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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한테 보여줘" 음주 징계 문제아→5강 청부사 탈바꿈시킨 명장…속죄할 판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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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제 네가 야구장에서 팬들한테 보여줘야 한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일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자마자 투수 나균안(26)을 불러올렸다. 시즌 내내 마운드 위에서는 물론이고, 개인사로 속을 썩였던 투수이지만 5강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점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나균안은 구단 징계로 2개월 실전 공백이 있었던 만큼 선발투수로 다시 쓰기는 어려웠지만, 중간 투수로 투입해 필승조의 부담을 나눌 카드로 구상했다.

김 감독은 올해 롯데 지휘봉을 잡으면서 나균안을 박세웅과 함께 국내 선발진의 주축으로 생각했다. 나균안은 지난해 23경기 6승8패, 130⅓이닝,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며 롯데 선발진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와일드카드로 지난해 10월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천덕꾸러기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태극마크를 달며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며 결실을 본 만큼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즌으로 삼길 바랐다.

하지만 나균안은 김 감독의 기대에 조금도 못 미쳤다. 징계로 이탈하기 전까지 1군 14경기에서 2승7패, 60⅔이닝, 평균자책점 9.05로 부진하며 애를 먹였다. 마땅한 선발투수가 없어 나균안을 꾸역꾸역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기회를 주고 있었다. 나균안은 김 감독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운드 밖에서도 사고를 쳤다. 스프링캠프 때는 가정사로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6월 25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둔 저녁에 술자리를 가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발투수가 등판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것은 분명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었고, KIA전에서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2탈삼진 8실점으로 부진하기까지 하면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묵묵히 나균안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음주 논란 때만큼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구단에 맡겼다"며 나균안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롯데는 지난 6월 28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나균안에게 3경기 출전 정지와 사회봉사활동 40시간 징계를 내렸다.

나균안의 이탈로 선발 한 자리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롯데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6승14패에 그치면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8월 들어 외국인 원투펀치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14승8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나균안은 지난 2개월 동안 본인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팀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일단 그 점에서 내 불찰이 제일 큰 것 같다. 팀이 한창 힘들 때 옆에서 같이 힘을 내고 해야 되는데, 나로 인해서 팀 분위기라든지 팀 성적까지 (안 좋았으니까). 물론 팬분들도 많이 실망을 하셨을 텐데, 앞으로 이제 남은 경기 어떻게든 나뿐만 아니라 내가 못 뛰었던 시간만큼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징계를 받고 돌아온 만큼 팀과 팬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나서길 당부했다. 김 감독은 나균안에게 "이제 지나갔으니까 이제는 네가 야구장에서 팬 여러분께 보여줘야 한다.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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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강이 걸린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균안을 과감히 기용했다. 나균안은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마운드에 섰다. 경기를 잡아야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올라서면서 5강 싸움을 이어 갈 수 있었는데, 김 감독은 이 중요한 순간 나균안을 선택했다. 앞서 한현희, 구승민, 김원중 등 필승 카드를 모두 소진해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나균안이 그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갚을 기회를 제대로 마련해줬다.

나균안은 기대에 부응했다. 2이닝 25구 무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4-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롯데는 4연승을 질주하면서 시즌 성적 56승62패3무를 기록해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6위 한화 이글스와 경기차를 없애고, 5위 kt 위즈에는 2.5경기차로 따라붙는 큰 승리였다.

나균안은 직구 최고 148㎞, 평균 146㎞를 기록하며 전력을 다했다. 시속 124~136㎞로 형성되는 스플리터(24개) 위주로 던지면서 직구(8개)와 커터(1개)를 섞어 던졌다.

경기 내내 롯데를 응원하던 팬들은 11회 나균안이 등판할 때 잠시 조용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나균안이 12회 마지막 타자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는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롯데의 5강 희망을 이어 가는 데 큰 공을 세운 나균안은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나균안은 승리 뒤 "일단 팬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스럽고, 팀원한테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가 야구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징계를 받으면서 많이 반성을 했다. 느낀 점도 많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내가 야구장에 나와서도 물론이고, 밖에서도 내가 공인이라는 점을 조금 더 인식하고 그런 경각심을 갖고 야구장 안팎에서 내가 신중하게 행동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했다. 또 징계 받는 시간 동안 내가 야구장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더 많이 느꼈다. 내가 야구선수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 것이 팬분들이라는 게 제일 첫 번째로 내가 반성을 하게 되더라. 그런 점에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팀 승리만 생각하며 전력 투구를 했다. 나균안은 "어떻게든 내가 계속 준비하면서 어떻게든 내가 오늘만큼은 절대 피해를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만 갖고 했다. 진짜 마운드에 올라가서 무조건 내가 어떻게든 막겠다. 어떤 상황에 올라가면 무조건 막겠다는 그런 마음가짐밖에 없었다"며 "몸 상태는 항상 좋고, 내가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마운드 위에서는 내가 해야 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팔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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