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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어요. 부족한 점을 너무나도 인정해요. 제가 좀 더 노력을 해서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요?"
데뷔 25년차지만 여전히 소년미가 가득한 배우 유승호를 만났다.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끝마친 유승호는 어딘가 홀가분해보이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극 중에서 유승호는 루이스(이태빈·정경훈 분)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의 성소수자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았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이다.
이날 유승호는 연극을 끝낸 소감에 대해 "연극을 끝내고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처음인데 겁이 좀 있는 상태에서 올라갔다. 극 자체도 되게 쉽지 않은 극이어서
'떨린다, 긴장된다' 하고만 올라갔는데 그 이후부터는 먹질 못했다"고 운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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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연인과의 이별 후에 불치병으로 야위어가는 캐릭터를 그려야했기에 체중 감량도 불가피했을 터. 유승호는 "처음에는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대 중반부 이후에는 식욕도 아예 없어지고 그래서 더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첫 공연 때 64kg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공연 때는 56kg까지 감량이 돼있더라. 극 중에서 에이즈 환자였고 (체중 감소가) 여러 증상 중 하나였어서 외적으로 보여지는 게 운도 따라줬다 하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어느덧 데뷔 25년차 배우가 됐지만 연극은 처음이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려가 되진 않았을까. 유승호는 "체력이 어떨지 몰라서 따로 준비한 건 없었다. 진료씬에서 옷을 벗어야하는데 제가 체격이 왜소해서 운동은 따로 좀 했다"면서 "동의하지는 못하는데 조명 때문인지 다들 몸이 좋다고 하시더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중간에는 운동도 포기하고 '최대한 말려버리자' 하는 생각이었다. 아픈 사람으로, 에이즈 환자로 보일 수 있게. 영양제 같은 약은 너무 세서 속이 안 좋아지길래 먹진 못했다. 그냥 연극 끝나고 이틀에 한끼 먹고 그랬다"며 "무대 위에 올라가면 장 트러블이 나는데 그게 무섭더라. 남은 2시간 20분을 버텨야 하지 않나. 카메라 앞이면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할텐데 (무대는) 그게 안되니까 차라리 먹지 말자 하는 생각에 안 먹고 올라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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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차 배우지만 연극 도전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유승호는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 열심히 해서 잘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점을 너무나도 인정한다"며 "제가 좀 더 노력을 해서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죄송하다"고 웃어보였다.
평소 대중들의 반응을 보는 편이냐는 질문에 유승호는 "(첫 연극이라) 반응이 궁금하니까 잘했나 못했나 궁금하더라. 무대 배우들한테 반응을 어떻게 확인하냐 하고 알아봤는데 보고 너무 슬펐다"면서도 "그건 제 잘못이니까 아프고 슬프고 이런 걸 다 떠나서 제가 해야될 게 있으니까 빨리 수정해서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자 하는 게 목표였다. 엑스를 들어가서 봤는데 너무 아프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예전에는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굳이 반응을 확인을 안 한다. 제가 잘한다 이런 게 아니라 사실 괜찮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매일 맞는데 안 아플 수가 있겠나. 나를 위해서라도 조금은 안 보는 게 낫겠다 싶더라. 이번에는 무대 첫 도전이었고 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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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연기만 해왔던 터라 첫 연극 도전에 생각이 많아 보였던 유승호. 그는 "제가 지금 하는 이야기들이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들한테 죄송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는 매체 배우였고 어떤 배우들은 이걸 하고 싶어서 기다렸을 테지만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첫 공연때는 대사 하나 안 틀려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발이 땀이나고 흔들린 적이 처음이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어 그는 "(공연을 마치고)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못했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배우로서 (연극을) 연습의 무대로 삼은 건 절대 아니지만 이걸 어떻게 해서든지 남은 관객분들한테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집에 가서도 하루종일 웅얼웅얼 거렸다. 일찍 가서 한번이라도 더 맞춰보고 무슨 수를 다 써봤다. 공연을 하면서 점점 프라이어라는 인물이 발전되어서 조금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빨리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유승호는 연극을 끝내고 난 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먹고 싶다.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동안 먹고 싶은게 너무 많더라"면서 "라면이 너무 맛있더라. 일주일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먹었다. 계속 먹고 밀렸던 영화나 보고 그랬다. 체중은 안 재봤는데 아랫배가 뽈록 튀어나온 것 같더라. 일주일을 먹고 싶은 걸 먹었으니까 건강하게 살을 찌워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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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승호는 "연극을 하면서 일반 매체 연기할 때 입어볼 수 없는 옷도 많이 입어봤고 그런 씬들도 재미있었다. 매체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를 통해서 가까이 잡아주기도 하고 편집을 통해서 예쁘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너무 대극장이여서 팬분들이나 관객 분들이 저 포함해서 재밌고 멋있는 모습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고 신기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작은 무대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앞서 유승호는 한 방송을 통해 "내 얼굴이 느끼하고 질리다"는 외모 망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32년을 보면 제 얼굴도 좀 질리지 않겠나. 안질리시나. (웃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진짜 질린다. 느끼한 게 얼굴에서 제일 싫다. 눈썹 푹 들어간게 너무 좀 느끼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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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차 배우로서, 아역부터 성인까지 거쳐오는 과정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없었을까. 유승호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 같다. 불규칙적으로 오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같으면 우울감에 빠져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허둥대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문제가 생겼으니 뭐라도 해보고 매니저나 친구, 과장님, 이사님 등을 만나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유승호라는 사람을 인간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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