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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올림픽 정말 잘했는데… 환대받지 못한 귀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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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문체부 “체육회가 환영식 취소”

체육회 “선수 피로도 고려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중 태권도·배드민턴·역도·복싱 선수단과 본부 임원진이 1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먼저 들어온 메달리스트들과 지도자 일부도 공항으로 왔다. 이 50여 명은 해단식 겸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장소는 입국장인 2터미널 1층에 있는 그레이트 홀. 무대와 계단식 관람석을 갖춰 공연 등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런데 떠들썩해야 할 이 해단식은 조용히 끝났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입국장 A 앞에서 간략한 보고문을 읽고, 정강선 선수단장이 태극기를 흔든 게 전부였다. 마중 나온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2차관이 선수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선수단은 해산했다. 그레이트 홀에서 선수단을 기다리던 일부 취재진과 선수, 지도자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헛걸음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바꿨다. 선수단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라고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14일 “지쳐 있는 선수들이 8톤 트럭 두 대 분량인 짐을 끌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방안에 대해 입국 전 두 차례나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 때는 인천공항 1터미널 밀레니엄 홀에서 해단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도쿄 대회 땐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올림픽 선수촌 숙소동 앞에서 해단식을 하고, 인천공항에선 간단한 환영 행사만 했다. 파리에서 금메달 13개(종합 8위)라는 기대 이상 성과를 내고 돌아온 선수단 해단식이 흐지부지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대한체육회가 행사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체육회는 지난 6일 대한체육회장 명의 해단식 협조 공문을 양궁협회, 사격연맹, 유도회, 펜싱협회, 배드민턴협회, 수영연맹, 탁구협회에 보냈다. 행사 장소는 ‘2터미널 입국장 B‘로 되어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세부 계획안을 담은 PDF 파일을 12일 오후 2시쯤 경기단체연합회 카카오톡 단체방에 띄웠다. 이때까지도 입국장 B 옆이 해단식 장소로 공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행사를 5시간 앞둔 13일 낮 12시 30분쯤 ‘행사 장소가 그레이트 홀로 바뀐다’는 긴급 연락이 단톡방에 떴다. 이기흥 회장은 “귀국 이틀 전 문체부와 공항 측이 그레이트 홀을 원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항공사 사장이 전화로 ‘13일엔 입국장에서 장애인 단체와 공항공사 노조 등 1000여 명이 시위를 하기 때문에 장소를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이에 ‘그레이트 홀은 선수들에게 불편해서 안 된다’고 전했고, (체육회 직원을 시켜) 문체부에도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헤 문체부는 “행사 자체를 체육회가 주관하는 거라 우린 축하하러 간 것일 뿐 장소 선정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데는 최근 문체부와 체육회가 갈등 관계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체육회는 단체장 임기 제한을 없애도록 정관을 개정한 뒤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문체부는 체육회를 통하지 않고 예산을 종목 단체에 직접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국가대표 훈련비 배분 적정성 및 개선 연구도 시작했다. 이 회장은 문체부가 체육계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입장이다. ‘약식 해단식’을 체육회와 문체부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이 회장은 “문체부가 잘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 얘기하는 것이지,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별도로 선수단을 위한 축하 공연(16일)과 만찬(22일)을 추진 중이다. 이번 해단식 소동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추진한 행사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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