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득점 완패' 벼랑 끝 두산, 왜 라인업 똑같을까…"지금 베스트, 발라조빅은 본인이 대기한다고"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제 내일이 없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치르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4위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1승을 안고 시작하기에 2일 열린 1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게 중요했지만, 0-4로 완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두산이 내세운 에이스 곽빈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가운데 kt 1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는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이 감독은 누구보다 가을 무대에서 1승이 간절한 사령탑이다. 지난해 처음 두산 지휘봉을 잡고 5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지만,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9-14로 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단 1경기 만에 가을 무대에서 탈락한 경험은 이 감독에게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두산 구단은 큰 실망감을 표현한 팬들에게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사과문을 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만큼 구단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감독은 올해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누구보다 승리를 챙기고 싶었을 것이다. 기선을 제압할 1선발이 가장 중요했는데,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두산은 4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정규시즌 내내 선발진이 약해 애를 먹었던 팀이다. 불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 가능한 오래 버티면서 다음 시리즈에 계속 진출하려면 탄탄한 선발진은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두산은 믿을 투수가 올해 15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에이스 곽빈뿐이었다. 정규시즌 막바지 계속 불안한 투구를 펼쳤던 조던 발라조빅은 포스트시즌에 불펜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곽빈-최승용-최원준으로 어떻게든 버텨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전부터 곽빈이 무너지면서 이 감독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2번째 투수로 급히 내보낸 발라조빅이 4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친 덕분에 이교훈(⅓이닝)-이영하(⅔이닝)-김강률(1이닝)-이병헌(⅓이닝)-최원준(⅔이닝)-홍건희(1이닝)까지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칠 수 있었으나 타선이 아예 터지지 않았다. 팀 안타는 오히려 kt보다 1개 더 많은 7개를 기록했는데, 중심 타자인 김재환과 양석환이 득점권에서 침묵하면서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벼랑 끝에 놓인 두산은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제러드 영(좌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김기연(포수)-조수행(우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1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이다.

이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 베스트 라인업이라 생각한다. (허)경민이랑 (김)재호를 변화를 줄까 생각했는데, 경민이는 어제 한 경기 2안타로 부담 없이 잘 치르고 있어 7번에 넣었다. 재호도 kt 상대로 타율이 좋다. 어제도 좋은 장면에 안타가 나왔다. 산발적인 안타로 무득점에 그쳤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심 타선에서 장타가 나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포수 양의지는 예고한 대로 2차전도 선발 출전이 불가능하다. 양의지 없는 두산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을 1차전에서 충분히 확인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왼쪽 쇄골 염좌로 이탈한 양의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는 타격이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양의지는 1차전에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했고, 타순이 돌아왔을 때는 대타 이유찬으로 교체됐다.

양의지는 "주사를 맞으면 바로 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주사가 안 되니까. 지금 약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빨리 (통증이) 안 잡힌다. 준플레이오프에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지금 계속 치료해 주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타격할 때 안 아프면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픈 상태에서 하다가 또 크게 아플 수가 있어서 아직은 조심하는 단계다. 통증만 빨리 잡히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동료들이 준플레이오프까지만 힘을 조금 더 내주길 바랐다.

이 감독은 "양의지는 어제와 확연히 차이가 나거나 좋아지는 게 보이진 않는다. 어제와 비슷하게 경기에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선발투수는 좌완 최승용이다. 최승용은 올해 부상으로 7월 말에야 뒤늦게 1군에 합류해 12경기에서 2승, 1홀드, 27이닝,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9월 이후 등판한 3경기에서 2승, 13⅓이닝,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하긴 했으나 강력한 선발투수라 말하기는 어렵다. kt는 올해 11승을 책임진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을 2차전 선발투수로 낙점했고, 여차하면 소형준까지 뒤에 붙이는 계획을 세워뒀다. 투수의 무게감에서 확실히 kt가 두산을 압도한다.

결국 불펜 싸움으로 승부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1차전에서 36구 투구에 그친 곽빈과 58구를 던진 발라조빅까지 전원 대기한다고 밝혔다. 2차전 미출전 선수는 좌완 이교훈과 사이드암 박정수 2명이다.

이 감독은 곽빈과 발라조빅의 투입 시기와 관련해 "고민이 된다. 이제는 내일이 없다. (최)승용이가 길게 5~6이닝 던질 것이라 바라지 않는다. 집중력 있는 경기에서는 체력 소모가 정규시즌과 다르다. 승용이가 올 시즌 80개 이상 던진 적이 많이 없어 많은 이닝보다는 한 이닝 한 이닝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펜 소모도 많지 않아서 다 써야 한다. 초반에 대량 득점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투입할 수 있는 투수들은 다 투입할 것이다. 곽빈의 투입 시점을 보겠고, 발라조빅도 대기한다고 한다. 발라조빅의 팀을 위한 마음이 나머지 선수들에게 잘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김기연이 포스트시즌 생애 2번째 경기에서는 조금 더 힘을 내길 바랐다. 이 감독은 "타석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나머지 8이닝을 실점없이 리드를 잘해 준 것 같다. 위기도 있었지만. 어제 한 경기 해본 게 큰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본인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경기는 긴장한 것 같은데, 2번째 경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양의지의 빈자리를 한번 더 잘 채워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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