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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아직 태인이 레벨 안 된다" 겸손한 15승 에이스, '외국인 선발 無' 두산의 가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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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진짜 겸손한 게 아니라. 나는 아직 (원)태인이 보다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은 아직 레벨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두산 베어스 곽빈(25)은 풀타임 선발투수 4년차인 올해 생애 첫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곽빈은 시즌 15승을 수확하면서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4)과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국내 선발투수가 다승왕을 차지한 것은 2017년 KIA 타이거즈 양현종 이후 7년 만이다. 2017년 양현종은 같은 팀 외국인 투수였던 헥터 노에시와 함께 20승을 달성해 공동 1위에 올랐다.

다승왕에 외국인 투수가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2012년 삼성 장원삼이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이후 2013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크리스 세든을 시작으로 지난해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까지 11년 동안 외국인 투수가 다승 1위에 없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KBO리그에서 외국인 에이스들이 국내 투수들을 압도했다는 뜻인데, 올해는 원태인과 곽빈이 일을 냈다.

곽빈은 원태인과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과 관련해 "(원)태인이가 언제 또 던지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는 당연히 태인이가 받겠지 생각했다. 태인이도 안 던진다고 해서 마지막 경기(지난달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를 던졌는데 그때는 솔직히 그렇게 부담은 없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분은 좋았던 것 같다. 한국인 다승왕이 정말 오랜만이라고 하고, 올해 타고투저 시즌이었는데 한국인이 다승왕을 차지했다는 게, 또 태인이랑 같이 수상한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15승이라는 결과를 냈으나 원태인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투수라고 강조했다. 곽빈은 "진짜 겸손한 게 아니라 나는 아직 태인이보다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은 아직 레벨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태인이는 지금까지 꾸준히 던졌던 투수다. 나는 이제 4년째고, 태인이는 거의 6년 가까이 신인 때 빼면 풀로 다 던졌다고 생각한다. 또 태인이는 라이온즈파크(타자 친화 구장)를 홈으로 쓰지 않나. 나는 잠실(투수 친화 구장)을 쓰고, 거기서 좀 실력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래도 곽빈 스스로는 가장 성장한 한 해였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인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67⅔이닝(커리어하이)을 책임졌다. 평균자책점은 4.24로 다소 높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인 투수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자리를 비워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곽빈이 선발 로테이션을 쭉 지킨 것만으로도 두산에 큰 힘이 됐다.

곽빈은 지난해 10월 19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팀의 9-14 패배와 가을야구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곽빈은 "나도 그때 많이 분하기도 했고, 솔직히 시즌 막바지라 힘도 많이 떨어졌다. 분할 힘도 모자라서 허탈했다"며 다시 가을 무대에 오른다면 설욕하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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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바로 설욕의 기회를 얻은 곽빈은 "이번 시즌도 힘들긴 하다. 힘든데 조금 많이 배웠던 시즌인 것 같다. 끝까지 끝날 때까지 가면, 이제 더 많이 배울 것 같다. 올해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의미 있는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선발투수로 이렇게 30경기를 던져본 것은 처음이다. 선발투수의 몸 관리의 중요성이라든가 잘 안 될 때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 많이 알아가는 시즌인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두산은 일찍이 정규시즌 74승68패2무로 4위를 확정하고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5위팀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kt 위즈와 SSG 랜더스가 나란히 72승70패2무로 공동 5위에 올라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BO 역대 최초로 5위 타이브레이크를 치르게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5위팀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곽빈을 포스트시즌 1선발로 예고했다. 이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는 곽빈을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한 경기 먼저 내주게 되면 1승1패지만,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다. 우선 곽빈도 긴 이닝보다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상대를 압도하면 좋겠다. 빈이가 15승 투수이기 때문에 우선은 믿지만, 또 초반에 흔들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조금 안 좋을 때는 당연히 빠른 교체 시점이 오겠지만, 그렇게 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빈이는 우리나라에서 올해 가장 승리를 많이 한 투수다. 빈이가 (5위로) kt가 올라오든 SSG가 올라오든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곽빈은 "사실 프로에 와서 가을야구를 하면서 3번째 던지는데, 다 1차전 선발투수가 나였다. 운 좋게 된 것 같고 해서 그렇게 큰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일단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는 곽빈-최원준-최승용까지 3명을 확정해뒀다.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은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고, 올해 5선발로 두각을 나타냈던 최준호는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이상 진출하면 선발 보강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어쨌든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곽빈이 이 감독에게 포스트시즌 첫 승을 선물해야 긴 가을을 꿈꿀 수 있다.

곽빈은 "점수를 안 주는 게 제일 먼저 목표다. 긴 이닝을 던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거의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점수를 안 주는 것에 제일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몇 점을 주더라도 이닝을 던질 수 있는데, 한 경기가 소중하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빨리 내리면 어쩔 수 없다"며 가능한 무실점으로 길게 버티겠다고 했다.

이어 "기세 하나로 그냥 해야 하는 것 같다. 열심히 운동한다고 잘 던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멘탈 관리 잘하면서 진짜 기세 하나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냥 빨리 10월 2일이 됐으면 좋겠다.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 하루하루 졸리는 마음을 버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태인과 비교할 때는 겸손했지만, 팀을 대표하는 1선발의 책임감을 말할 때는 자신감을 보였다. 곽빈은 "야구 결과는 모르지 않나. 그때의 내게 맡기려 한다. 그냥 나 하나 믿고 해보자는 느낌으로 던지려 생각하고 있다. (kt와 SSG) 모두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부담이 되는 팀이다. 그냥 나는 내 공을 믿고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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