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팔’ 최동원 제공ㅣ롯데 자이언츠 |
'나 혼자'가 아닌 선수 모두를 말하며 선수협 결성을 외친 故 최동원. 그가 하늘에서 웃음 보일 수 있는 행보가 보이기 시작했다. KBO와 선수협이 '공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KBO와 선수협이 함께 나아간다. '선수 복지'를 두고 마침내 발걸음을 함께하고 있다. 금액과 기준의 차이는 여전히 있으나, 막혀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동행을 향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KBO는 지난달 31일 제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샐러리캡 제도 개정, 이사비 증액, 저연봉 선수의 KBO리그 1군 엔트리 등록 시 연봉 증액 등의 내용을 확정했다.
여기서 이사비와 엔트리 등록 연봉 증액은 선수 복지에 가까운 내용이다.
이사비의 경우 선수가 트레이드되었을 때 지급받는 비용으로 원소속 구단과 영입 구단이 서로 정반 금액을 분등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의견이 있었다. KBO 규정 제92조 '이사비'에 따르면 1990년대 금액이 100만 원으로 개정된 이후 금액 변동이 없었다.
서울에서 서울 한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 해도 100만이 훌쩍 넘는 현 물가 상황. 이에 선수협에선 이사비 금액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KBO에 지속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비 증액이 약 30년 만에 결정됐다. KBO는 "이번 이사회에서 선수계약 양수 양도(트레이드) 시 선수에게 지급되는 이사비에 대해서 심의했다"며 "리그 규모 성장, 물가 인상률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총액 100만원을 증액해 200만원(양 구단이 각 100만원 지급)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 사진ⓒ박연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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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5일 MHN스포츠와 전화에서 "당초 선수협은 이사비를 관련해 유연한 금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었다. 부산에서 서울 구단으로 트레이드할 경우 더 큰 이사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도 "KBO에서 선수 복지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해 고맙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서울, 서울에서 부산 기준 이사 비용은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움직여도 이사 비용의 규모는 200만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선수협은 200만원으로 틀을 잡는 것이 아닌, 이사 비용에 걸맞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KBO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구단 운영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함과 동시에 논의를 거쳐 200만원으로 결정됐다"며 "이사비를 비롯한 선수 복지에 관련된 내용들을 선수협과 잘 얘기하도록 하겠다. (대화의 장이) 항상 열려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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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사회는 또 KBO리그 1군 엔트리 등록 시 선수의 연봉 증액을 결정했다.
현행 KBO 규약 73조[연봉의 증액 및 감액]에는 연봉 5,000만원 미만인 선수가 KBO리그 엔트리에 등록된 경우 5,000만원에서 선수의 연봉을 공제한 금액의 300분의 1에 등록 일수를 곱한 금액을 연봉과는 별도로 지급하게 되어 있으나, 이번 이사회에서 지급 기준 연봉을 30% 인상하여 6,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연봉 선수의 평균 연봉 증가, 리그 규모 성장과 선수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는 연봉 기준이 상향된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선수협과 KBO는 '기준'의 차이가 남아있었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현행 규약에 규정되어 있는 '300분의 1' 이 아닌 1군 등록 일수(180일)에 따라 '180분의 1'로 나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0분의 1로 나뉘어 지급하는 현행 규정에서 실질적으로 5,000만 원을 받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 180분의 1로 분할되어야 선수들이 증액된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O는 "300분의 1로 나눈 기준은 '연봉 지급 기간(선수 활동 기간 10개월, 비활동 기간 2개월)'이다. 이에 따라 1군 엔트리 연봉 증액을 포함해 보류 수당, 군 보류 수당 등 규정 되어있는 수당 부분 모두 300분의 1로 나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종료 당시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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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과 KBO의 의견 차이가 없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비활동 기간의 시작, 종료일 조정 부분이다.
KBO 이사회는 매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의 기량 향상과 컨디션 조절을 위한 전지훈련 시기를 최근 추세에 맞춰 기존보다 앞당겨 변경하기로 했다.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 보장을 위해 구단 합동 전지훈련 가능 일자는 기존 1월 15일에서 2월 1일이었다. 그러나 구단 합동 훈련 합류 이전에 선수 간의 훈련 환경 격차가 발생하고, 최근 시즌 개막 일자가 3월로 앞당겨지고 있는 부분을 감안하여 개막일에 맞춰 충분한 훈련 일수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현행 매년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로 되어 있는 비활동 기간을 1주일씩 앞당겨, 매년 11월 24 일부터 1월 24일까지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구단의 경우 매년 1월 25일부터 전지훈련을 시작할 수 있음에 따라, 기존보다 일주일 가량 일수를 늘려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고연봉자 선수의 경우 전지훈련 시기보다 빨리 훈련지로 넘어가 자비로 미리 훈련을 시작하는 경우가 여럿 보였으나, 저연봉 선수들은 금액 부분에서 부담이 되다 보니 추운 날씨 속에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을 이어가거나, 모교 전지훈련지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지훈련 시기를 앞당기게 되면서 저연봉 선수들이 또 저연차 및 저연봉 선수들에게는 더욱 따듯한 곳에서 시즌 준비를 빨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 시즌 준비를 더 빨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KBO 역시 "저연봉 선수에게 시즌 준비를 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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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아닌 모두를 바라보자' 일명 최동원 정신, 선수협의 기조 내용이다. 고연봉 선수만 선수가 아닌 저연봉 선수 역시 권익 보호와 복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KBO와 선수협의 사소한 의견 차이는 여전히 있으나, '선수 복지 증진'을 향한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최동원 역시 웃음 보일 수 있는 변화이자 공존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보이고 있다.
선수 노동조합 결성 등, 해결하고 논의해야 할 부분들은 여전히 수두룩하다. 그러나 KBO외 선수협이 이러한 작은 변화들을 함께 만들어 한발씩 앞으로 나아간다면, 한국은 진정한 야구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KBO와 선수협, 그리고 구단이 앞으로도 함께하여 한국 야구가 프로야구 선수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야구할 수 있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또 선수들은 나아진 복지들을 통해 '팬 퍼스트'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MHN스포츠 DB,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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