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손흥민을 향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영국축구협회(FA)가 징계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정작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벤탄쿠르를 감싸안았다.
영국 BBC는 12일(한국시간) "FA는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기소하기로 했다. 벤탄쿠르는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혐의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FA는 "벤탄쿠르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부정행위로 FA 규정 E3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행위 또는 모욕적인 언행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있다"며 "국적 또는 인종, 민족적 기원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급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는 중대한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에 의한 모든 차별 행위에 대해 6~12경기 제재가 권고된다. 벤탄쿠르는 오는 19일까지 응답해야 한다"고 벤탄쿠르가 최대 12경기에 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가 기소된 이유는 그가 영국축구협회 규정 중 E3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E3 조항은 선수와 감독은 물론 코칭 스태프들,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조항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외부에서 함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정이다.
규정 중 E3.1 조항에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는 폭력적인 행동과 모욕적이거나 불쾌한 발언이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E3.1 조항에 이어지는 E3.2 조항은 가중 위반과 관련된 규정이다. 해당 조항은 선수, 코칭 스태프 및 관계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했을 시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성별 ▲성적 지향성 ▲장애 등이 내용에 포함되었을 경우 추가적인 처벌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E3 조항을 위반하면서 E3.2 조항에 의해 가중 위반까지 적용될 경우 해당 인물은 출전 정지 혹은 벌금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규정이 개정된 이후 선수들이 받는 출장 정지 징계의 경기 수가 기존 5경기에서 6경기로 늘어났다.
지난 6월 벤탄쿠르는 코파 아메리카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우루과이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아시아인을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을 꺼냈다.
인터뷰 진행자가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었다.
인터뷰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크리스티안 로메로)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심지어 대상이 같은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손흥민과 한국 사람들이었기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 스토리 기능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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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손흥민 한 명이 아닌 한국인 전체를 향한 것이었기에 이를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치부한 것에 대해 팬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피해자인 손흥민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영문으로 밝혔다.
손흥민은 "롤로(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벤탄쿠르가 실수한 것이었고, 이 사실을 알고 사과했다"라며 "벤탄쿠르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올렸다.
이어 "우리는 이번 일을 넘어가기로 했고, 다시 뭉쳤다. 프리시즌에 다시 함께 뭉쳐 팀을 위해 하나가 돼 싸울 것이다"라며 '쏘니(Sonny)'와 하얀색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벤탄쿠르도 2차 사과문을 게시했다. 벤탄쿠르는 "난 모든 팬 여러분, 그리고 날 팔로우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이 아닌 손흥민을 언급한 것이었고, 그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알렸고, 그(손흥민)는 이게 불행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관련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 도중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한 언급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경기 후 장면에 대해 어려운 시간을 겪었는데, 이를 두고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혹은 나눌 예정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에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쏘니(Sonny)다. 손흥민이 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는 처리 중이고, 뒤에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 중요한 건 (대화가 아니라)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손흥민의 기분과 손흥민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말이었다.
FA가 벤탄쿠르를 기소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포스테코글루의 입장은 변함 없었다. 벤탄쿠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과 벤탄쿠르 둘이 대화를 나눴다. 두 선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젠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벤탄쿠르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에 산다. 축구선수든 이웃이든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 사람으로서 노력하고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하려고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면서 "이전에도 말했듯 난 처벌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은 죄를 반성하고 배우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걸 이해하고 관용하는 사회를 세우기 위해선 실수한 사람들에게도, 이번엔 벤탄쿠르에게 그걸 알려야 한다"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포스테코글루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우리가 벤탄쿠르를 더 많이 안다. 벤탄쿠르와 매일 함께 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자 훌륭한 팀 동료지만 이번엔 실수를 했고, 어쨌든 처벌은 받아야 한다"라면서도 "우리는 그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배우길 바란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라며 다시 한 번 벤탄쿠르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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