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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하고 무책임한 배드민턴협회, 안세영 논란 속 '선수들 뒤에' 숨었다 [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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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의 '폭탄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에 대한 침묵을 이어갔다. 2024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선수들만 참석시키는 잠행을 이어갔다.

대한체육회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메종 드 라 시미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종목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지난 2일 김원호-정나은이 호흡을 맞춘 혼성 복식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5일에는 여자 단식에서 안세영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하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2008 베이징 대회 혼성 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이다. 여자 단식을 제패한 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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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배드민턴은 6일 현재 축제가 아닌 초상집 분위기다. 안세영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자마자 협회를 겨냥한 저격 발언을 쏟아낸 여파다.

안세영은 지난 5일 여자 단식 시상식 종료 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고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올 수 없는 상태였는데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대표팀에 실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너무 (협회에) 실망을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길게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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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여자 단식 이튿날 열린 대한체육회 주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선수 측에 기자회견 참석 의사를 타진했지만 안세영이 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원호, 정나은은 자리를 피하지 않으면서 행사 자체가 취소되는 '파행'은 없었다.

김원호는 기자회견에서 안세영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안세영과는) 종목 파트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협회와 갈등이 있었다는 건) 느끼지 못했다"며 "현재 배드민턴 대표팀 분위기는 아무래도 많은 기사들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좋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 안세영과는 (전날 여자 단식 결승 종료 후) 만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걸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안세영 관련)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축하를 받아야 하는 자리인데 여러 가지로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세영 논란에 대한 부분을 기자회견 시작 전 취재진과 조율했어야 할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도리어 대한체육회가 "메달리스트들을 축하해 주는 자리인 만큼 참석한 선수들 관련 질문만 해주시길 바란다"며 교통 정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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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선수촌에는 각 종목 협회 관계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기자회견 참석 선수들의 이동은 대한체육회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기자회견장을 찾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 4일 진행된 남녀 펜싱 사브르 대표팀, 사격 대표팀, 유도 대표팀 메달리스트들의 공동 기자회견은 각 종목별 코칭스태프와 협회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선수들 뒤에 숨은 모양새다. 선수들에게 난처한 질문이 쏠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했다. 무책임의 극치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안세영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실까지 나서 안세영 논란을 들여보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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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은이 스스로 "안세영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취재진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협회 관계자들이 현장에 있었다면 선수가 먼저 나서기 전에 충분히 조율이 가능했던 부분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세웠다. 여자 단체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여자 단식에서도 세계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

그런데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 후 한 달 넘게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무릎 부상 상태거 심각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은 자신의 무릎 부상이 악화된 배경에는 최초 검사에서 오진,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국제대회 출전 강행을 지시한 협회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파리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자연스레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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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을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며 협회의 대표팀 운영 방식과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에서 대회 기간 금메달리스트가 해당 종목 협회를 향해 이처럼 수위 높은 비판의 칼날을 들이민 경우는 없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없이 침묵 중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고위 임원을 비롯해 적지 않은 관계자들이 현재 파리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세영의 발언 이후 잠행을 이어갈 뿐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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