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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금과 보험

금융권 ‘400조 퇴직연금’ 고객 쟁탈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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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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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퇴직연금 전쟁’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 투자하던 자산을 번거롭게 매도할 필요 없이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실물이전)’ 제도가 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적립금 기준)을 차지하는 은행들은 기존 고객 지키기에,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투자상품 라인업을 내세워 쟁탈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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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월31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현물이전 제도는 가입자가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를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은 ㄱ은행을 통해 퇴직연금을 굴리던 사람이 ㄴ증권으로 자산을 옮기기 위해서는 투자상품을 중도에 해지해 현금화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번거로움 탓에 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달 말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이러한 부담이 사라져 보다 쉽게 퇴직연금 사업자를 갈아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제도를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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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의 과점 체제다.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적립금이 210조2811억원으로 전체의 과반(52.56%)을 차지한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적립금이 각각 96조5328억원, 93조2654억원으로 전체의 24.13%, 23.31%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은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은행과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증권사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한다. 은행·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반면, 증권사 적립금은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이 약 70%로 비교적 낮다. 예·적금보다는 주식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찾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권사에 많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본격적으로 금리인하기가 시작되면서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오르면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이 7.11%로 가장 높았고,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등이었다.





개별 증권사들은 저마다 고객 확보 방안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적립금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27조3755억원)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자산배분 등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2위(16조8082억원)인 현대차증권은 올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영업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은행들도 분주하다. 다양한 투자처를 찾아 증권사를 기웃거리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투자상품 라인업 강화에 주력한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신한은행(42조7010억원)은 펀드 상품 수를 현재 358개에서 413개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도 현재 131개에서 177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상장지수펀드와 예금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1대 1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신설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사업 다각화와 고액 자산가 고객 확보를 위해 자산관리(WM) 부문에 힘을 주고 있는데, 퇴직연금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물이전 제도가 대규모 자금 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제도 시행으로 기존보다 갈아타기가 간편해지기는 하지만, 주식·리츠·사모펀드 등 상품 특성에 따라서는 기존처럼 현금화를 해서 옮겨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마다 여러 상품을 조합해 만든 디폴트옵션 역시 현물이전 대상이 아니다. 이달 말부터 대부분의 퇴직연금 사업자가 현물이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부는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등으로 서비스가 늦게 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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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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