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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기분이 썩 좋진 않았어...” 106일 만의 득점에도 웃지 않은 주민규, 그가 떠올린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 [MK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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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34·울산 HD)가 106일 만의 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은 10월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4시즌 K리그1 3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다.

울산이 1-0으로 앞선 후반 19분이었다. 루빅손의 크로스로 시작된 공격이 고승범, 보야니치의 간결한 패스를 거쳐 주민규에게 향했다. 주민규는 정교한 볼 컨트롤에 이은 간결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승부의 쐐기를 박은 귀중한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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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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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감독(사진 왼쪽), 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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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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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가 리그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건 7월 13일 FC 서울전 이후 처음이었다.

울산은 주민규의 활약에 힘입어 K리그1 3연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 35경기에서 19승 8무 8패(승점 65점)를 기록하고 있다. K리그1 단독 선두로 2위 강원 FC에 승점 4점 앞서 있다.

울산은 11월 1일 홈에서 펼쳐지는 강원전에서 승리하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올 시즌 K리그1 우승을 확정한다.

포항전을 마친 주민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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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함께 팬들 앞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주민규(사진 맨 왼쪽에서 네 번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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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6일 만의 골로 포항 원정 승리에 앞장섰다.

K리그1 3연패 도전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경기였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

Q. 한동안 골이 없었다. 골 가뭄에서 탈출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솔직히 좋진 않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아직 올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남은 경기 잘 준비하겠다. 기회를 최대한 득점으로 연결해야 한다.

Q. 포항 원정 이전까지 마음고생이 컸을 듯한데.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동료들이 매 경기 헌신적으로 해줬다.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고 희생했다. 내가 많은 기회를 놓쳤다. 그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면 더 많은 승점을 챙겼을 거다. 그 부분이 너무 미안했다.

김판곤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득점이기도 하다. 부진한 경기력에도 굳건한 신뢰를 보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는 골을 넣고 싶다. 감독님과 동료들을 위한 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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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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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울산이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는 골을 넣으면 그간의 아쉬움이 싹 날아가지 않을까.

골을 넣고 우승한다면 좋을 것 같다. 올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다. 그런 것들이 내 골로 우승을 확정한다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더 노력하겠다.

Q. 김판곤 감독이 “주민규는 딱 1골만 터지면 계속 골을 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1월 1일 강원전에서 이기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리그 3연패를 확정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기사를 찾아보곤 한다. 감독님은 부진했던 나를 쭉 믿어주셨다. 감독님이 내게 개인적으로 말씀해 주신 건 없다. 내가 큰 부담을 느낄까 늘 배려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강원전에서 잘하고 싶다. 내가 감독님에게 보답하는 법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골밖에 없다. 남은 경기에선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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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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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득점 후 가족 생각도 많이 났을 듯한데.

아내가 내 눈치를 많이 봤다. 아내가 했던 말 중 가슴에 와닿았던 게 있다. 아내가 내게 “골을 넣으려고 하지 말고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를 해라. 축구에 집중하다 보면 골은 저절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내 말대로 ‘일단 즐기자’는 생각으로 포항전에 임했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기본에 충실히 했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수비 가담도 철저히 했다. 득점 욕심을 내려놓고 주변 동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왔다. 동료들 덕분이었다. 감사하다.

Q. 어머니, 아버지 말씀은 없었나.

아내와 비슷했다. 다들 숨죽이면서 별말을 못했다. 부모님은 내게 ‘잘 지내지’ 정도의 안부 인사만 하셨다. 죄송한 마음이다. 남은 경기에선 최대한 많은 골을 터뜨려서 마음 편히 지켜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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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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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내가 임신 중으로 알고 있다.

아내에게 그래서 더 미안하다. 몸이 힘든 와중 속 내 눈치를 많이 봤다. 내가 아내에게 더 잘해야 한다. 아내가 홑몸이 아닌데도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 준다. 고맙고 미안하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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