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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자존심 버리고 생존 번트 툭… 추신수가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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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를 앞두고, 4연패를 끊어야 하는 SSG의 훈련은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팀 최선임이자 주장인 추신수(42)도 마찬가지였다. 타격 훈련을 모두 마친 추신수는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닌, 글러브를 챙겨 들고 외야로 나갔다.

이날 추신수는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외야 수비를 하는 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꽤 오래 수비 훈련을 하며 땀을 흘렸다. 추신수는 자신이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수비에 나가야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보고 체력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시즌 초 다친 오른쪽 어깨가 말썽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 시즌 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오른쪽 어깨가 잘 올라가지 않으니 포구에 중대한 리스크가 있다.

그간 경력에서 부상이 많았지만 추신수가 올해를 유독 답답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선수 생활이 남아있다면 아마도 벌써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올해로 은퇴를 선언했다. 여기서 수술을 받으면 말 그대로 현역이 그대로 끝난다. 일단 계속 재활과 보강 운동을 하며 버티는 데까지는 버텨보기로 결정한 이유다.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지장이 있지만 추신수는 남은 두 달을 보며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수비 훈련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언젠가는, 비상시라도 다시 수비에 나가 팀에 공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던지는 왼 어깨, 그리고 러닝에는 문제가 없으니 오른 어깨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를 걸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다. 추신수의 수비 훈련 장면을 본 이숭용 SSG 감독은 아직 수비에 나갈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안쓰러워했다. 공격에도 지장이 있는데 지금 이 정도 활약도 대단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금 쉬어주면 잘 친다. 본인의 스윙 궤적 자체가 좀 뻗어준다. 하지만 (어깨에) 통증이 좀 오면 스윙 자체의 아크가 작아진다”고 추신수의 올해 타격 페이스가 다소 오락가락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금 좋아지면 저렇게 움직인다. 상황, 상황을 잘 체크하면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술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고 다른 방법을 강제 당하는 상황에서 도돌이표가 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좀 쉬다 나가면 어깨 통증이 덜해 스윙이 좋아지고 좋은 활약을 하다가, 경기 출전이 몇 경기 계속되면 다시 어깨에 피로도가 쌓이고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한다. 또 1~2경기 쉬면 그래도 좋아진다. 타율과 출루율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올해 추신수의 타율이 0.270에서 0.300 사이, 출루율이 0.370에서 0.400 사이의 박스권에 갇힌 이유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리더십은 물론, 그라운드에서도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 어깨 상태가 다시 안 좋아져 2~3일 정도를 쉰 추신수는 3일과 4일 대구 삼성전에서 모두 홈런 포함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타격감이 그래도 좋은 상황이었다. 6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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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2로 뒤진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시도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초구에 3루 쪽으로 번트를 댔다. 키움 3루수 송성문이 3루 쪽을 비우고 2루 쪽으로 더 치우친 수비 시프트를 가져가고 있었는데 추신수가 이를 간파했다. 타구 속도를 죽여 완벽하게 번트를 댔고, 1루에 살아 들어갔다. 전 타석에서 하영민에게 안타를 친 적도 있었지만 추신수는 살기 위해 더 높은 확률이 무엇인지를 부지런히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기 타석에 있는 최정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기에 자신만 살아나가면 뭔가 팀 공격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 생각했다. 추신수는 “오늘 (최)정이가 홈런 등 타격감이 좋아 어떻게든 출루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서 “2아웃이지만 수비 위치를 보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정이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가 낳은 역대 최고 야수라는 타이틀과 자존심은 팀 승리 그 다음이었다.

비록 이 플레이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추신수는 1-2로 뒤진 7회 2사 2루에서 귀중한 동점 적시타를 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이날 활약으로 시즌 타율은 0.288, 시즌 출루율은 0.386까지 다시 올라왔다. 규정타석과 꽤 거리가 있고, 선수의 성에는 안 차는 성적이고 장타율은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다만 분명 팀에 도움은 되는 성적이다. “어깨 통증이 없었다면 마지막 시즌 성적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수비에서 공헌할 수 없는 만큼 공격에서 생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추신수도 “부담 없이 타석에 임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최근 타격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시즌은 길고 연승 연패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가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연패 탈출에 큰 원동력이었다”면서 선수단 전체를 살폈다. 이제 추신수의 현역은 길어봐야 세 달이 남았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마지막 세 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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