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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폭군', 조금 긴 빌드업 뒤에 찾아오는 전율[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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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세계관 이을 '박훈정 유니버스'의 새로운 탄생
14일 디즈니+에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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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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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마녀' 세계관을 이어갈 새로운 '박훈정 유니버스'가 탄생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알리기까지 다소 빌드업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후반부에 몰아치는 배우들의 액션은 그 시간을 유의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김선호의 서늘한 얼굴과 차승원의 너스레가 시너지를 발휘해 더욱 신선한 볼거리를 자신한 '폭군'이다.

14일 전편 공개된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극본·연출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작품은 영화 '마녀' 시리즈와 '귀공자' 등으로 새롭고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줬던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폭군'은 '마녀'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로 '박훈정 유니버스'의 확장까지 예고해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폭군'은 의문의 장소로 들어가 폭군 프로그램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한다는 최국장(김선호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최국장은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들의 등장으로 인해 급하게 자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자경(조윤수 분)에게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을 가져오라는 새로운 임무를 제시하는 연모용(무진성 분)이 등장한다. 연모용은 자경에게 거액의 선금을 지불하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만 한다면 추가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하던 자경이었지만 이내 그는 현장에 나타나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연모용을 믿을 수 없던 자경은 빠른 속도로 잠금이 걸려 있던 가방을 해체한 뒤 내용물을 훔쳤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가방만 연모용에게 건넸다. 처음부터 자경과 함께할 마음이 없던 연모용은 그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가방을 건네준 자경에게 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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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승원 김선호 조윤수 김강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폭군'에서 호흡을 맞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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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임상(차승원 분)은 폭군 프로그램의 걸림돌을 모조리 제거하는 청소부로 활약하는 중이다. 임상은 기자로 신분을 위장한 뒤 폭군을 발견했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모두 죽였으며 이후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자경을 죽이기 위해 나선다.

최국장은 폭군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이자 이를 목숨 걸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최국장은 자신의 뜻과 비슷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나의 팀을 꾸렸으며 비밀리에 엄청난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만큼 '마녀'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선물과 같은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뿐이지 스핀오프 버전이나 그 이후의 내용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마녀'를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차갑고도 어두운 분위기의 색감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해 보고 즐길 거리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차가운 색감 위주로 사용하면서 극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표현했다. 이로 인해 이야기 후반부에 펼쳐지는 수위 높은 고강도 액션이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극의 몰입감을 더하는 효과적인 음악도 '폭군'에서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다소 정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의 음악이 사용되다가도 특유의 너스레한 성격이 인상적인 임상이 등장할 때는 이와 상반된 음악을 사용했다. 이로써 이야기의 분위기를 여러 차례 바꾸면서 작품을 새로운 방향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폭군'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임상 역을 맡은 차승원은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한 번씩 환기한다. 가령 요구르트 5개에 빨대를 꽂아 한 번에 마신다던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여놓고서는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모습. 충분히 혼자서 제압할 수 있는 실력과 힘을 가졌음에도 불량한 일부 고등학생들에게 끌려가면서 "심사숙고 해주시죠"라고 말하는 모습 등은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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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은 총 4부작으로 14일 디즈니+에서 전편 공개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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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김선호의 서늘한 표정 연기 또한 좌중을 압도한다. 폭군 프로그램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자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로 작용하는 최국장의 의문스러운 모습 등을 김선호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표현했다. 목숨이 오가는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눈빛을 보여주다가도 때로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환하게 웃기도 해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만큼 차승원과 김선호의 강약 조절이 '폭군'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마침내 이야기의 마무리에 다다랐을 때 김선호가 뱉은 마지막 말과 의미심장한 얼굴은 작품을 끝까지 다 봤음에도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사라진 폭군 프로그램 샘플을 가져간 사람이자 모든 서사의 중심인물인 자경 역의 조윤수는 새로운 발견이다. 앞서 '마녀'로 김다미를 발굴했던 박훈정 감독은 이번 '폭군'으로 조윤수 또한 그의 보석함에 포함했다. 맨몸 칼 도끼 총 등 각종 무기와 카체이싱까지 회차별로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강력한 액션을 조윤수는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자경과 그의 오빠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는 아쉬움을 남긴다. 성격부터 가치관까지 분명한 차이가 있는 두 인물이지만 작품을 보다 보면 그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자경과 오빠를 오가는 목소리와 감정 표현에 그 변화를 크게 알아챌 수 있는 포인트가 없어 어색하게 느껴진다.

중간에 등장하는 폭군의 정체 또한 의문스러움을 남긴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는 듯했으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비주얼의 폭군은 마치 K-크리처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폭군 프로그램인 만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올여름 안방극장의 무더위를 순삭시킬 강렬한 액션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야기 초반에는 액션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텐션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차승원과 김선호의 연기 차력쇼는 시청자들을 TV와 모니터 속으로 끌어들이게 만든다. 다소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기에 '청불 액션'의 정수를 보여줄 '폭군'은 총 4부작으로 14일 디즈니+에서 전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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