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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본인도 울고 깜짝 놀랐다…“상상도 못했다” 김주형의 오열[파리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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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주형이 5일(한국시간)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울먹이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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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우승자의 눈물은 흔하다.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캐디와 껴안으며 우는 선수는 자주 볼 수 있고, 클럽하우스에서 뒷조의 경기를 지켜보다가 우승을 확정한 뒤 울음을 터뜨리는 챔피언도 여럿 있다.

그러나 우승을 놓친 선수의 눈물은 흔치 않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하다가 승부를 뒤집지 못하더라도 비(非) 우승자가 우는 일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2024 파리올림픽 메달을 놓친 김주형(22)의 오열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김주형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골프 내셔널에서 끝난 대회 골프 남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8위를 기록했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으며 한때 메달권 근처까지 갔지만, 후반 들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8위는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안병훈(33)이 기록한 공동 11위를 뛰어넘는 남자골프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한 안병훈은 6언더파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15언더파로 막판까지 희망을 잃지 않던 김주형은 18번 홀(파4)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페널티 구역으로 빠졌다. 여기에서 결국 2타를 잃었고, 순위는 8위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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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골프 국가대표 김주형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생캉탱앙이블린 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남자 스트로크 플레이 4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눈가를 훔치며 이동하고 있다. 김주형은 13언더파로 8위를 차지했다. 2024.8.4 생캉탱앙이블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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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감정이 교차했는지 김주형은 18번 홀 그린 플레이를 마치자마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몇 방울의 눈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오열이었다.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방송사 인터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인 믹스트존으로 올 때까지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날만큼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김주형은 “(눈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감정적인지 몰랐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눈물은 17번 홀부터 예견됐다고 했다. 같은 조의 절친한 동료 스코티 셰플러(28·미국)와의 대화 때문이다. 김주형은 “개인적인 이야기라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셰플러가 내 어깨를 감싸주면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참 고마운 한마디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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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골프 국가대표 김주형과 미국 대표 스코티 셰플러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생캉탱앙이블린 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남자 스트로크 플레이 4라운드 3번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8.4 생캉탱앙이블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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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훌쩍인 김주형은 “골프를 시작한 뒤 이렇게 운 적이 없다”면서 “메달을 따지 못해서 운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다. 또, 아직 남자골프는 올림픽에서 메달이 없던 만큼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 여러 감정이 지금 터졌다”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형태(47) 감독은 “(김)주형이가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번 파리올림픽을 정말 오랫동안 기대해왔다. 국가대표로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했는데 생각보다 그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생활한 김주형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거치지 않았다. 일찌감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데뷔해 국내 무대에서도 뛸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김주형은 “잠깐이었지만 국가대표로 뛰면서 한 단계 성숙해진 느낌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금메달은 19언더파 265타를 친 셰플러가 차지했다.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쳐 정상을 밟았다. 올 시즌 PGA 투어에서 6승을 휩쓸고 있는 셰플러는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독주를 이어갔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18언더파의 토미 플릿우드(33·영국)와 17언더파의 마쓰야마 히데키(32·일본)가 가져갔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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