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최윤범 자사주 공개매수, 성공하면 되레 MBK에 이득… 이제 키는 국민연금이 쥐었다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
원문보기

최윤범 자사주 공개매수, 성공하면 되레 MBK에 이득… 이제 키는 국민연금이 쥐었다

서울맑음 / -3.9 °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5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이 공개매수를 통해 적지 않은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확보했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최윤범 회장 측은 아직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공개매수 결과가 최 회장 측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과 최 회장 측 모두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지분을 쥐고 대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에, 발행 주식 수 감소로 인해 MBK-영풍의 지분율까지 덩달아 높아지도록 도와주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든 까닭에 MBK파트너스는 더 적은 주식을 모아도 과반에 근접해 주총 표대결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전량 소각 조건으로 결의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방향을 전환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많은데, 아직 변수는 있다. 최 회장이 만약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끌어들인다면, 무게추는 다시 최 회장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 자사주 공개매수 성공 시 양측 지분율 격차 2%대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전날 종료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확보했다. 지분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목표치(6.9%)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MBK-영풍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때문이다. MBK-영풍의 현재 지분율(자사주를 제외하고 계산한 의결권 지분율 기준)은 39.42%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목표치를 취득해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MBK-영풍의 지분율은 48.03%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고려아연은 362만3075주(현재 발행 주식 총수의 17.5%)를 자사주 형태로 주당 89만원에 사들여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후 발행 주식 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어서, 주주들의 지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MBK-영풍뿐 아니라 최씨 일가 및 우호 주주들의 의결권 지분율도 현재 34.85%에서 45.59%로 높아지게 된다. MBK-영풍과의 지분율 격차가 3%포인트도 안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목표치까지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이 많아 유통 주식 수가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발행 주식의 7.83%를 들고 있던 국민연금이 보유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변수를 감안하면 실제 유통 주식이 얼마나 될지는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식 유통량은 미지수지만 그 중 최 회장 쪽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할 물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이 MBK-영풍의 승리로 돌아가지 않는 한,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는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주당 89만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주가(81만원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MBK-영풍 측 공개매수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나은 차익 실현 방법이다. 규정상 공개매수 단가는 위로 올릴 순 있어도 밑으로 내리지는 못한다.

◇ MBK, 이른 시일 내 주총 소집 청구할 듯… 국민연금 선택이 변수

결국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은 2~3% 차이의 지분을 들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MBK파트너스는 향후 영풍을 대신해 의결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는데, 이른 시일 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전망이다. 아직 가처분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청구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는 이사회 결의로 소집하지만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이 장악한 상태다. 이사회 결의 없이 임시주총을 열려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이사회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 회장 입장에선 주총이 가급적 늦게 열리는 편이 유리하다. 주총을 미루면 ‘자사주 맞교환’ 카드를 써서 백기사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 기존 자사주 2.4% 가운데 1.4%는 빠르면 내년 1월 매각할 수 있다. 즉 표대결을 내년으로 늦출 수 있다면 기존 자사주 전량을 제3자와 맞교환해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사주로 남아있을 땐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백기사에 팔면 의결권이 다시 살아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소각을 목적으로 취득한 게 아니어서 양수 후 6개월 뒤면 매각이 가능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물량을 늘리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은 발행 주식의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와는 별도다. 당연히 소각되지도 않으며 의결권도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전 지분 7.83%를 들고 있었는데, 현재는 얼마나 보유 중인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60%는 위탁운용사를 통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지분을 꽤 팔아 차익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때도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 절반을 장내매도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대체로 기업 오너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는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양측 모두 국민연금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