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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10월 31일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앞두고 퇴직연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금융사 이동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지면서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직연금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격화되는 것과 달리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더라도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기대보다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퇴직연금을 실물로 이전할 때는 타 금융사에 동일한 상품이 있어야 가능한데 제도 시행 초기에 상품군이 얼마나 갖춰져 있을지 미지수이고, 가입자 자체도 퇴직연금에 관심이 없거나 안전 자산에만 보수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퇴직연금 갈아타기 수요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2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가 이달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는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굴리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기존에는 확정기여(DC)형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계좌 안에서 투자하던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화해야 이전이 가능했습니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금융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쉬워지면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기존 가입자를 최대한 수성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대로 금융투자업계는 높은 수익률을 홍보하며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은행이 198조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 생명보험 78조4000억원, 손해보험 14조8000억원 순입니다. 운용 상품이 많고 수익률이 높은 증권업계로 퇴직연금을 이전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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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길 가입자가 많은 은행권에서는 이번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에 늦게 참여하는 금융사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제도 시행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 참여가 지연되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iM뱅크 등입니다. 이에 대해 은행에서는 “참여가 늦어지는 지방은행 등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때문에 서비스가 늦어진다고는 하나, 시중은행도 참여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닌데 먼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에 참여해 괜히 고객만 많이 뺏기는 것 아닌지 걱정이 많다”라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 시행으로 금융사 간 퇴직연금 가입자 쟁탈전이 격화되고는 있지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대보다 퇴직연금 가입자 이동이 많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투자하고 있는 상품 그대로 퇴직연금을 옮기려면 이동하려는 금융사에 동일한 상품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결국은 기존 투자 상품을 현금화한 뒤에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많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또,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이 있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증권사에 계좌를 뒀을 확률이 높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규모가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만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을 모두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이고, 증권사에서는 이 제도를 기회로 보고 있다”라며 “그런데 현재 이미 IRP는 금융기관 복수 개설이 가능하고 운용에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증권사에 계좌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파격적으로 퇴직연금 대이동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라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이번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에 따른 파급력이 당장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동할지는 사실 예측이 어렵다”라며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사전 조회 기능 등이 정교화되고 실시간으로 (퇴직연금 실물)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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