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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금리 인하에 2금융권 희비 교차… 카드 ‘맑음’ 보험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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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2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렸다. 자금조달 비용이 하락한 카드사는 고객 혜택을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사는 수익성·건전성 악화 우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현재 기준금리 인하 수준으로는 눈에 띄는 긍정적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3.25%로 결정했다.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했다.

◇ 카드사 “기준금리 인하 무조건 환영”

기준금리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금융권은 카드업계가 될 전망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높을수록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많아져 비용이 증가한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로 여전채 금리도 하락하면 부담은 한층 완화된다.

국내 여전채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한 번에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기 전부터 꾸준히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것이다. 지난 11일 AA+등급 3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3.36%로, 지난해 10월 말(4.93%)보다 1.57%포인트 하락했다. 연준의 빅컷이 있기 두 달 전인 지난 7월에는 3.4%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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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시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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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비용에 숨통이 트인 카드사는 고객혜택을 늘리며 영업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카드사를 중심으로 무이자 할부 혜택을 확대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전채 금리가 앞으로 더 하락할지 단정할 수 없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카드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 “효과 있을까”… 웃지 못하는 저축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되기보다 저축은행별 대출 가능 규모와 만기 도래 자금 여부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언제, 어떻게 저축은행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인하했는데,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개선된 것은 2014년부터다. 기준금리 인하가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고객 대다수가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에 실물경제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은 산술적인 표현이다”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어떤 루트를 통해 언제 저축은행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타이밍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고, 정부 정책 때문에 대출금리를 낮추기도 어렵다”라며 “자영업자·소상공인 영업이 잘되고,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는 등 실물경제가 좋아져야 한다”라고 했다.

◇ 역마진 우려되는 생명보험사

보험업계는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여러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되면 수익률(예정이율)이 줄어든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고객이 내야 할 보험료도 인상돼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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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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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역마진 발생 가능성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하락해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의 이자율보다 낮아지면 손실을 보는 것이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에서 얻는 수익률보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고금리 시절 높은 이자율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한 생명보험사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보험부채 할인율이 하락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감소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부채로 평가되는 규모도 커져 전체 보험사 자산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0일 열린 보험산업의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금리 하락 및 해지율 증가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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