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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만기 전역하겠습니다"...'속사권총 銀'말년병장조영재, 병역 특례 거절한 이유는 바로[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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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만기 전역하겠습니다."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말년 병장' 조영재(25, 국군체육부대)가 병역 특례를 거절하고 9월 18일까지 남은 군 복무를 모두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영재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8번째 시리즈까지 총 25점을 기록하면서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5m 속사권총 결선은 총 6명의 선수들이 호명된 선수 1명씩, 4초에 5발씩 총 8회 시리즈의 사격을 실시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4번째 시리즈부터는 매 시리즈마다 가장 점수가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영재는 첫 번째 시리즈와 두 번째 시리즈에서 연달아 3점을 쏘면서 시작했다. 초반엔 리웨홍, 왕쉰제(이상 중국), 플로리안 페터(독일)가 치고 나가는 양상이었다. 조영재는 공동 4위였다.

조영재가 기세를 올렸다. 그는 3시리즈에서 5발을 모두 명중하며 왕쉰제, 페터와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조영재는 4시리즈에서도 4발을 맞추면서 15점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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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한 명씩 줄어들기 시작한 5시리즈. 조영재는 4발을 맞추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후 6번째 시리즈에서 2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흔들리긴 했지만, 2위를 차지하면서 메달 확보에 성공했다. 조영재는 아쉬운 듯 허리에 양 손을 얹고 바닥을 바라봤다.

동메달 주인공이 결정되는 7시리즈. 3위 슛오프에서 페터를 꺾고 올라온 왕신제가 3점을 기록하면서 23점으로 마무리했다. 리웨홍은 4발을 맞추며 27점. 조영재는 3점을 추가하면서 왕쉰제를 딱 1점 차로 밀어내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마지막 골든 시리즈. 리웨홍이 5점 만점을 쏘면서 총 32점으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이미 순위가 결정된 조영재는 5발 중 1발만 맞혔으나 아무 문제 없었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코치진과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조영재는 한국 사격 역사상 최초로 남자 25m 속사권총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게다가 한국 사격은 조영재의 은메달에 힘입어 이번 대회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따내면서 런던 올림픽(금메달 3, 은메달 2)을 제치고 역대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조영재는 김예지, 반효진, 오예진 등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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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조영재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오는 9월 19일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다. 이번에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 달가량 조기 전역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조영재의 선택은 예상과 달리 '만기 전역'이었다. '뉴스 1' 등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정말 기쁘다. 빨리 귀국해서 가족, 친척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라며 웃은 뒤 "만기 전역하겠다. 전역일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귀국 후 부대로 돌아가서 동기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할 생각이다. 동기들과 감독님, 관계자 분들 모두 감사하고 좋은 분들이라 부대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라고 힘줘 말했다.

조영재의 깜짝 결정엔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작년에 준위로 30년 만기 전역하셨다. 나도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도록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값진 은메달로 한국 사격의 이번 올림픽을 멋지게 마무리한 조영재다. 앞서 반효진과 오예진, 양지인의 금메달을 보면서 부담도 됐을 터. 조영재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나 하나 못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며 준비했다. 우선 결선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메달까지 따게 됐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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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조영재는 6번째 시리즈에서 2점에 그치면서 위기를 맞나 싶었지만, 다행히 2위로 다음 사격 기회를 얻었다. 그는 "4위 탈락 때가 가장 가슴을 졸였다. 한 발로 메달이 갈리는 순간이 닥치니 너무 힘들었다. 무조건 명중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쐈는데 겨우 맞혀서 입상할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번 은메달로 한국 사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조영재다. 한국 사격은 1960 로마 대회부터 속사 권총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시상대에 올라서지 못했다. 조영재가 오랜 숙원을 푼 셈.

조영재는 "내가 처음으로 속사권총 메달을 따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격 종목보다 잘 알려지지 않고, 인기도 별로 없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영재의 은메달 뒤에는 '멘토' 김서준(34, 경기도청)의 숨은 조언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초 자고 있는데 김서준 선배가 '자비로라도 카이로 월드컵에 참가 신청해라. 그래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라고 알려줬다. 그때 월드컵에 나가지 않았다면 (출전 자격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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