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4연승… K리그 판도 변수
지난 6월 강원FC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제시 린가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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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애초 왜 K리그에 왔는지 자체가 의아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E스포츠와 패션 사업에 관심이 많은 그가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어서 린가드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불성실하게 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두 차례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 있었지만 재활에 성실히 임하며 축구에만 집중하고 그 외 개인 사업 행보는 전혀 없었다. 그가 서울 밤 문화를 즐긴다는 목격담도 없다. 오히려 경기 승리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팬들에게 달려가 함께 자축하고, 여섯 살짜리 딸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등 모습으로 서울 팬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시즌 초 김 감독과 린가드의 일종의 신경전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감독은 당시 공개 석상에서 “린가드는 말만 청산유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길들이기에 나섰다. 이 발언은 영국에까지 전해져 화제가 됐고, 린가드가 이를 악물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김 감독의 이런 신경전은 ‘트레이드 마크’에 가깝다. 포항 사령탑 시절 김정우, 알렉스 그랜트 등 주축 선수들에게도 이런 적이 있었다. 김 감독 발언에 자극받은 린가드는 공식 훈련 시간 외 ‘나머지 훈련’을 자청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들었다.
린가드가 팀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이자 김 감독은 그에게 ‘당근’을 던졌다. 팀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부주장 조영욱을 놔두고 린가드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팀의 리더라는 책임감을 안은 린가드는 이후 수시로 감독실을 찾아와 김 감독과 훈련 일정, 숙소 입실 등을 논의하고 경기 영상을 함께 분석하는 등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팀 내 다른 외국인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도 한다.
린가드는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달여간 빠져 있다가 지난 16일 제주전에서 복귀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서울에 큰 힘이 될 전망. 서울은 24일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5연승에 도전한다. 서울의 마지막 5연승은 2016 시즌이었다. 강원도 서울 못지않게 기세가 뜨겁다. 역시 4연승을 달리는 중.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두 팀이 대결한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승점 50 고지를 밟으며 선두에 올라 있다. EPL 토트넘 이적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 양민혁(18)이 일등 공신이다. 현재에서 8골 13도움으로 펄펄 날고 있다. 특히 지난달 벌인 5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선정 이달의 선수·영플레이어·골 상(賞)을 휩쓸었다. 이달의 선수상은 역대 최연소 기록(만 18세 3개월)이었다. 올여름 새로 영입한 두 외국인 코바체비치(25·크로아티아)와 헨리(25·호주)도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2위 김천, 3위 울산(승점 45)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 경쟁을 벌이던 강원은 최근 상승세로 두 팀과 승점 차를 벌려 놨다. 4위 포항(승점 44·41득점), 5위 수원FC(승점 44·37득점), 6위 서울이 다닥다닥 붙어 선두권을 쫓는 형국이다.
강등권 싸움도 치열하다. 9위 인천(승점 28), 10위 대전(승점 27·28득점), 11위 대구(승점 27·27득점), 12위 전북(승점 26) 네 팀이 1경기 차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꼴찌인 12위는 K리그2(2부)로 자동 강등, 11위와 10위는 2부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한다. 대전, 대구, 전북은 지난 27라운드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24일 대구와 전북이 각각 포항·인천과 28라운드 대결을 벌이며, 대전은 25일 김천과 맞붙는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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