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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타이거즈 선수 출신 이범호, 사령탑으로 타이거즈에 KS 직행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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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최초의 80년대생 감독으로 맏형 리더십

두꺼운 전력 최대한 활용, 돌발악재에 누수 최소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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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3) 감독이 KIA 타이거즈에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출전권을 선사했다. 이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는 KIA를 정규 리그 1위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는 1989년 단일리그 출범 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2009년, 2017년에 이어 7번째로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에는 명장 김응용 전 감독, 2009년에는 조범현 전 감독, 2017년에는 김기태 전 감독이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아우른 통합 우승 축배를 들었다.

잘 알려진 대로 김응용 전 감독은 KBO리그에서는 선수로 뛰지 않았고 프로 선수 출신인 조범현 전 감독과 김기태 전 감독 역시 현역 때 호랑이 유니폼을 입진 않았다.

2011∼2019년 KIA에서 활약한 이범호 감독은 타이거즈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 샴페인을 터뜨릴 기회를 잡았다. 타이거즈는 2017년까지 11번 도전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불패의 신화를 간직한 최다 우승 구단이다.

2000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009년까지 10년간 독수리로 비상하던 이범호 감독의 운명이 호랑이로 바뀐 시기는 2011년 겨울이었다. 2009년 말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기간 2+1년에 최대 5억 엔을 받는 조건에 계약했던 이범호 감독은 팀이 불과 1년 만에 자신을 전력 외로 분류하자 국내 복귀를 저울질했다.

소프트뱅크는 2011년 1월 이범호 감독의 원소속구단인 한화와의 협상에서 2011년 연봉 1억 엔을 한화에 부담해 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한화는 당시 한대화 감독의 간곡한 계약 요청에도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보름도 안 돼 소프트뱅크가 이범호 감독을 조건 없이 방출한 소식을 접한 KIA가 발 빠르게 움직여 1년 총액 12억 원에 이범호 감독을 데려왔다.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이범호 감독은 한화 시절처럼 꾸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단숨에 주포로 자리매김했고 2017년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도 누렸다.

이범호 감독의 인성, 지도자로서의 가능성 등을 자세히 지켜본 KIA 구단은 이 감독을 프랜차이즈 스타에 버금가는 팀의 간판으로 육성했다.

은퇴 후 이 감독은 스카우트,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 등 핵심 보직을 차례로 거치며 지도자 이력을 쌓았다.

비위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과 올해 1월 계약을 해지한 KIA 구단은 후임자를 일찌감치 내부 인사로 점찍고 감독감으로 키우던 이범호 당시 타격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말 잘 통하던 맏형 이범호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자 두 살 아래 최형우 등 동생으로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더욱 반겼다. 이 감독은 감독 면접 때 타격 코치로서 KIA 타자들이 6월 이래 활발한 타격을 펼친 수년 간의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에 맞춰 시즌 초반인 4∼5월 팀 성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령탑에 앉은 뒤 초반 높은 승률을 올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KIA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진 3∼4월 정규 시즌에서 21승 10패를 거둬 20승 11패를 올린 NC 다이노스와 더불어 양강으로 치고 나갔다.

선발 투수가 두 명이나 나가떨어진 5∼6월 위기를 KIA는 24승 2무 23패, 5할 승률로 버텨 선두권을 유지했다. 3∼4월에 10승 이상을 벌어둔 효과가 컸다.

새 외국인 투수로 선발진을 재정비하고 불펜진이 안정을 찾은 7∼8월 KIA는 다시 승수를 쌓아 29승 16패로 다시 10승 이상을 추가하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간 끝에 9월 17일 마침내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 지었다.

부상 등 각종 돌발 악재에도 이범호 감독은 마운드와 야수진의 두꺼운 전력층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맏형의 리더십은 친근하면서도 따끔했다. 이 감독은 박찬호,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주전들이 기본을 저버린 수비나 주루를 하면 가차 없이 교체했다. 처분은 공정했고 메시지는 확실했기에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승리 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긴 대들보 투수 양현종을 교체한 순간이다. 9대5로 쫓긴 2사 1·2루가 되자 승리를 위해 불펜을 가동한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당혹감과 분노로 넋 빠진 표정을 짓던 양현종을 뒤에서 껴안고 위로했다. 갈등은 잠시, 오해는 눈 녹듯 사라진 보기 드문 리더십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유명한 인화의 지도자 김인식 전 한화 감독, 김기태 전 감독 밑에서 행복하게 야구했다. 두 명장의 색깔을 보탠 이범호 감독만의 야구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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