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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목표 넘은 투혼, 무관심의 벽은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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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폐막

경향신문

금빛으로 반짝인 영광의 얼굴들 파리 패럴림픽이 9일 폐회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위쪽부터 금메달을 딴 조정두(사격 P1 남자 10m 공기권총, SH1), 김기태(탁구 남자 단식, 스포츠등급 MS11), 김영건(탁구 남자 단식, MS4), 정호원(보치아 혼성 복식, BC3), 박진호(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금 6·은 10·동 14 종합 22위
사격·탁구·보치아 맹활약
예상 메달 수 이상의 ‘쾌거’

경기 대부분 생중계 안 돼
국민적 관심 부족 숙제 여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유감”

12일간 프랑스 파리를 밝힌 2024 패럴림픽 성화가 9일 꺼졌다.

한국은 폐회식에 장애인 카누 최용범을 기수로 앞세우고 등장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 패럴림픽 조직위원장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연설 이후엔 당선된 6명의 IPC 신임 선수위원이 소개됐다. 후보 25명 중 네 번째로 많이 득표(296표)해 새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원유민도 호명됐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22위에 올랐다. 개막 전 목표로 세운 금메달 5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은 사격에서 금메달 3개·은메달 1개·동메달 2개를 땄고, 탁구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3개·동메달 9개를 쓸어담았다. 사격 박진호(강릉시청)는 2관왕에 올랐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날 파리 인근 오베르빌리에 메인미디어센터(MPC)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목표 달성 여부를 차치하고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며 “다만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한 숙제도 남겼다.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정 회장은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을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장애인 사격 대표팀은 1980년대부터 비장애인 사격 대표팀과 꾸준히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면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은 2000 시드니 패럴림픽 장애인 사격 대표팀 지도자로 참가해 내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도 사격은 장애인, 비장애인 선수들이 다 함께 출전하는 통합 대회를 열고 있다”며 “이런 교류 활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표팀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장애인 사격과 탁구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으나 타 종목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17개 출전 종목 중 메달을 딴 종목은 6개뿐이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카누와 트라이애슬론은 장애인연맹조차 없었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훈련 환경과 시설, 저변 문제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모든 종목에 초점을 맞출 순 없다”며 “최근 성적이 부진한 양궁과 2028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유력한 클라이밍 종목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철 이천선수촌장 겸 총감독은 “수영, 육상 등 기초 종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초 종목 육성 사업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스포츠와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숙제다. 한국 선수단은 투혼을 펼치며 현지 관중에게 큰 감동을 안겼지만, 경기 대부분이 생중계되지 않아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 회장은 “장애인들은 장애인 선수들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며 “나도 (교통사고 후) 병원에서 휠체어 농구 중계를 보고 장애인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패럴림픽 중계는 많은 장애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줘서 사회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좀 더 많은 패럴림픽 경기가 중계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정 회장은 “다행히 최근 정치권에서 장애인 스포츠 시청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 움직임이 있다”며 “패럴림픽이 올림픽, 월드컵, 여자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 대회’로 지정돼 방송사업자에게 중계할 의무가 생긴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파리공동취재단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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