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인터뷰] 김명민 "손현주? 표민수? '유어아너' 놓치기 싫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JTBC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김명민(51)이 3년 만에 성공적 복귀를 했다.

JTBC 드라마 '로스쿨'(2021) 이후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 김강헌 역으로 돌아온 그는 소름 끼치는 열연으로 그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다. 첫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손현주(송판호)를 압박하는 한편, 하나뿐인 딸을 위해 둘째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범인을 딸 옆에 둬야 하는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살해 위협을 당하는 와중에도 당당하게 맞서는 최강 권력자 김명민의 모습은 단연 '유어 아너'에서 압도적이다. 시청자들을 숨 죽이고 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 중이다.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둔 상황. 김명민은 "사실 종영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방송을 보고 있으면 촬영 현장이 생각이 난다. 현주 형님, 감독님, 후배 배우들과 얘기 나누던 게 생각이 나고 지금도 약간 그런 감정들이 많이 남은 것 같다.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그게 유지가 될 것 같다"라며 '유어 아너'와의 작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0.8%에서 4.7%까지 올랐다.

"솔직히 시청률이나 이런 부분에서 무딘 편이다. 옛날 사람이라서 '0.7%? 이게 뭐야? 시청률이야?'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채널(ENA)에서 이 정도 시청률이면 엄청난 거라고 하더라. 처음엔 그런 가보다 했다. 근데 주변에서 본 사람들이 꽤나 많더라. 이슈가 됐더라. 시청률 나온 것에 비해 관심도가 높은 걸 보면서 '요즘은 이런 흐름이구나!' 깨달았다. 3년 만에 (작품을) 하니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던 것 같다."

-결말에 만족했나.

"확실히 다른 드라마와는 결이 달랐다.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은 정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선과 악이 충돌해서 선이 승리하거나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우리 드라마는 솔직히 그런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 각자의 방식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지 않나. 작가님 자체도 뒤틀린 부성애를 가지고 어떠한 결말을 만드느냐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끝나지 않은, 찝찝함 그런 기분이 가슴에 남았다. 뭔가 선명하게 끝을 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각기 다른 방식에 처한 인간을 어떠한 하나의 방식으로 끝맺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결말을 내놓긴 힘들겠다. 이게 최선이란 생각이다."



-선배 손현주와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현주 형님은 나보다 먼저 캐스팅이 됐다. 표민수 감독님께 그 얘길 들었을 때 '표민수? 손현주?' 대본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었다. 현주 형님을 존경하고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게 됐다. 해보니 역시나 그가 왜 대배우 손현주인지 알게 됐다. 김강헌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걱정거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배우를 찍어내려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내가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연기 차력쇼라기보다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와 한 팀을 이뤄 함께 나가 경기를 한 느낌이다."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표정이나 외형적인 모습 그 자체만으로 내려 눌러야 하는 위압감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가)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대단한 배우이지 않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일단 대사가 많지 않았고 신에서의 포스와 관련해선 지문에 많이 쓰여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포커싱을 맞췄다. 영화 '대부'에서 알파치노와 알론 브란도의 중간 정도로 생각했다. 문제는 살이었다. 쉽게 잘 안 찌더라.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1000칼로리 넘는 거 먹고 자고 촬영장 가고 그랬다. 몸은 벌크업을 해도 짧은 시간엔 한계가 있다. 평생 먹어볼 햄버거는 다 먹은 것 같다. 7, 8kg 정도 찌웠다. 내적인 상황은 김강헌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의 아버지다. 나이도 같다. 그래서 감정이입은 좀 더 잘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원작에서 원래 보스 역할이 큰 역할은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한국 버전으로 오면서 송판호와 맞대결하는 캐릭터로 커졌다고 하더라.

"원작은 못 봤고 미국 리메이크작만 봤다. 표민수 감독님이 '우린 이렇게 안 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좀 더 스펙터클 하게 둘의 구조를 이끌고 갈 거라고 했다. 김강헌에 대한 디밸롭 상황들을 많이 얘기해 줘서 김강헌 쪽의 서사를 그리며 만들었던 캐릭터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에 인물이 없어서 창조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작가님과 표 감독님의 오랜 대화, 다른 작품 촬영하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디벨롭 한 작품이었기에 지금과 같은 김강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JTBC

'유어 아너' 김명민, 스튜디오 지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메서드 연기의 상징 아닌가.

"메서드 연기 이런 쪽은 좀 멀리하고 싶다. 형님들이 '너 너무 메서드 연기 하니 힘들어 보인다. 너무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널 멀리한다'라고 하더라. 요새 쉽게 쉽게 연기하는 흐름을 좋아한다. 강압적으로 연기하는 게 되레 옆 사람들에겐 힘들게 보일 수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서 김강헌을 편하게 풀어보자고 생각했다. 초반에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는데 거의 매일 (극 중) 우리 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메서드에 빠지지 않으려고 스태프들과 농담하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촬영하고 그랬다."

-'로스쿨' 이후 3년 만이다. 공백기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3년이 금방 지나갔다.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 한, 두 달 시간을 보낼 때는 답답함이 있었다. 배우가 작품을 하다가 한 달 정도 쉬면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두 달 반 정도 그런 상태였는데 내가 그간 소원했던 것, 몰랐던 것들을 하며 아들과 소통하니 좋았다. 3년이란 공백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신인일 때 김명민이나 지금 김명민이나 같다. 작품 앞에서 진지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로는 어떤 아버지인가.

"그냥 아버지다. 3년이란 시간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들이랑 소통하는 시간이 없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골프를 했었다. 엄마 홀로 거의 아이 케어를 했다. 그러다 그만두게 됐고 이후 공부를 시작하니 힘들었다. 아이의 사춘기가 됐고 엄마가 같이 시간을 좀 보내자고 해서 같이 보냈다.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시작한 게 게임이다. 게임을 3박 4일 팠다. 정말 아들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서 얘기가 통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바로 미국으로 로드트립을 떠났다. 아이랑 소통하며 친구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다 무리해서 대상포진이 생겼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도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알고 있고 그 아이가 하는 게임도 지식이 쌓여 서로 얘기를 나누곤 한다. 누구보다 편한 친구 같은 사이다. 24일 입대 앞두고 있다."

-극 중 아들 김상혁은 김강헌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솔직히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을 보면 행복한 애들보다 불행한 애들이 많다. 같은 부모라도 자기 보호 아래 있는 아이고 강력한 제재를 통해 키운 아이지만 단면적인 걸 보고 자라지 않았나. 상혁이가 어려서부터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다. 친엄마와 사별하고 계모를 얻어 그 밑에서 자랐다. 아이는 내게 인정받고 싶었던 게 가장 컸을 것이다. 행동대장으로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구나 자각한 거다. 한창 내 행동대장으로 움직일 때 그런 모습을 보고 상혁이는 아버지가 멋있다, 아버지처럼 되어야지, 더 인정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자랐을 것 같다. 그 뒤를 돌아보고 청산하려고 하니 범접할 수 없는 한계에 와 있던 것이다. 그걸 막기엔 너무 늦었다. 김강헌을 보고 자란 아이이지 않나. 반대로 딸 은이는 순수 결정체다. 이 가정에 태어났으면 안 되는 아이다. 이 아이를 잃는다는 건 김강헌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이 사람이 지금까지 노력한 게 수포로 돌아가는 아킬레스건이었을 것이다."

JTBC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유어 아너' 시즌2 섭외가 들어온다면.

"아직 잘 모르겠다. 제작사에서 원하는 쪽이라면 안 갈 것 같다. 시청자분들이 원한다면, 현주 형님이 간다면 나도 가고 싶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열렬하게 원하면 (같이) 갈 생각이 있다. 근데 '시즌1만 한 시즌2가 없다'는 속설이 있어서 지금의 관심과 명예로움이 희석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그걸 택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작품을 생각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드라마는 한 가지로만 본다. 바로 정통성이다.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뜻한다. 부성애, 아버지 이 한 가지 키워드에 공감할 수 있지 않나. 내가 자식이 있고 아버지가 있고 그러면 대입을 하게 된다. 생각하는 힘은 시대가 바뀌어도 감정이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이런 작품들이 그립다. 그런 작품들이 지금 나온다고 해도 시청률적인 면에서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작품성을 많이 보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작품을 보는 시각이 좁았고, 편협된 시각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장르를 구분해서 나누지 않는다. 작품이 좋다고 하면 코믹이든 스릴러든 공포든 따지지 않는다. 전혀 상관이 없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