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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관례 무시, 인터뷰 취소...’日 명문 구단, 우승 감독 교체 파문에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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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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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감독 한 명이 물러났다. 올해 66세다. 현역 중 최고령이다. 해임도 아니다. 계약된 2년을 꼬박 채웠다. 후임자도 곧 발표됐다. 이 정도면 순조로운 ‘정권 교체’다. (오해 마시라. 일본 야구계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아니다. 세상이 꽤 시끄럽다. 과정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다. ‘뒷맛이 씁쓸하다.’ ‘모양새가 안 좋다.’ 그런 말들이 돈다. ‘파문이 끊이질 않는다’라며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맹주 한신 타이거스와 물러난 전임 감독 오카다 아키노부에 대한 얘기다.

팀의 올 시즌 일정은 종료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1라운드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난 13일 클라이맥스 시리즈(CS) 퍼스트 스테이지가 마지막이다. KBO로 치면 준플레이오프 격이다. 센트럴리그 2위 한신은 3위 요코하마 DeNA에 3-10으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2패로 탈락이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패배만큼 슬픈 일도 있다. 오카다 감독과의 이별 탓이다.

경기 막판이다. 스코어는 이미 돌이키기 어렵다. 그러자 고시엔 구장에 큼직한 플래카드가 걸렸다. ‘球道一筋 岡田監督 ありがとう’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떠나는 사람에 대한 감사 인사다. ‘球道一筋’은 그의 좌우명이다. ‘평생 오로지 한 우물만 판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 대상은 야구, 혹은 한신일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나. 그의 현역 시절 응원가도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울먹이는 팬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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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다음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이어진다. 아무리 아쉬운 패배라고 해도 그렇다. 홈 최종전이다. 게다가 오카다의 고별전이다. 홈 팬들에 대한 인사는 너무나 당연하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정렬해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다.

심지어 원정팀 DeNA 선수들은 멀리 외야까지 달려간다. 자신들의 응원단에게 인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신 선수단 그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대신 오카다 감독의 짤막한 코멘트만 있었다. 그것도 구단을 통한 전달이다.

“한신 타이거스 팬 여러분, 2년 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경기로 감독의 임무를 마치겠다. 앞으로 다른 형태로 팀의 번영을 위해서 힘쓰겠다.”

황당하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기자들이 몰려든다. 한신 구단의 아와이 가즈오 사장을 포위한다. 그러자 이런 해명을 내놓는다. “본래 실시하는 팬들에 대한 인사는 없다. 오카다 감독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

몇몇 기자가 반박한다. “무슨 말씀이냐. (오카다 감독은) 조금 전에 경기 끝나고 덕아웃에서 우리들과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때만 해도 아무 이상 없었다.” 누군가는 함께 있던 보도진 숫자까지 밝혔다. 무려 38명이 도어스테핑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와이 사장은 계속 밀어붙인다.

“통상 시즌 다음날 하는 구단주 보고와 퇴임 기자회견의 개최도 보류하게 됐다. 이것도 역시 감독의 컨디션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본다. 몸 상태가 우선이라는 것이 구단의 판단이다.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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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류전 때 모습. 한신 유니폼을 입은 니폰햄 신조 감독을 보며 웃고 있다. 일본 아사히 TV 6채널 ABC-TV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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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상으로 문제는 없다. 오카다는 임기를 모두 채웠다. 계약 기간(2023~2024년)은 끝났다. 연장되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 이후의 역할도 있다. 구단 프런트에서 어떤 직함을 갖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울 뿐이다.

이미 9월부터 얘기는 파다했다. 곧 오카다 체제가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다. 급기야 주요 매체가 보도하기 시작한다. 후임자까지 거론된다. 현역 시절 마무리 투수였던 후지카와 규지(44)로 특정됐다. 이 정도면 확정이나 다름없다.

한창 선두 싸움이 치열할 때였다. 팀의 집중력이 온전할 리 없다. 리더십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그라운드 곳곳에서 수군거림이 들린다.

결국 병가로 이어진다. “밤새 기침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CS 준비를 앞둔 훈련에 감독이 불참했다. 2위가 3위에게 잡히는 업셋은 어느 정도 예정된 결말이었다.

와중에 구단의 내홍도 드러났다. 오카다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치열한 세력 다툼의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그룹의 지주 회사와 주력 계열사간의 알력으로 파악하는 관전평도 보도된다.

아무튼. 한신 구단은 교체를 강행했다. CS 탈락 다음 날인 14일 후지카와 감독의 선임이 발표됐다. 구단주 보고, 퇴임 인터뷰 같은 그들의 중요한 전통과 관행은 당연히 생략됐다.

물론 일방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오카다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의 소유자다. 독특한 카리스마를 위해 구단 프런트나 선수단, 미디어와 껄끄러움이 있었다는 후문도 돈다. 하지만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과제의 크기와, 시간도 중요한 요소다.

바로 작년 가을이다. 구단과 팬들의 오랜 염원이 이뤄졌다. 무려 38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그걸 이끈 사령탑이다. 그 빛나는 공적이 1년도 지나지 않았다. 홀대는 너무 이르다. 야박함, 섭섭함을 느끼는 여론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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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 뒤의 모습. 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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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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