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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이명주기자] 인적 없는 겨울 바다, 두 소녀가 서핑보드를 들고 파도에 몸을 맡겼다. 연신 넘어지기 일쑤, 그럼에도 깔깔 즐겁기만 하다.
10년 후, 다시 찾은 바다는 그때와 비슷한 듯 다르게 보인다. 폭설 때문일까. 환경이 달라졌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함께하지 않아서일까.
영화 '폭설'(감독 윤수익)은 10년의 세월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든다. 실재와 상상을 모호하게 표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미묘한 감정도 자극한다. 설이(한소희 분)와 수안(한해인 분)의 이야기를 통해 동경과 불안, 혼란, 편견 등을 건드린다.
섬세한 미장센이 압권이다.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강원도 양양 바다와 눈 덮인 설산 등을 무대로 인물들의 응축된 감정을 쏟아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합격점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목하는 한해인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 갈등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한소희는 비주얼만으로 캐스팅 이유를 납득시켰다. 어딘지 모르게 상처 입은 설이에 동화된 듯했다. 풋풋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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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설'이 11일 서울 GC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다. 윤수익 감독과 배우 한해인이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한소희는 일정상 불참했다.
'폭설'은 두 여자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작품이다. 배우 지망생 수안이 하이틴 스타 설이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총 4개 챕터로 구성했다. 설이, 수안, 바다, 폭설 등이다. 윤 감독은 "설이가 눈(폭설)을, 수안이 바다를 상징한다. 각 챕터별 제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지난 2019년 프리 프로덕션 후 촬영, 포스트 프로덕션을 거쳤다. 편집과 재촬영을 거듭한 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심지어 개봉 한 달 전 보충 촬영을 했을 정도다. 윤 감독은 "꾸준히 작업했다.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만큼 이제는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 프로젝트가 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자연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그는 "제목이 '폭설'인데 촬영한 그 해에 눈이 너무 안 왔다"며 "꼭 필요한 장면이고 겨울에만 촬영을 할 수 있어 미뤄졌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세월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담겼다. 수안이 배우가 된 이후의 모습을 추가 촬영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살렸다.
한해인 역시 이러한 설정이 영화에 녹아들도록 신경 썼다. "학창 시절 수안이 반항적인 모습이었다면 배우가 됐을 땐 사회적으로 여성성에 가까운 모습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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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폭설'은 한소희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윤수익 감독은 한소희 캐스팅에 대해 "감각적인 아름다움과 눈빛에서 저항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고 떠올렸다.
곧바로 출연을 제의했다. "(상반된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했다"고 덧붙였다.
'폭설'이 여성 퀴어 작품이라는 것 또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했다. 한소희가 캐스팅 제안을 받고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을까.
윤수익 감독은 "(퀴어물이라는) 그런 부분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보다 영화가 가진 이야기 톤이나 설이라는 인물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대신 전했다.
개봉을 앞두고 한소희와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한소희가 (첫 장편인 나와) 같은 입장이다. 신인 시절 연기여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하더라. '걱정 안 해도 된다' 했다"고 웃었다.
한해인은 상대역이 한소희라는 말에 "설렜다"고 돌아봤다. "처음 대사를 주고 받는데 한소희 눈빛과 감정이 훅 들어왔다.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인상 깊었다"고 연기 시너지에 만족해했다.
마지막으로 한해인은 "가장 추운 계절에 뜨거운 에너지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수안과 설이,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폭설'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87분.
<사진제공=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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