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서 선자 엄마 양진 役으로 열연
"고민 많았던 작품…큰 대장정 마친 것 같아"
배우 정인지가 최근 서울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시즌2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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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정인지에게 '파친코'는 풀어야 할 숙제였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던 정인지이기에 첫 OTT 작품인 '파친코'로 많은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야 했다. 하지만 정인지는 그간의 노하우를 발휘해 자신만의 캐릭터 전사를 쌓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앞으로도 이처럼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정인지다.
배우 정인지가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시즌2(극본 수 휴, 연출 리안 웰햄, 이하 '파친코2')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선자의 엄마 양진 역을 맡은 정인지는 "양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는 과정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기에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친코2'는 거대한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총 8부작으로 지난 11일 Apple TV+에서 전편 공개됐다.
지난 2022년 3월 최초 공개된 '파친코' 시즌1은 제4회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화 비평가 협회상 최우수 국제 작품상 수상, 2022년 에든버러 TV 어워즈 최우수 국제 드라마상 수상, 2022년 골드 더비 어워즈 최우수 드라마상 수상,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수상 등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정인지 또한 이 원작 소설을 교과서처럼 여기고 많이 들여다봤단다. 그는 "이야기에 접근할 때 원작 소설에서 출발하지만 실사화되는 과정에서 각색이 많이 진행된다. 그래서 언제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파친코'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이 되게 멋있었어요. 무엇보다 역사가 주인공이 되지 않은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책 시작이 '세상이 아무리 그렇게 할지라도 살아간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데 이게 체감이 되는 드라마였어요. 그 시대를 살면서 풍파가 오더라도 일상처럼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정인지는 시즌1에서 남편을 잃고 딸 선자와 함께 부산에서 하숙을 하며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양진의 모습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완성했다. 이런 양진의 굳센 모습은 일본에서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딸 선장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갖게 만들어줬다.
특히 시즌1에서 양진이 결혼 후 일본으로 떠나게 된 선자에게 '우리 땅 쌀 맛' 꼭 보여주고 싶다며 어렵사리 얻은 쌀로 밥을 짓는 장면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인지는 "시즌1에서 선자에게 쌀밥을 내밀 때 그와 눈을 딱 한 번 마주친다. 의도 한 장면은 아니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시청자로서 봤을 때도 많이 강렬했던 장면이었어요. 아무런 말 없이 눈 마주치는 장면이 시즌1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시즌2에서는 선자랑 양진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또 노아를 보내는 장면도 꽤 기억에 남아요. 각기 다른 마음으로 자식을 바라보는 느낌이 시청자로서도 꽤 좋았던 것 같아요."
정인지가 '파친코'에서 선자 엄마 양진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Apple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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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는 1984년생이지만 '파친코'에서는 나이가 든 양진 역을 맡았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양진의 모습과 손자를 챙기는 섬세한 할머니의 마음까지 깊이 있게 연기해 호평받고 있다. 정인지는 "시간의 전개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노년 연기를 해야 했지만 엄마랑 할머니라고만 보면 너무 멀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더 생활성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냥 한 사람으로 봤죠. 이런 시기를 경험했던 한 여성으로 접근해서 다가갔고 아이와 손자도 그녀에서부터 출발하니까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사투리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인지는 조금 더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주변에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한테까지 다 전화를 돌렸단다.
"지역마다 사투리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조금씩 맛의 차이가 있거든요. '파친코'는 영어로 쓰이고 한국말로 번역이 된 다음에 사투리로 나오는 세 번의 번역을 거쳐요. 그러다 보니 사투리 중에 뭔가 하나를 바꾸고 싶거나 실제적으로 쓰는 표현을 요청할 때 그거를 다시 서울말로 바꾸고 영어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로 인해 조금 더 명확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인지는 세월의 흐름에 맞춰 노인 분장까지 스스럼없이 도전했다. 특히 모공의 크기, 다듬지 않은 눈썹, 주름 등 이런 것까지 섬세하게 하나하나 다 완성한 정인지다. '파친코'는 피폐해질수록 더 날것의 느낌이 잘 살아나기 때문에 거칠어진 피부 표현까지 신경 쓰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시즌2에서 양진은 주로 선자가 입었던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의상이 여러 벌이 아니라 딸이 입었던 거를 양진이 입는 느낌이죠. 일하기 편한 옷으로요. 하지만 한복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잖아요. 그래서 피란을 갔다가 오사카에서 돌아올 때 일본 일 바지를 입는 게 아니라 한복을 입고 폐허가 된 마을에 돌아오는 이런 요소들까지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정인지가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Apple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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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EBS 청소년 드라마 '학교 이야기'로 데뷔한 정인지는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특히 '파친코'는 첫 OTT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정인지는 혼자만의 숙제를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파친코'를 하면서 제 속도를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되게 거대한 프로젝트여서 저도 발걸음을 빨리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거를 찍으면서 일상과 업무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수 휴 작가님을 비롯해 지구 반대편에도 정말 멋진 여성들이 많구나 근데 그들은 일상을 지켜나가면서 제 속도로 일을 해 나가는 걸 보면서 제가 하는 이 일도 그렇게 속도를 맞춰 나가야 하는 게 맞다는 걸 깨달았죠."
문득 연극에서도 다작을 해온 정인지이기에 OTT와 연극, 둘 중에 어떤 게 더 맞을지 궁금해졌다. 정인지 또한 이러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했단다.
"그냥 제가 연기를 하는 걸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연은 그때그때 바로 피드백이 오는 편이고 지금처럼 이 드라마 OTT는 한참 뒤에 공개되잖아요.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거랑은 굉장히 다른 부분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결과물을 보고 나서 나중에 '내가 저렇게 했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어떤 게 잘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작품을 통해서 어떤 한 사람을 소개해 주는 일을 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극과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해 온 정인지이기에 '파친코'에서도 그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정인지는 앞으로 이런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다졌다.
"가끔은 '이게 진짜 있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캐릭터를 만날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도 보는 사람에게 잘 설득될 수 있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제 숙제인 것 같고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상황이 오더라도 그게 배우가 해야 하는 직업의 덕목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앞으로도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로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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