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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김명민, "이젠 메소드 연기 NO" 외친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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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 지니TV '유어 아너' 인터뷰
메소드 연기의 대가, 시류 반영해 새로운 시도
"신인 김명민과 지금의 김명민 같아"
한국일보

최근 김명민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심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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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메소드 연기와 떨어지고 싶습니다." 배우 김명민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했던 연기적 가치관을 밝혔다.

최근 김명민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종이달' '어사와조이' '60일, 지정생존자' 등을 연출한 유종선 감독, '소년시대' 등을 집필한 김재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극중 김명민은 세상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권력자 김강헌을 맡았다. 김명민은 작품 내내 카리스부터 저릿한 부성애까지 선보이면서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김명민은 "시청률이나 그런 부분에서 무딘 편이다. 옛날 사람이다 보니까 1회 0.7% 수치를 보고 '뭐야, 이게 시청률이야?' 하기도 했다. 자체 채널에서는 높은 시청률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시청률이 31%, '하얀거탑'이 20.8%, '베토멘 바이러스'가 20.3%를 기록했던 만큼 김명민에게 0.8%은 생소할 수치일 터다. 이를 두고 김명민은 "그런데 주변에서 보는 분들이 많더라. 시청률적으로 보다 많은 관심이 느껴져서 요즘 시청 흐름이라고 느꼈다. 제가 '로스쿨' 이후 3년 만 드라마 복귀인데 그 사이에도 조금 더 변한 것 같다. 기분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시점 아직 마지막 회가 방송되지 않았기에 결말에 대한 감상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명민은 "솔직히 실감은 아예 안 난다. 예전에 방송을 보면 촬영 현장이 생각이 난다. 현주 형, 감독님과 나눈 이야기들. 그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아직 그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진 저도 끝났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런 감정들이 많이 남았다.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진 유지가 될 것 같다"라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시즌2는 잘 모르겠다. 시청자들은 정확히 결말을 맺는 걸 좋아한다. 선이 승리하거나 권선징악을 좋아하지만 저희 드라마는 그런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 각자 방식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했다. 작가님조차 쉽게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촬영은 끝났지만 작품에 대한 여운은 아직까지 지속 중이다. 김명민은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끝나지 않은 찝찝한 마음이 남았다. 현주 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6개월간 살았던 캐릭터의 삶을 종지부 찍어야 한다. 아쉽고 찝찝함이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종이달' '어사와조이' '60일, 지정생존자' 등을 연출한 유종선 감독, '소년시대' 등을 집필한 김재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유어 아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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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손현주 때문이란다. "손현주 형님이 먼저 캐스팅이 됐다는 말을 들으니 대본도 보지 않고 하고 싶더라고요. 형님은 한 번 꼭 호흡해보고 싶었던, 존경하는 배우죠.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신 오지 않을 것 같았더라고요. (현장에서 만난)손현주 형님은 '산'입니다. 뭘 던져도 다 받아주시죠. 아무리 피곤해도 형님을 보면 다 풀어지더군요. 신인들은 대부분 호기가 있어요. 내가 연기를 더 잘 해서 돋보일 것이라는 마음인데 아마 현주 형님 앞에선 그런 것들이 아무런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조합이기 때문일까. 두 배우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기를 지속했음에도 '유어 아너'가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다만 김명민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있었다. 극중 손현주를 기로 눌러야만 하는 강압적인 무드를 만들어야 했다. 안으로 슬픔을 삼키면서도 밖으로 절제된 연기를 해야 했다. 표현에 대한 만족도를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었다는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김명민은 실제로 캐릭터의 설정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2004년생 아들을 슬하에 두고 있는 김명민은 "제 아들의 나이도 비슷하다. 감정 이입이 더욱 수월했다"라면서 "작품을 하지 않았던 3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다. 그동안 아이랑 소통하는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 아이가 하는 게임을 하고 미국 로드 트립을 떠나면서 친구 같은 부자(父子) 사이가 됐다. 대상포진도 얻었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김명민은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후 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로 첫 신인상을 받았다. 이어 영화 '소름' '거울 속으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불량 가족'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육룡이 나르샤' '우리가 만난 기적' 등 끊임없는 연기 변신을 이어왔다. 꾸준히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를 펼치다 보니 김명민에겐 '메소드 연기'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했다. 이에 김명민은 "이제는 메소드 연기와 떨어지고 싶다. 메소드라고 하니까 힘들어보인다. 사람들이 멀리한다. 요즘엔 쉽게 연기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너무나 강압적으로 하는 게 힘들어보인다는 충고를 받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는 거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메소드와 상관없이 인물을 풀어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김명민의 작품관도 들을 수 있었다. "신인 김명민과 지금의 김명민은 똑같습니다. 항상 작품 앞에선 진지한 자세로 임합니다. 앞으로 제게 공백이 얼마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제 마음 가짐과 자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작품을 고르는 이유는 딱 하나, 정통성입니다. 언제 내놓아도 다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택해요. '유어 아너'의 경우 아버지, 부성애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였죠. 그런 부분에서 '유어 아너' 같은 드라마가 더 나와야 합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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