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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내년 1월 치러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누가 차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심의 초점은 이기흥 현 회장의 3선 여부입니다.
유인촌 장관 부임 이후 상급 기관인 문체부에 맞서 강력하게 저항해 온 이기흥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은 거의 100%입니다. 이 회장이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 문체부와 이처럼 날카롭게 각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장이 3선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또 출마하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면 굳이 체육회의 예산 배분권을 박탈하고 유인촌 장관까지 나서서 '괴물'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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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이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할 수 있을까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은 단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입니다. 대한양궁협회장에 다섯 번이나 연속 당선됐던 정의선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 양궁 5개 전 종목 석권을 비롯해 한국 양궁 신화를 이끈 주역입니다. 막강한 재력과 한국 스포츠에 끼친 업적을 고려할 때 이기흥 회장을 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 총수인 자신이 대한체육회 업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상황이 아닌 데다 이기흥 현 회장과의 경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 인사들도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대부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대 방식이면 몰라도 고정표가 두터운 이기흥 현 회장과의 경선은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할 경우 체면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경기인 출신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은 유승민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이자 현 대한탁구협회장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회장은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행정 경험까지 갖춰 일찌감치 '이기흥 대항마'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스포츠의 수장 역할을 하기에는 42살이라는 나이가 강점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밖에 거론되는 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야권 출신의 A 씨와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입니다. 지난 41대 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득표율 46.4%)에 이어 2위에 오르며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준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득표율 25.7%)는 이번에도 출마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체육계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선거 결과를 분석할 때 1대 1 구도가 아니면 이기흥 현 회장이 3선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이기흥 반대 세력'이 똘똘 뭉쳐 단일 후보를 내야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4파전으로 치러진 지난 41대 선거에서 이 회장은 46.4%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천 명이 넘는 선거인단의 투표로 이뤄지는데 현재 이기흥 회장의 고정 지지표는 4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 제도가 현 회장에게 크게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약 20일이란 짧은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2천 명이 넘는 전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득표 운동을 하는 게 그리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재임하면서 전국을 수십 바퀴나 돈 이기흥 회장과는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기흥 현 회장이 만약 3연임에 성공한다면 한국 스포츠의 최고 거물로 불려온 김운용 전 회장의 기록을 경신하며 역대 최장수 대한체육회장이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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