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대회에서 선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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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보수적인 대회로 손꼽히던 윔블던이 창설 147년 만에 선심을 없애고 전자 판독을 도입하기로 했다. 호주오픈, US오픈에 이어 3번째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0일(한국시간)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클럽이 2025년 대회부터 인공지능(AI)으로 판정하는 라인 콜링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윔블던 대회에선 '라인맨'이라 불리는 선심 7명이 경기장 주변에 허리를 굽히고 서서 볼이 라인을 넘어가는지, 서비스 라인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등을 살핀 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웃' 혹은 '폴트' 등을 외쳤다. 하지만 전자 판독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선심들 대신 코트에 설치된 수 대의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판정 결과는 미리 녹음된 목소리로 외쳐진다.
윔블던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엄격한 복장 규정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매우 보수적인 대회다. 윔블던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유니폼은 물론이고, 신발과 양말, 헤어밴드와 손목밴드 등까지 모두 철저히 흰색으로만 입어야 한다. 이런 유구한 전통을 고수했던 윔블던마저 전자 판독을 전격 도입함에 따라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는 프랑스 오픈도 곧 변화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오픈의 경우, 클레이 코트라 공이 지나간 자국이 남기 때문에 전자 판독을 TV중계 등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중계 화면의 전자 판독과 선심의 판단이 엇갈리며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듬해에도 오심 판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전자 판독 전면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전자 판독 도입으로 선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BC는 "(이번 조치로) 대회 경비를 다소 줄일 수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관이나 경기 진행 요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심들이 비디오 판독관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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