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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윔블던 잔디코트에 사람이 사라진다…AI심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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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이용 라인 콜링시스템 도입
대회 기간 선심 300여명 역할 대신해
“판정 정확성 극대화하기 위한 시점
기술이 충분히 견고하다고 판단했다”

조코비치 등 ‘판정시비 없어’ 찬성
나달은 “나는 선심을 더 선호” 반대


매일경제

윔블던 선심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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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부터 자동판정 시스템 도입을 고민했던 ‘메이저 테니스대회’ 윔블던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내년부터 코트 안에 ‘인-아웃’을 외치던 사람(선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AI심판이 들어선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0일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클럽이 2025년 대회부터 인공지능으로 판정하는 라인 콜링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25년 예선 경기장부터 본선이 열리는 18개 코트에 모두 라인 콜링시스템이 도입되면서 1877년 창설된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147년 만에 선심이 사라지게 됐다.

올잉글랜드 클럽은 “올해 전자 판독을 시험했으며 해당 기술을 실전에 적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판정의 정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는 호주오픈이 2021년, US오픈은 2022년부터 선심 없이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오픈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코트 위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선심을 기계로 대체하기 시작해 이제는 ‘AI심판’이 정착됐다.

코트에 설치된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리며 미리 녹음된 사람의 목소리로 ‘아웃’ 또는 ‘폴트’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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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호주오픈은 선심대신 카메라를 설치해 인-아웃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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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판정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던 2021년 호주오픈에서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예전과 확실히 달랐지만 흥미로웠다”며 “판정이 잘못될 가능성이 줄어든 것 같고, 판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좋다고 본다”고 했다. 또 오사카 나오미(일본) 역시 “챌린지를 요청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돼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기계가 하는 것인 만큼 판정에 대한 항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은 공이 지나간 자국이 코트 바닥에 남기 때문에 전자 판독 시스템을 TV 중계 등에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선심이 필요 없다’고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선수는 ‘리빙 레전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다. 조코비치는 이미 2020년부터 “솔직히 이런 기술이 있는데 선심이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다”며 “볼 키즈는 아무래도 있어야겠지만 라인 콜은 기계 쪽이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2020년 US오픈 16강 경기 도중 선심에게 공을 맞히는 바람에 실격패 당하기도 했다.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인간적 요소를 제거하는 자동 라인 판정 시스템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나달은 “개인적으로는 자동 라인 판정 시스템보다 선심을 선호한다. 앞으로도 그러면 좋겠다”며 “테니스는 지난 50년 동안 다른 스포츠에 비해 많이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동 판정 시스템이 테니스의 가치를 올릴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화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을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윔블던도 2021년 이후 4년 넘게 ‘AI심판 도입’을 고민한 이유는 ‘전통’ 때문이다. 윔블던은 심판을 대회 권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여기고 테니스라는 스포츠의 뼈대를 지탱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매년 약 300명의 선심이 예선 포함 3주간 18면의 코트에서 윔블던 심판으로 활동해 왔다. 수 천명의 심판이 일자리를 잃는 가운데 BBC는 선심을 없앤다고 해서 일자리가 줄거나 대회 경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BBC는 “윔블던 심판은 하루 200파운드(약 35만 원) 이상 벌 수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대회 경비를 다소 줄일 수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관이나 경기 진행 요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호크아이’로 불리는 자동 판정 시스템은 얼마나 정확할까. 테니스에 호크아이가 도입된 것은 2006년이다. 고화질 카메라로 녹화된 영상은 3각 측량법을 이용해 공의 궤적을 3D로 만들어 낸다.코트안에는 10대의 카메라가 설치되고 3.6mm 이하의 거리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니스공의 지금은 평균 67mm. 3.6mm는 공에서 살짝 나온 보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차범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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