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매우 억울한 상황"
"연맹이 사적으로 권력 남용해도 되는지 의문"
소감문 밝히는 전민재 |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장애인육상의 전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는 큰 대회를 마칠 때마다 미리 준비한 글로 소감을 대신한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어 단어를 발음하거나 빠르게 글씨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민재는 2012 런던 패럴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경기를 마친 뒤 미리 발로 쓴 장문의 소감문을 펼쳐 들어 진한 감동을 안겼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때는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전민재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변함없이 미리 쓴 소감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전민재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7위를 기록한 뒤 취재진 앞에서 편지를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난 4월 별세한 아버지에 관한 그리움과 2026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까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내용, 파리 패럴림픽 준비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 등이 담겼다.
경기 마친 전민재 |
다만 전민재는 이날 소감문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내용을 전했다.
그는 "올해는 생활보조가 (경기장 등에)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손발이 되어줬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운동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 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다"라며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맹(임원)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오로지 극구 반대한 임원의 권한으로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다.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보조가 없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역주하는 전민재 |
이와 관련해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도왔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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