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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6회 동점 무사 2루, 5번 타자 희생번트… 처량한 SSG, 절박함과 조급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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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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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연패가 너무 자주 온다. 특히 홈에서 이러니까 홈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팬들에게 말씀드리기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

이숭용 SSG 감독은 2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를 앞두고 최근 연패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SSG는 22일 잠실 LG전부터 24일 인천 kt전까지 세 판을 내리 졌다. 특히 5위를 놓고 정면 대결을 펼친 23일과 24일 인천 kt전에서 모두 지면서 경기차가 벌어졌다. 시리즈 돌입 전까지 동률이었지만, kt가 순식간에 2경기를 앞서 나갔다.

매년 8월에 고전했던 SSG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출사표 속에 8월 일정에 돌입했지만 7승14패(.333)를 기록하며 오히려 예년만도 못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다. 지켰던 5위도 내줬다. 특히 홈에서 경기력이 너무 저조해 구단이 체감할 정도의 비판 여론이 있었다. 16일부터 18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한화와 3연전에서 무기력하게 세 판을 모두 내준 건 화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화가 기적적으로 5강 레이스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장면이었다. 여기에 23일과 24일도 샌드백처럼 얻어맞고 졌다. 모두 역전패였다.

이 감독은 홈 성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이날 다시 한번 총력전을 예고했다. 선발로 에이스인 드류 앤더슨이 나가고, 문승원을 제외한 모든 불펜 투수들이 가동 가능한 만큼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었다. 1승2패로 시리즈를 마치면 그나마 1경기 벌어지는 것이지만, 3패는 이야기가 달랐다. 단숨에 3경기가 벌어지고, 이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SSG의 절박감을 보여주는 장면은 3-3으로 맞선 6회 나왔다. 2회 이지영의 홈런으로 2점을 선취한 SSG는 2-0으로 앞선 6회 3점을 내주며 경기가 뒤집혔다. 하지만 2-3으로 뒤진 6회 최정의 안타에 이어 한유섬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은 무사 2루, 5번 타자 하재훈의 타석이었다.

SSG는 여기서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었지만 어쨌든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번트였다. 하재훈이 번트를 잘 대 1사 3루가 됐다. 어떻게든 1점을 내고, 리드를 잡고 가겠다는 의지였다. 다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사 3루가 되자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할 kt는 당연히 전진수비를 선택했다. 쿠에바스를 상대로 이날 안타 2개가 있었던 김성현의 타구는 그 전진수비를 뚫기 역부족이었다. 이어진 2사 3루에서 신범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7회 에레디아의 적시타가 나왔고, 팀이 4-3으로 이기고 연패를 끊으면서 6회 상황의 결과는 큰 의미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6회 상황은 최근 SSG가 처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있다. 번트를 찬성하는 논리, 번트를 반대하는 논리 모두 그 상황을 잘 살펴보면 이해할 만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번트를 반대하는 논리는 물론, 찬성하는 논리 쪽에서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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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으로 맞선 8회 무사 2루였다면 1점이 결승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희생번트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르고, 작전이 실패했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6회였다. SSG 불펜은 근래 들어 약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번트는 기대득점을 줄인다. 그 상황에서 1점을 더 뽑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날 필승조가 다 동원된다고 해도 남은 3이닝 동안 이 1점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었다. 당장 직전 이틀, 아니 일주일 내내 SSG 불펜은 필승조·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녹아내렸다.

게다가 이곳은 문학이었다. 힘 좋은 타자들은 방망이에 공이 묻기만 해도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곳이다. 그리고 SSG는 올해 문학에서 홈런 마진이 대규모 적자였다. 당장 지난 이틀간 kt에 수많은 대포를 얻어맞았다. 타순도 그랬다. 하재훈은 5번 타자였다. 이날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이 앞쪽에 배치됐을 텐데, 그중 앞에 배치된 타자들도 무사 2루에서 번트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건 말 그대로 라인업 작성의 미스를 시인하는 것과 다름 아니었다. 그 정도 믿음이 없다면 5번에 기용하면 안 됐다.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어쨌든 앞서 가는 것이 중요했고, 팀 전체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 게다가 주축 선수들까지 상당수 빠진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1점을 얻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기 후 실제 그런 결정을 내린 코칭스태프는 물론, 프런트들의 의견도 이쪽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반대로 말하면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 또한 지금 타자들의 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시인한다는 점에서 역시 말끔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절박함으로, 누군가는 조급함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상황은 SSG의 처량한 신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코칭스태프는 멀리 칠 수 있는 선수들이 줄어들어 번트와 작전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반대로 번트와 작전이 늘어나면서 멀리 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관점 또한 살필 필요가 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SSG 타선은 올해 그 사이에서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멀리 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잘 대지도 못하는 번트만 크게 늘어났으니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어떤 게 진짜인지는 시즌 마지막 레이스의 운영과 시즌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SSG에 안전한 선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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