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 사진=권광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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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수원FC)가 중국 공안의 강압조사에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손준호는 11일 경기도 수원의 수원시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승부조작 혐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손준호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5월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던 이후로 처음이다.
손준호는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오랜 기간 구금됐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였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거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해왔다.
이후 손준호는 올해 3월에서야 석방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라운드 복귀를 준비한 손준호는 지난 6월 수원FC에 입단했고, 이후 주축 선수로 활약해왔다.
그런데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중국체육총국, 공안부와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사건 연루자 61명에 대한 징계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손준호 등 44명에게는 영구제명 징계가 내려졌다.
현재 손준호는 중국에서 뛰고 있지 않고, K리그1 수원FC 소속이다. 문제는 중국축구협회의 영구제명 징계가 국제축구연맹(FIFA)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손준호는 K리그에서도 뛸 수 없으며, 선수생활에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손준호는 체포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 공안으로부터 강압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목이 메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처음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당황스러웠고,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돼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공안은 핸드폰으로 번역해서 뇌물수수죄로 체포한다고 보여줬다. 당시 무슨 말인지 싶었고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중국 경찰은 말도 안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와이프도 같이 구치소로 잡혀와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겁을 줬다"며 "핸드폰 속 내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너무나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도 처음이었다.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변호사와 접견을 한 이후에야 거짓 자백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았다고도 밝혔다.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느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이야기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가족에 대한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고 호소했다.
손준호는 자백을 번복한 뒤 더욱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그들에게 증거는 초기에 했던 압박 수사를 통한 나의 거짓 자백 뿐이었다. 이후 조사 내용도 매번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갈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는 동료 선수 진징다오(김경도)와의 20만 위안(약 3800만 원) 금전거래에 대해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재판이 있기 전 판사와 고위 간부를 만났는데, 작은 죄라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제 여기서 나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이 아니고 개인 간의 금품 수수 혐의로, 나가서 선수생활을 이어 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고, 그 누구라도 그 순간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발설 시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손준호는 질의응답을 통해 다시 한 번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징다오와의 금전거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친구와 돈독하게 지낸 사이였고, 친구 간이라 돈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승부조작을 해서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받은 돈은 아니라고 조사할 때도 진술했다"며 "솔직하게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결백을 증명한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손준호가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FIFA가 중국축구협회 징계를 국제적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손준호는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한 손준호의 에이전트 박대연 대표는 "중국축구협회에서 (손준호의 승부조작을) 증명하려면 세부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FIFA가 중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FIFA가 중국의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추후 대응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수원FC 최순호 단장, 구단 프런트와 지금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FIFA나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에서 수원FC 쪽으로 어떠한 메시지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도 기자간담회 이후 소통을 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도 소통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준호는 "이 자리에서 말한 것은 거짓 하나 없다. 사실만 이야기했다"며 "이 또한 잘 견디고 이겨내서 대한민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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