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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팀의 핵심적인 선수이자 에이스인 양현종(36)이다. 후배들이 기록을 세웠을 때, 취재 및 방송 인터뷰가 진행 중일 때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묵묵하게 물통에 물을 담는다. 양현종의 물벼락에 당한 후배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21일 광주는 조금 달랐다. 양현종의 대기록에 후배들이 단단히 벼르고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 에릭 라우어와 제임스 네일도 두 손에 물병을 가득 들고 이 시간을 기다렸다.
양현종이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을 시점 각자의 방법으로 세리머니를 준비한 선수들은 양현종을 몰아세웠다. 물은 애교였고, 샴푸를 섞은 선수도 있었고, 아이스박스를 준비한 선수도 있었으며 케이크가 양념으로 들어갔다. 물총으로 공격하는 선수도 있었다. 한참이나 선수들의 각종 화학물(?) 세례를 받은 양현종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후배들은 깔깔 웃으며 이 장면을 즐겼다.
양현종이 세운 대기록은 KBO리그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2046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던 양현종은 이날 7개의 탈삼진을 추가해 송진우가 가지고 있던 KBO리그 역대 탈삼진 부문 1위 기록(2048개)을 깨끗하게 갈아치웠다. 2007년 KBO리그 1군에 데뷔해 차곡차곡 쌓아간 탈삼진은 17년 동안 화려한 금자탑으로 변했고 이날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한편 양현종은 10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역대 3번째) 기록도 세웠다. 내년에는 전무후무한 11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세리머니는 없을 뻔했다. 이날 KIA가 경기에서 질 뻔했기 때문이다. KIA는 2회 3점을 먼저 뽑고 앞서 나갔다. 올해 롯데에 지독한 열세였던 KIA가 그 늪에서 탈출하는 듯했다. 그러나 잘 던지던 양현종이 5회 노진혁에게 솔로홈런, 손호영에게 3점 홈런을 연달아 맞고 역전을 허용하면서 경기가 어렵게 풀렸다. 4-4로 맞선 6회에는 전준우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해 1점 열세였다.
하지만 7회 선두 최원준이 2루수 고승민의 실책으로 출루한 것을 발판 삼아 동점을 만들었다. 김도영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상황에서 소크라테스의 중견수 뜬공 때 2루 주자 최원준이 과감한 스타트를 끊어 3루까지 간 게 결정적이었다. 이는 후속 타자 나성범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으로 이어졌다. 최원준이 3루에 가지 못했다면 동점도 없었을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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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도 "오늘 경기는 두번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승리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중견수 뜬공 때 3루로 뛰었던 최원준, 8회말 대주자로 들어간 김규성이 폭투 때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진루했던 게 안타 없이 동점과 역전에 성공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서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상대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주면서 값진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주부터 마운드가 확실히 안정감을 찾은 모습이다. 지금의 모습을 시즌 끝날때까지 잘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현종에 대해서는 "양현종이 걷는 길이 KBO리그의 역사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오늘 양현종의 투구 결과를 떠나 KBO리그 최다 탈삼진이라고 하는 대기록을 수립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최다승 기록도 깨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계속 어려운 승부를 했던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남은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선수들 수고 많았고, 궂은 날씨에도 끝까지 함께 해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만약 경기에서 졌다면 침울한 분위기 속에 양현종을 향한 세리머니는 없었거나, 혹은 클럽하우스에서 조촐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 좋게 이기면서 KIA는 모든 것을 다 잡은 ‘해피엔딩’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KIA는 22일 김도현이 선발로 나서 찰리 반즈를 상대로 ‘자이언트 킬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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