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금융투자협회, 지난주 정부부처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반대’ 공동의견서 제출
국민연금에 382조 퇴직연금 시장 뺏길라 우려
“수익률 제고 장담 못 하고, 소비자 선택지 줄어”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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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조 시장 뺏길라..은행·보험·금투 ‘공동 대응’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는 지난주 정부부처에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사업자 참여 반대 입장을 담은 공동 의견서를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업권 협회가 뜻을 모아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은행, 보험, 증권사 모두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 향후에도 입법·정책 추진상황을 살펴보고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고용노동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28일 국민연금공단이 100인 초과 사업장 대상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케 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한 축을 이루는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도입 후 19년이 지난 지금도 연금제도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퇴직연금은 투자 전문가가 아닌 가입자(기업)가 운영 방법을 제시하는 계약형 퇴직연금 위주이고, 원리금 보장형 선호 현상으로 수익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률이 53.2%에 불과하고, 연금 수령률은 지난해 기준 10.4%에 머무는 등 현행의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382조원 규모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공론화하면서 민간 금융사들의 우려가 커졌다.
퇴직연금 적립금 키우기 경쟁이 치열한 은행권에서 특히 반발이 거세다. 주요 은행 자산관리 담당 임원들은 지난달 비공개 간담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내야 하는 건 지상과제지만, 국민연금이 운영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 “은행의 퇴직연금에는 편입할 수 있는 지수나 종목 등이 제한적이라 기금형 사업자인 국민연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익률의 문제”라면서도 “근로자 100인 초과의 큰 기업들이 국민연금 쪽으로 쏠릴 수 있다. 지금 퇴직연금 시장 경쟁으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적립금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각 업권에서 억울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한정애 의원 안에는 차이가 있다. 가입자가 원할 경우 국민연금 등 전문 운용조직에 맡길 ‘선택지’를 주는 게 고용노동부 안이라면, 100인 초과 사업장은 통째로 국민연금에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게 한 의원 법안 내용이다.
기금형 도입시 소비자 선택권도 위축 우려...정부에선 ‘수익률’ 강조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방안 모두 민간 운용사의 퇴직연금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데다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성향이 모두 다르고, 원하는 포트폴리오도 천차만별”이라며 “단순하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을 도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민간 운용사마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 원금보장형-비보장형 등의 선택지가 넓은데, 기금형이 도입되면 오히려 개개인의 자기주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와 여야 모두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어 업계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계속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 올려야 고령층의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높아져야 그만큼 정부의 재정 지출 부담도 덜어진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퇴직연금 성과 점검 및 우수사례 확산 간담회에서 “퇴직연금은 공적 성격의 연금과 민간 금융사의 전문성이 결합해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특별한 연금”이라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수준을 뛰어넘는 수익률로 복리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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