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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엘동원’ 에르난데스 “희생? 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야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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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 야구를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기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또 한 번 LG 트윈스를 구했다. 벌써 PS에서만 6경기째 등판이다. 이번에는 무려 3.2이닝을 틀어막으며 60구를 던졌다. 그러나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에르난데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쿨’하고 ‘담담’했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의 흔치 않은 희생의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에르난데스는 “성원에 대해 보답하는 것이 내가 야구를 하는 이유”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당장의 승리 외엔 무엇도 에르난데스의 관심을 가져올 수 없을 듯 보였다. 그러나 투혼의 이유에 대해 묻자 에르난데스는 진지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야구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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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투를 펼친 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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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LG는 기사회생했다. 이날 경기도 졌다면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됐지만, 승리를 거두면서 승부를 4차전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반면 3연승으로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꿈꿨던 삼성은 4차전에서 승리를 노린다.

이번에도 LG를 구한 것은 선발 투수 임찬규와 에르난데스의 1+1 조합이었다. 지난 KT 위즈와의 준 PO 5차전서도 등판해 각가 선발승과 세이브를 올리며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주역들.

임찬규가 5.1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준PO MVP 임찬규는 포스트시즌 3연승에 성공했다. 이어 에르난데스가 올라와 3.2이닝을 2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무려 60구를 소화하며 거의 선발투수에 준하는 책임을 진 에르난데스였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이번 LG의 포스트시즌 총 8경기 가운데 무려 6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와 1홀드를 수확 중이다. 먼저 준PO 5경기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 1홀드를 올리며 LG의 PO행을 이끌었다. 7.1이닝 동안 단 5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냈고,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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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가 8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10점을 내주고 대패를 당한 1,2차전서는 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PO 3차전에선 임찬규를 6회 1사 이후부터 구원해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이렇듯 PS 내내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며 경기를 장악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경기 종료 후 만난 에르난데스는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항상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려하고 있고, 그것들이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에르난데스가 1-0의 리드 상황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후 살 떨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만약 동점이 됐다면 에르난데스는 계속 마운드를 지켰을까. 에르난데스는 “연장을 갔다면 또 나갈 생각이었다. 첫 2경기를 우리가 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면서 당연히 연장전에도 등판할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5일을 쉬고 60구를 다시 던졌다. 현재 피로도는 어떨까. 에르난데스는 “지금은 괜찮은데 내일 어떨지는 일어나봐야 될 것 같다”면서 “지금 느낌은 괜찮다. 정신적으로 준비는 되어 있다. 다만,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규 시즌과 비교해 더 좋은 구위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김광삼 코치와 항상 릴리스포인트에 대해서 점검하면서 연습하고 있다”면서 “코치님 말씀을 잘 듣고 그것을 경기에서 실현하려고 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공을 미는 느낌으로 던진다기 보다 찍는 느낌으로 던진다는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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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부터 박동원과 호흡을 맞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에르난데스. 사진=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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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이날 경기서 에르난데스는 “모든 타석이 다 짜릿했고 기억에 남는다. 오늘 1구, 1구 집중해서 던졌다”고 설명하며 2사 3루 위기 상황을 벗어난 것에 대해선 “박동원 포수의 사인을 전적으로 믿고 던졌다. KBO리그에서 오래 뛴 훌륭한 베테랑 선수라 믿고 던졌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가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다. 승리에 대한 그런 갈망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에르난데스에 대해 KBO리그의 레전드 투수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홀로 이끌었던 故 최동원에 빗대어 그를 ‘엘동원’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언급을 듣자 에르난데스는 “감사하다. 영광”이라며 담담하고 짧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모든 외국인 투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KBO리그의 일부 외국인 투수들은 가을야구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않거나 무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다음 시즌 계약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서 에르난데스가 이렇듯 희생을 자처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같은 취재진 질문에 에르난데스도 진지한 표정이 됐다.

에르난데스는 “내년 계약 소식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야구를 하는 이유가 다 팬들도 우리 선수들을 챙겨주고 구단 직원과 코칭스태프 역시 모두 선수를 챙겨준다”면서 “그것에 대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다. 또 그런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희생이 아닌 ‘당연한 것’인 동시에 그것이 자신이 야구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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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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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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