이후 첫 착점을 10초 만에 둘 경우엔 이 대국자의 제한 시간은 10분 20초(9분 50초+초읽기 30초)로 재설정된다. 장고형보단 속기형 기사들에게 유리한 피셔 방식은 최근 스포츠로 분류된 바둑도 늘어진 경기 운영에서 탈피해야 된단 시각과 더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지난달 중국 지린성에서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열렸던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 본선에서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7·왼쪽) 9단이 한국의 김명훈(27) 9단에게 다 이겼던 바둑을 막판 주어진 1분 초읽기 음성 알림에도 뒤늦게 착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커제 9단은 당시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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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는 이번 난양배에서 도입한 피셔 방식에 이어진 사상 초유의 ‘무음 초읽기’에서부터 불거졌다. 초정밀 수읽기로 점철된 반상(盤上) 전투나 막판 끝내기 단계에서 대국자의 눈은 단 1초도 바둑판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그동안 마지막 10초가 남겨진 시점에선 현장 내 자리한 별도 계시원이 두 대국자 사이에서 매초마다 구두로 잔여 시간을 직접 들려줬던 이유도 이런 맥락까지 계산된 조치였다.

최근엔 대국용 초시계 내 음성 지원으로 계시원은 사라졌지만 초읽기 과정은 경기 도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국면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난양배에선 이런 예민한 초읽기 시점에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면서도 대국 테이블 측면에 위치한 초시계까지 고개를 돌려가면서 확인해야 할 형편이다. 그만큼 대국 도중 실수할 확률도 커진 셈이다.

초읽기에 연관된 해프닝은 음성으로 지원된 대국에서도 속속 벌어졌던 게 사실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고는 2개월 전, 세계 대회에서도 포착됐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에서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열렸던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 본선에서 중국의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은 한국의 김명훈(27) 9단에게 다 이겼던 바둑을 막판 주어진 1분 초읽기 음성 알림에도 뒤늦게 착점, 시간패까지 당했다. 커제 9단은 당시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난양배 참가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대회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준비했지만 반상 현실에선 동떨어진 ‘무음 초읽기’ 방식이 마뜩치 않아서다. 바둑 국가대표팀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 차례나 난양배 주최 측에 문의했지만 ‘무음 초읽기’ 방식엔 변동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동일한 조건이긴 하지만 ‘무음 초읽기’ 방식은 이번 난양배에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난양배엔 주최국인 중국에서 가장 많은 13명의 선수가 출전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6명과 일본 5명, 대만 2명, 기타 6명 등을 포함해 총 32명의 선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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