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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우승하려고 152억 썼는데 써보지도 못하다니… 이승엽의 불운이었나, 필연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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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0-1로 패한 이후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두산은 선발 최승용을 시작으로 마운드 자원을 총동원하며 기세가 오른 kt 타선을 1점으로 막는 데 성공했다. 보통 마운드가 9이닝 동안 1점을 내주면 높은 확률로 이기는 게 야구다. 하지만 두산은 그렇지 못했다. 타선이 1점도 내지 못하면서 비극의 희생양이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5위 팀이 4위 팀을 이기고 준플레이오프에 간 적은 없다. 4위 팀은 두 경기를 모두 안 지면 된다. 1패1무도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간다. 5위 팀이 내리 두 판을 이기고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 1차전은 잡은 5위 팀이 몇몇 있었지만, 2연승을 거두지는 못하곤 했다. 그러나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마운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침묵하며 쓰라린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대 최다인 18이닝 무득점 신기록의 비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주축 타자들이 자기 몫을 하지 못했고, 대타 자원이 마땅치 않을 정도로 타선 뎁스가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여기에 가장 아쉬운 이름이 있다. 바로 팀의 안방마님이자 핵심 타자인 양의지(37)다.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칼이기도 했던 양의지는 이번 시리즈에 팀 공헌도가 미비했다. 쇄골 부상 탓이었다.

양의지는 시즌 막판부터 왼쪽 쇄골 염증 증상으로 고생했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경기에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도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사 치료를 하지 못한 가운데 약을 복용하며 회복을 기다렸지만 더뎠다. 방망이를 휘두를 때 통증이 있으니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 수비만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양의지는 결국 1·2차전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8회 대수비로 나가 2이닝을 소화했을 뿐이었고, 2차전에서는 아예 벤치를 지켰다. 중요한 찬스에 대타로도 나갈 수 있었다면 두산이 승부수를 띄울 만했는데 아쉽게도 양의지는 그럴 만한 몸 상태가 되지 않았다. 선수도, 두산도 억울한 상황이었다. 양의지 없이 공격이 어느 정도 돌아갔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유독 양의지의 공백이 커 보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양의지는 두산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2018년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NC로 이적해 4년을 뛰었다. 두산은 그런 양의지를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데려왔다. 총액 152억 원에 이르는 특급 대우를 해주며 공을 들였다. 모든 것은 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기 위한 야심이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이승엽 감독을 축하하는 선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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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지난해 129경기에서 타율 0.305, 17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도 시즌 119경기에서 타율 0.314, 17홈런, 9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8을 기록했다. 전성기보다는 떨어진 타격 수치지만, 그래도 포수로는 리그 정상급 수치를 뽐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양의지의 시간이 다 가기 전에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재도전한다는 복안이었으나 양의지의 계약기간 첫 2년 모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양의지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으니 허탈함이 배가됐다.

한편으로는 주축 베테랑 선수들에게 너무 의존했던 두산의 올 시즌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이승엽 감독도 이를 어느 정도는 인정했다. 이 감독은 3일 2차전이 끝난 뒤 “(라인업이) 베테랑 위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해 베테랑에 의존해야 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중용하는 선수들만 중용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면서 “어떻게 격차를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도 있고, 이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산이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2025년 팬들 앞에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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