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2경기 연속 결승 골 이재성…라커룸서도 빛난 ‘숨은 영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16일 열린 이라크전에서 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미드필더 이재성. 보이지 않는 헌신으로 홍명보호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이달 중동팀과의 대결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오현규(23·헹크), 오세훈(25·마치다 젤비아),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 등 20대 젊은 공격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큰 수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베테랑 미드필더 이재성(32·마인츠)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홍명보호는 에이스 손흥민(32·토트넘)과 프리미어리거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나란히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지난 10일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2-0승)는 물론 15일 이라크와의 홈 경기(3-2승)에서도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대표 팀 내부에서 전술의 연결고리는 물론 부주장으로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낸 1992년생 베테랑 이재성의 공이 컸다.

이재성은 이라크전에서 2-1로 앞선 후반 37분 이명재(31·울산)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어 한국의 세 번째 골 겸 결승 골을 터뜨렸다. 1-1 동점이던 후반 29분엔 오현규의 득점을 도왔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요르단과의 원정 3차전에서는 전반에 머리로 선제 결승 골을 넣어 2-0 완승을 이끌었다.

2경기 연속 결승 골을 터뜨리는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친 이재성을 앞세워 홍명보호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에서 3승 1무(승점 10점)로 선두를 지켰다. 이라크와 요르단(이상 7점) 등 2위 그룹과의 승점 격차를 3점으로 벌렸다.

이재성은 대표적인 ‘언성 히어로(unsung hero·숨은 영웅)’다. 그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대표팀 공격진에서 활약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재성은 적극적인 압박과 수비 가담,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돌파와 패스 등 궂은일을 도맡으며 묵묵히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

홍명보호 출항 이후 감독 선임 논란에다 손흥민의 부상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이재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라크의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재성을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10번(이재성)이 가장 눈에 띄었다”며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을 봉쇄하기 위해 왼쪽 측면 수비수 두 명을 한꺼번에 기용했지만, 상대적으로 10번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감독의 칭찬에도 이재성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보다는 어린 선수들이 이번 2연전에서 보여준 활약이 축구대표팀에 더 의미 있고 긍정적”이라면서 “후배들의 실력이 나보다 뛰어난 것 같다. 다양한 재능을 갖춘 후배들이 많은데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부상으로 빠진 동갑내기 손흥민에 대해서도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손흥민에게)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고생했고 힘들었으니 충분히 쉬고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면서 “이달 A매치 2연전에서 대표팀의 최고참으로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동안 흥민이가 얼마나 큰 책임감을 짊어졌을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재성은 또 ‘홍명보 축구’의 스타일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감독님은) 공격에서는 유기적이고 자율적인 움직임을 주문하신다. 반대로 수비는 철저히 조직적인 모습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진심으로 편하게 축구를 즐기고 있다. 앞으로 더욱 안정적인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세대교체를 계획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인위적인 재구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이재성을 비롯해 기여도가 높은 주축 멤버들의 뼈대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선수 구성과 출전 시간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