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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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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IFRS17…'한탕보험' 막고 해지율·손해율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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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6일 3차 보험개혁회의 개최

독감보험 과열경쟁…보장한도 가이드라인

계리법인 검증항목으로 '해지율' 신설키로

새로운 보험사 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과도한 보장으로 이른바 '한탕'을 노린 상품들이 출시돼 업계를 흔드는 일이 빈번한 데다가, 해지율·손해율 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쓰면서 실적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장한도 가이드라인과 심사기준을 마련해 보장액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 일부 계리적 가정은 계리법인에 검증을 맡기기로 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지난달 26일 열고 이 같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개혁회의는 문제 있는 보험관행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 5월 발족한 협의체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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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험개혁회의에선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보장받고 보험료도 절감할 수 있도록 건전경쟁 확립방안을 논의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신계약 확보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에에선 최근 보장한도 과열 경쟁이 일었다. 독감보험이나 입원·통원·간병일당,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및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등 보장액을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 보장한도를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심사기준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실제 지출이 예상되는 치료비·간병비 등 평균비용을 고려하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위로금·교통비 등은 제외한다. 미래 비용 상승률은 객관적 예측이 가능한 경우에만 반영할 수 있다. 신고상품의 경우 상품신고서에 보장금액 한도 산정근거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보장금액 한도 설정 심사기준도 마련했다. 자율상품은 상품 기초서류에 최근 문제가 된 일부 담보에 대해 보장한도를 기재하도록 했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최근 보험업계에선 독감보험의 보장액을 100만원까지 증액하는 등 일부 보험상품의 보장한도를 과도하게 높이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불건전 경쟁에 따라 소비자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어 건전 경쟁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계약서비스마진(CSM) '뻥튀기'도 개선하기로 했다. IFRS17 도입과 함께 핵심 수익성 지표가 된 CSM은 보험계약에 따른 미래 수익을 매년 나눠 인식하는 개념으로, 보험사의 가정에 따라 수치가 바뀔 수 있다. 미래의 무해지보험 해지율이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등을 보험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다른 회사와의 비교는 물론 동일한 회사의 과거 실적과도 비교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보험상품 개발 시 해지율 등을 계리법인 검증항목으로 신설하고, 검증항목별 구체적 절차와 표준양식을 마련하는 등 외부검증 실효성을 제고했다.

보험상품을 판매할 땐 법인보험대리점(GA) 등이 차익거래로 부당이익을 취득하는 일을 방지한다. 차익거래 금지기간을 현행 1년에서 보험계약 전 기간으로 확대하고, 지급수수료뿐 아니라 직접적 지원경비를 모두 포함해 차익거래를 판단하기로 했다. 차익거래란 판매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은 계약으로 허위 보험계약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된 보험사 내부 상품위원회가 보험상품 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위원회가 상품기획·출시·사후관리 등 상품개발과 판매 과정의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품 담당 임원뿐 아니라 최고위험책임자(CRO)·최고고객책임자(CCO)·준법감시인 참여를 의무화하고 심의·의결 내용은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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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과 보험산업 건전경쟁 확립방안, 보험산업 현안 및 국민 체감형과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미지출처=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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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험개혁회의에선 보험사기·도덕적 해이 등을 막기 위해 보험사기 예방 내부통제 규율을 명시화하기도 했다. 보험상품의 보장내용·한도 등에 대한 보험사기 영향도 평가를 실시한 뒤 상품위원회가 그 결과의 적정성을 심의하기로 했다. 계약자의 담보별 보장한도를 설정·심사할 땐 타사 계약을 포함한 기존 계약의 보장액 한도를 합산토록 해 과도한 보장한도 설정을 방지한다.

또한 보험사의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고 예방지침을 제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보험업계 금융사고는 연평균 88억5000만원(14.5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금전거래 등 고위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5년 이상 장기간 연속근무를 금지하고 금융사고 위험이 높은 거래는 복수의 인력·부서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임직원의 1% 이상을 준법감시 인력으로 확충하고 준법감시 직원의 50% 이상을 전문인력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건전경쟁 확립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보험사의 금융사고와 불건전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상품으로 경쟁하며 보장이 필요한 부분만큼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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